black tea가 뭔지 감이 오지 않아서 영영사전을 찾아봤다가 옥스포드 사전의 설명만으로는 이해가 되지 않아서 구글에서 검색을 해봤다. '이미지' 메뉴를 클릭한 순간 유리잔마다 붉은색 차가 담겨 있는 사진이 화면 한가득 등장했고, 사진마다 black tea라고 쓰여 있어서 당황스러웠다.
홍차의 홍은 붉을 홍(紅) 자다. 차를 우려낸 물 색깔이 붉은 색을 띠어서 홍차라는 이름을 얻었다. 그런데, 이 홍차를 영어로는 red tea가 아니라 black tea라고 한다. 차의 잎이 검은색을 띠어서라고 한다. red tea는 루이보스 차(rooibos tea)를 말한다.
영국의 어느 카페에 가서 홍차를 마시고 싶다고 red tea를 주문했는데, 루이보스 차가 나오면 얼마나 당황스러울까! 카페 점원이랑 이건 내가 주문한 차가 아니다, 이거 홍차 맞다 이런 실갱이가 오가는 장면이 그려진다.
갈피는 '겹치거나 포개어 놓은 물건의 하나하나의 사이'를 말한다. bookmark의 뜻으로 쓰이는 책갈피는 사전에는 '책장과 책장 사이의 공간'이라고 나와 있다. 그래서, 책갈피에서 5만 원권 지폐를 발견했다처럼 쓸 수 있다. 물론, 다음사전 3번과 네이버사전 2번에는 읽은 곳을 표시하는 물건이라는 뜻도 올라와 있으나 인터넷이 등장하기 전 출판된 종이사전을 찾아보면 '책장과 책장의 사이'라고만 나와 있다. 그러니 최근 동향을 반영해 추가해놓은 뜻일 뿐 원래의 뜻은 아니라는 얘기다.
그럼 우리가 생각하는 그 '책갈피'라는 뜻을 가진 말이 뭔지 궁금해진다. 사전에는 서표(書標), 갈피표라고 나와 있다. 관련 내용을 찾다보니 '책갈피'가 '서표'라는 뜻까지 갖게 된 덕분에 책갈피에 책갈피를 꽂아두었다라는 문장이 가능해졌다는 글도 보인다. 이제 알았으니 '책갈피'라는 말은 차마 못 쓰겠고, 그렇다고 '서표'라고 하자니 뭔가 고전적인 분위기가 나는 거 같고, 나는 그냥 '북마크'라고 할란다.
개인적으로 양장본으로 된 책을 좋아하지 않아서 될 수 있으면 안 사고 주로 도서관 신세를 지는 편이지만 양장본을 사면 딱 한 가지 좋은 점이 있다. 바로, 읽던 곳을 표시할 수 있는 끈이 달려 있어서 따로 책갈피(?)가 필요하지 않다는 사실. 그 끈을 보람줄이라고 한다. 이때 보람은 사전에 '잊지 아니하거나 다른 물건과 구별하기 위하여 표시하여 두는 표', '다른 물건과 구별하거나 잊지 않기 위하여 표를 해 둠. 또는 그런 표적.'이라고 설명되어 있다. 갈피끈, 가름끈이라고도 한다는데 갈피끈에 대한 설명은 사전마다 약간씩 다르다. 종이사전에는 '보람줄'만 나오고 갈피끈, 가름끈은 나와 있지 않았다.
두부는 물에 불린 콩을 갈아서 짜낸 콩물을 끓여 여기에 간수를 넣어 엉기게 하여 만든다. 그런데, 왜 썩을 부(腐) 자를 쓰는 걸까? 아이가 어렸을 때 두부를 사다먹지 않고 몇 번 직접 만들어서 먹은 적이 있었는데, 그때를 떠올려봐도 왜 '썩을 부'자를 쓰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중국에는 '두부를 발효시켜 소금에 절인 식품'인 '유부(乳腐)'가 있다. 여기에도 '썩을 부'를 쓰고 있다. '썩을 부'의 정체는 뭘까?
1927년 지어진 정지용 시인의 '향수'라는 시에 김희갑 씨가 곡을 붙여 탄생한 이동원, 박인수가 부르는 '향수'라는 노래 가사에 얼룩백이 황소가라는 부분이 있다. 황소라면 '누런 소'를 뜻할 텐데 왜 '얼룩백이 황소'라고 할까 궁금해서 사전을 찾아봤다. 누런 소가 아니라 '큰 수소'라고 설명해 놓았다. 사전의 설명을 보면 황소는 '크다'는 뜻의 옛말 '한쇼'가 '황소'로 변한 거란다. 사전을 읽어나가다 보니 내가 생각했던 '털이 누런 소'는 황우(黃牛)라고 나와 있었다.
호칭에 관심을 갖게 되면서 '자매'라는 말이 '언니와 여동생'을 가리키는 게 아니라 남자들이 '누나와 여동생'을 가리킬 때 쓰는 말이라는 걸 깨달았다.
姉妹 = 윗누이 자 + 아랫누이 매
한자에서 보다시피 둘 다 누이라고 되어 있다. 여자는 여자를 '누이'라고 부르지 않는다. 불행히도 여자끼리 부르는 '언니와 여동생'을 가리키는 말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니까, 남자들은 '자매'라고 부를 수 있지만 여자끼리 '자매'라고 부르는 건 여성 자신을 남성의 눈높이에서 바라본다는 얘기다. "저희 둘이 자매예요." 이렇게 말하면 "저희 둘이 누이들이에요." 이런 뜻이 된다. 해당 지칭이 없는데 불만을 호소하지 않는다는 건 자각하지 못했다는 얘기. 슬프다.
'주부'라고 하면 떠오르는 한자가 主婦다. 옛날엔 主婦였겠지만, 오늘날 남자들이 접수하는 주부는 廚婦가 아닐까?
one of the four long thin parts on your hand, not including your thumb
[Longman]
one of the four long thin parts that stick out from the hand (or five, if the thumb is included)
[Oxford]
사람들한테 영어에서 말하는 '손가락'은 엄지를 포함하지 않는다고 말해줬더니 그럴 리가 있냐며 믿지 않았다. 사전을 확인시켜주니까 그제서야 인정하는 사람도 있었고, 자기 주변 미국인들은 엄지도 finger라고 한다는 사람도 있었다. 물론, 옥스포드 사전에서는 괄호 안에다 '엄지를 포함하면 5개'라고 해놓기는 했다.
한국어에서는 엄지도 '엄지손가락'이라고 하지만 영어에서는 엄지는 그냥 thumb이고, 나머지 네 손가락에만 finger가 붙는다. 검지는 index finger 또는 forefinger 혹은 방향이나 사물을 가리킬 때 잘 쓴다고 해서 pointer finger, 중지는 middle finger, 약지는 결혼반지를 낀다고 해서 ring finger, 새끼 손가락은 little finger라고 한다.
물건을 잘 떨어뜨리는 사람을 butterfingers라고 하고, b 대신 B라고 쓰고 s를 빼고 Butterfinger라고 하면 땅콩버터를 넣고 겉을 초콜릿으로 코팅한 미국의 초콜릿 바 제품을 말한다. 자판을 칠 때 손가락 하나로 두 개의 자판을 동시에 두드려서 발생하는 실수를 fat finger라고 하고, 식물을 잘 키우는 사람을 green fingers라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