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식을 주로 하는 서양 사람들은 상체가 짧고 하체가 길다. 채식을 주로 하는 동양 사람들은 상체가 길고 하체가 짧다. 고기는 시간이 지나면 썩지만, 채소는 발효가 된다. 육식은 발효가 되지 않으니까 소화시키는 데 시간이 많이 걸리지 않는다. 먹고 금방 배설을 하니까 굳이 소화기관이 길 필요가 없어서 상체가 짧다. 채식은 소화되기까지 시간이 걸린다. 그만큼 소화기관이 길어서 상체가 길다. 대한민국에 태어난 나는 채식에 특화되어 있는 신체구조를 가졌다. 그런데, 내가 매일 섭취해야되는 채소와 과일 사정이 심상치 않다. 육식보다 채식! 이제 동양인이든 서양인이든 현대인의 지상과제처럼 여기며 읊어대는 말이지만 채식도 채식 나름 아닌가. 채식을 위한 채소들이 제대로 키워지지 않는데 채식을 해야된다는 당위만으로는 건강한 채식생활이 보장되지 않는다. 내가 직접 키워서 먹을 수 없는 현실이고 보면 농약과 비료를 치지 않은 채소와 과일을 고르는 눈을 키울 수밖에 없다.
많은 사람들이 채소나 과일은 시간이 지나면 썩는다고 생각한다. 채소나 과일이 썩는 건 당연한 게 아니냐고 한다. 결론부터 말하면, 썩는 건 정상이 아니다.
임신을 하면서 식재료 선정에 신경이 많이 쓰였다. 결정적으로, 아이를 낳고 이유식을 하면서 뒤늦게 유기농 채소를 찾아 생협에도 가입을 하게 되었다. 그러나, 공부를 하고 내 나름의 실험을 해보니 유기농 채소가 꼭 좋다고 할 수도 없었다. 더 위험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장을 보러 가서 어렸을 때 엄마가 얘기해 주셨던 '고사리는 줄기가 가늘고, 고사리밥이 얇고 시커멓지 않고 누런색이어야 하고, 줄기를 잘라낸 면이 매끄럽지 않아야 한다.', '마늘종은 줄기가 굵은 것은 피하고 가는 것을 골라야 한다.' 이런 내용들이 머리에 차곡차곡 저장되어 있는 게 아니다 보니 공부를 하는 수밖에 없었다. '파는 약을 많이 치니까 잘 씻어먹어야 한다.' 부엌에서 요리를 하기 시작하면서부터 아주 귀에 못이 박이도록 이런 말을 들었던 세월이 없었다면 공부를 해야겠다는 생각도 못했을지 모르겠다. 마늘, 고추, 파, 무, 배추, 도라지 같은 채소 고르는 법을 가르쳐 주셨을 때는 그래도 엄마가 해주는 밥을 얻어먹던 시절이라 그게 피가 되고 살이 되는 정보라는 걸 몰랐다.
언젠가 5일 장에 가서 마늘종을 사려고 돌아다니는데 아무리 둘러봐도 줄기가 뚱뚱한 마늘종밖에 보이지 않아서 포기하려던 순간, 내가 찾는 날씬한 마늘종을 파는 분이 눈에 들어왔다. 반가운 마음에 다른 분들 마늘종은 다 뚱땡이인데 드디어 날씬한 마늘종을 찾았다고 좋아하면서 가느다란 마늘종을 찾아다녔노라고 했더니 알아줘서 고맙다고 하셨다. 그분께 절이라도 하고 싶은 심정일 정도로 고마운 사람은 나였는데.
그러고 보니, 소고기 분간하는 법도 엄마가 가르쳐주셨다. 소고기로 국물이 있는 요리를 하다 보면 부글부글 끓어넘칠 때가 있다. 뚜껑 여는 타이밍을 맞추지 못하면 청소하느라 애 좀 먹어야 한다. 그런 소고기는 불순물이 장난 아니게 생긴다. 국자로 듬뿍 퍼서 몇 번을 건져내야 한다. 좋은 소고기는 아무리 끓어도 흘러넘치지 않는다. 불순물도 거의 생기지 않는다. 부글부글 끓어넘치는 소고기는 누린내도 장난 아니었다. 채소 얘기하다가 삼천포로 빠져서 안 됐지만 이왕 얘기 나온 거 끝장을 보자.
이건 확인된 사실이 아닌 순전히 내 추측인데, 나는 누린내가 나는 고기는 수차례 백신 접종을 한 가축이 아닐까 의심한다. 평소 약을 달고 사는 사람이 제대로 해독을 하면 몸에서 약품 냄새가 말도 못하게 난다. 샤워를 하고 나온 화장실에 들어가 보면 코가 괴로울 정도로 약품 냄새가 진동을 한다. 남편이 코로나 백신 접종을 하고 왔을 때도 한동안 남편이 방에 있을 때 방문을 열면 참을 수 없는 약품 냄새가 괴롭혔다. 지방의 손바닥만한 동네에 살다보니 대도시 지하철을 탈 일이 가뭄에 콩나듯 해서 직접 겪어보지는 못했지만, 코로나 시기 지하철을 타면 백신 접종자들한테서 나는 냄새에 괴로웠노라 고백을 하는 사람들도 봤다. 당사자들은 모른다.
각설하고, 분명 어렸을 때 먹었던 소고기, 돼지고기는 맛도 기가 막혔고, 그런 냄새도 나지 않았는데, 요즘 고기들은 절대 그 맛이 나지 않는다. 물론, 내 남편은 내 입맛이 변했기 때문이란다. 난 그저 초딩 때 먹었던 고기 맛(띄어쓰기 땜에 다음사전을 찾아봤더니 '고기맛'이라고 쓰면 '고기를 먹었을 때 나는 맛'이란다. 아, 이넘의 띄어쓰기!)을 잊지 못하고 있는 것뿐인데.
하던 얘기로 돌아와서, 엄마는 텃밭을 가꾸면서 몸소 터득하셨지만, 나는 약을 친 채소와 과일이랑 약을 치지 않은 채소와 과일을 구분하는 법을 책으로 공부하고 실험을 통해 판단해야 했다. 실험이 복잡했다면 엄두를 못 냈을텐데 나처럼 게으른 사람도 할 수 있을 정도로 간단한 실험만 거치면 되었기에 장을 봐오면 무조건 일부를 떼어내 실험에 착수했다. 솔직히 말하면, 말이 실험이지 실험이라는 이름을 붙일 그런 수준의 실험이 아니다. 일부를 덜어내서 방치하고 지켜보면 되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말라버리냐 썩어버리냐만 눈으로 확인하면 되었다. 농약과 비료를 치지 않은 채소나 과일은 한 달이 지나든 일 년이 지나든 썩는 게 아니라 말라버린다. 생협 채소를 꾸준히 사다먹었는데 공부를 하고 실험에 착수하고부터는 유기농 채소에 무참히 배신을 맛보았다. 결혼하기 전에 식품첨가물 강연에 갔을 때 강연자가 '유기농 너무 좋아하지 마시라, 오히려 대안으로 쓰는 약이 더 독할 수도 있다'고 하셨었는데, 그땐 '진짜?' 이러고 말았다.
유기농도 생산자마다 달라서 실험에 착수하면 정도의 차이는 있었으나 대부분은 썩어서 문드러지고 녹아내려서 고약한 냄새가 나기 일쑤였다. 동물성 비료를 주었다는 반증이다. 가축의 배설물을 3∼5년 정도 숙성 기간을 거쳐야 충분히 발효가 되는데, 초단기간 발효를 하기 때문이다. 동물성 비료로 키웠는지 건초같은 식물성 비료를 써서 키웠는지 판매 농산물에 이런 것도 표시를 해주면 좋겠는데, 이런 걸 관심 갖는 사람들이 없다보니 나같은 사람의 희망사항일 뿐이다. 많은 사람들이 화학비료는 안타까워하지만 유기비료는 괜찮다고 생각한다. 유기비료에는 심지어 가축의 배설물에 항생제나 호르몬제의 성분까지도 남아 있는데 말이다.
농사가 시작될 즈음 시골 들판을 지나다 보면 냄새가 지독해서 코가 괴로울 때가 있다. 발효기간을 지키지 않은 동물성 비료가 뿌려졌다는 얘기다. 나는 딱 한 번 냄새가 나지 않는 비료가 뿌려진 밭을 지나가 본 적이 있다. 냄새가 나지 않아서 코를 막지 않아도 되었는데 신기한 경험이었고, 정말 책에서 말한대로 발효가 잘된 비료는 냄새가 나지 않는다는 걸 실감했다.
나는 마트에서 산 과일이나 채소를 먹지 못할 때가 많다. 역한 농약 맛이 나서 삼키지 못하고 뱉어버리게 된다. 특히, 딸기, 귤, 오이 이런 건 겁이 나서 사지를 않는다. 상추도 사기가 무섭다. 나는 채소나 과일을 따뜻한 물로 씻어먹는다. 따뜻한 물로 씻으면 농약이 더 잘 씻겨내려 가기 때문이다. 50℃였나? 적정한 온도가 있는데 온도까지 맞춰가면서 씻어먹지는 않는다. 특히 신경쓰이는 채소는 상추인데, 상추를 사다가 뜨거운 물로 씻으면 하얀 거품이 말도 못하게 일어날 때가 있다.
상추를 사면 어떤 때는 한 열 번은 씻는 거 같다. 그래서, 너덜너덜해져서 쌈으로 먹는 걸 포기해야 할 때도 있다. 눈앞에서 거품이 부글부글 올라오는 게 보이는데 그걸 그대로 먹을 수는 없었다. 신기한 게 아무리 거품이 부글부글 생겨도 찬물로 씻으면 멀쩡했다. 이런 얘기를 하면 수돗물의 소독 성분 때문에 그런 거 아니냐는 반응이 대부분인데, 상추나 일부 채소에서만 유독 그런 현상을 보이고, 또 어떤 때는 거품이 덜 생기고 어떤 때는 거품이 많이 보인다. 집 근처에 마트가 생기면서 로컬푸드 코너에서 농산물을 구입하는데 어떤 생산자가 기른 상추는 뜨거운 물로 씻어도 반응이 없고, 어떤 생산자가 기른 상추는 거품이 생기고 그랬다. 수돗물 소독처리는 아무래도 무더운 여름에 더 신경을 쓸텐데 거품 현상은 겨울에 더 많이 볼 수 있었다.
실험을 하다보니까 과일보다 채소는 하루나 이틀이 지나면서 바로 반응이 오는 종류가 많았다. 어떤 채소는 유기농이 좀 더 늦게 반응이 일어날 때도 있고, 어떤 채소는 마트에서 산 게 더 먼저 반응을 보일 때도 있었다. 실험이 끝까지 간 경우는 몇 차례 없었다. 기간의 차이가 있고, 냄새의 정도가 차이가 날 뿐 녹거나 썩기 시작하면서 고약한 냄새가 나거나 녹아버려서 생긴 시커먼 물 때문에 버리기 일쑤였다.
위의 사진은 22년 12월에 제주도에서 한 박스 구입한 귤을 다 먹고 마지막 2개를 남겨서 방치했던 모습이다. 약을 치지 않고 재배한 귤인 걸 알고 주문했고, 받아서 먹어보니까 어렸을 때 먹었던 그 귤맛이었다. 그래서, 마지막 2개까지도 먹을까 남겨서 실험을 할까 갈등을 했던 귤이다. 먹고 싶어질까봐 눈에 보이지 않는 곳으로 치워두고 생각이 나면 한 번씩 들여다봤다. 시중에서 귤을 박스로 샀을 때는 다 먹기도 전에 박스 안에서 물러지면서 허연 곰팡이가 필 때가 많았다.
어렸을 때는 귤이 껍질이 벗겨지지 않아서 껍질을 벗기는 게 힘들 때가 많았다. 어디까지가 하얀 속껍질인지 구분이 되지 않아서 껍질을 벗기다 말고 포기하고 다른 귤을 집어드는 경우도 있었다. 그런데, 이게 진짜 귤이었다는 걸 어른이 돼서 책을 보고 알았다. 비료를 주지 않고 기르면 식물 호르몬의 밸런스가 무너지지 않고 껍질과 속이 동시에 자라기 때문에 자연적으로 붙어버리게 되는 거란다. 껍질이 잘 벗겨진다는 건 비료를 사용해서 껍질과 속이 어긋나게 성장을 했기 때문이란다. 껍질이 한두 번에 훌러덩 벗겨지는 귤은 어쩐지 맛도 밍밍했다. 그래서, 귤을 집어들었을 때 껍질이랑 알맹이가 따로 놀 만큼 껍질과 알맹이 사이에 공간이 느껴지는 귤은 내려놓고, 단단함이 느껴지는 귤을 고르게 되었다. 요즘은 껍질 벗기기가 힘든 귤을 만나기가 어렵다. 껍질이랑 알맹이가 따로 노는 귤만 아니어도 감지덕지 해야할 판이다.
딸기는 껍질을 깎아내고 먹는다는 재배자도 있다는 걸 알고 만만히 볼 과일?(딸기는 과일이 아니라 채소. 정확히는 채소열매)이 아니라는 걸 알았다. 딸기에 농약을 치는 횟수를 알고 충격 먹었다.
사과는 꼭지를 기준으로 양쪽 균형이 잘 잡힌 게 약을 치지 않은 거다. 어떤 사과는 반으로 잘라보면 씨를 기준으로 좌우 크기가 눈에 뜨일 정도로 심하게 난다. 사과는 씨를 심어서 키운 나무에서 열린 사과는 거의 대부분 먹을 수 없을 정도로 신맛이 나기 때문에 접붙이기를 해서 키운단다. 기원전 중국에서 접붙이기 기술을 고안하고 나서야 비로소 진정한 의미의 사과 재배가 이루어지기 시작했단다. 사과의 역사를 추적해 올라가면 사과는 원래 씹어먹는 과일이 아니라 술을 담가마시는 것이었고, 사과가 건강에 좋다는 인식은 미국에서 1900년대 초에 기독교 여성 금주동맹이 사과와의 전쟁을 선포하자 사과 생산자들이 사과의 이미지를 개선하려고 대대적으로 홍보 활동을 벌여서 그때부터 사과가 건강에 좋다는 인식이 퍼지기 시작한 거라고 한다. 우유랑 비슷한 팔자라고나 할까.
토마토는 통째로 물에 담갔을 때 바닥으로 가라앉는 게 약과 비료를 치지 않은 토마토다. 세포가 정밀할수록 무게 때문에 물에 가라 앉기 때문이다. 물론, 한여름에는 습기가 많아서 가라앉지 않을 때도 있단다. 실제로도 여름에는 분간이 어려웠다. 요즘은 토마토도 어렸을 때 먹었던 그 토마토가 아니다. 어렸을 때 친구네 토마토 밭에 드나들었던 기억을 더듬어 보자면 요즘 토마토는 모양부터가 다르다. 맛도 친구네 밭에서 직접 따먹었던 그 맛이 나지 않는다. 모양은 예뻐졌는데 맛은 달아났다.
토마토를 구분하는 또 다른 방법은 잘랐을 때 속이 꽉 차 있지 않고 구멍이 숭숭난 걸 피하면 된다. 오이, 당근도 마찬가지다. 구멍은 비료 세례를 받아 속도위반으로 장바구니에 담기는 채소들이 보이는 특징이다. 비료를 받아먹지 않은 채소나 과일은 손으로 들어보면 묵직함이 느껴진다. 그래서, 어떤 채소나 과일이 처음 등장하면 몇 주 시일이 지날 때까지 기다렸다가 사오기도 한다. 내 장바구니에는 토마토를 담지 않는다. 마트에 가면 붕어빵 기계로 찍어놓은 것처럼 토마토 모양이 다 똑같다. 이걸 의식한 순간 소름이 돋았다. 한여름 5일 장에 갔을 때 직접 농사 지은 거 따다가 파는, 모양이 들쭉날쭉하고 못생긴 토마토가 눈에 뜨이면 어쩌다 사다 먹을 뿐이다.
오이는 양손으로 잡고 부러뜨렸다가 다시 붙여보면 된다. 자른 면끼리 바로 붙어버리면 오케이다.
마트에 가면 하얀색의 예쁜 무가 진열되어 있다. 그 하얀색은 농약을 사용해야 나오는 색이다.
어떤 감자는 싹이 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방사선 샤워를 하고 마트에 나온다.
고구마는 크기가 크면 사가지 않고 작은 것만 찾는 사람들이 있어서 성장을 억제하는 약을 주기도 한단다. 고구마 판매자한테서 직접 들은 얘기다. 나는 과일이든 채소든 크기가 작은 걸 선호하는데 이러면 배신이다.
콩나물이나 숙주나물은 뿌리를 보는 게 아니라 줄기가 뚱뚱하면 사지 않았다. 직접 키워본 경험으로 절대 줄기가 그렇게 뚱뚱할 수 없기 때문이다. 호르몬제나 약을 치지 않은 이상 나올 수 없는 굵기라고 판단해 식당에 가도 콩나물 요리는 젓가락도 대지 않는다. 삶이 내맘대로만 흘러가는 건 아니라서 항상 나혼자만 밥을 먹으러 가는 것도 아니다 보니 콩나물이나 숙주가 첨가되는 국물요리는 피해갈 수 없을 때도 있긴 하다. 어느날 정신을 차리고 보니 이번 겨울에는 만두를 한 번도 만들지 않았다는 깨달음이 왔다. 당장 생협에 가서 숙주나물을 사다가 냉장고에 넣어놨다. 다음 날 만두소를 만들면서 숙주나물을 씻으려고 꺼냈더니 보관 실수로 숙주나물이 벌써 녹고 있는 게 아닌가. 숙주나물은 차가운 데를 좋아하는데 깜박 잊고 습관처럼 야채박스에 넣어뒀다가 낭패를 봤다. 급한대로 후다닥 집 근처 마트에 가서 숙주나물을 찾았다. '무농약'이라고 쓰여있는 모회사 제품 두 봉을 사다가 씻으려고 뜯었는데, 이런 이런! 말이 무농약이지 뚱땡이 숏다리 숙주나물이었다. 다른 점이 있었다면 시장에서 파는 것만큼 뚱뚱하지는 않았다는 거. 콩나물이나 숙주나물, 특히 숙주나물은 생협에서 사는 거랑 마트나 시장에서 사는 게 확연히 차이가 난다.
시금치는 추울수록 단맛이 난다. 당분을 많이 축적할수록 추위를 잘 이겨내기 때문이다. 시금치는 1년 내내 재배가 가능하지만 겨울에 나는 시금치가 괜히 인기가 있는 게 아니다. 시금치는 동양계 시금치랑 서양계 시금치가 있는데, 동양계 시금치는 잎의 가장자리가 삐죽삐죽하고 뿌리가 진한 붉은색이고 잎이 얇다. 서양계 시금치는 잎의 가장자리가 타원형이고 뿌리가 연한 붉은색이고 잎이 두껍다. 동양계 시금치는 맛이 좋고, 서양계 시금치는 수확량이 좋다. 교배종은 둥근 것도 아니고 삐죽삐죽한 것도 아니고 애매한 모양이지만 마트에서 제일 많이 눈에 뜨이는 시금치다.
그런데, 이 시금치를 먹기가 겁이 나는 게 녹색이 자연스런 연한 녹색이 아니라 완전 진한 녹색이라는 거. 채소는 색이 진한 녹색은 피해야 한다. 소는 색이 연한 풀만 먹는다. 짙은 녹색의 풀이 옆에 있어도 연한 색깔만 찾아서 뜯어먹는다. 물론, 검색을 하면 진한 녹색이 좋은 시금치라고 추천을 하고 있는데, 글쎄올시다. 나는 마트에 가면 잎의 모양보다 연한 색깔인지부터 확인을 한다. 한겨울에 연한 녹색 시금치 찾기가 쉬운 일은 아니다. 그나마 '포항초'가 좀 연한 거 같아서 다른 시금치에 비해 가격이 좀 비싸도 포항초를 찾게 된다. 채소에 비료를 과하게 주면 과잉 질소 현상으로 채소의 색이 진한 녹색으로 변한다. 이 질소는 밭에 있는 흙에도 해롭지만 체내에 들어가면 고기나 생선에 들어 있는 단백질과 결합해서 발암물질을 생성하게 된단다. 여름에도 별 차이가 없긴 하지만 특히, 겨울에는 연한 녹색 채소를 보기가 어렵다. 아이들에게는 치명적인 위험이 될 수도 있어서 유럽과 미국의 이유식 책이나 육아 책에는 '시금치나 브로콜리 등의 녹색이 짙은 채소는 삼간다'는 내용이 들어 있다는데, 대한민국에선 오히려 권장되고 있는 현실이니 갈 길이 멀다.
(글이 길어서 여기서 자릅니다. 이어지는 글은 14시로 예약해 놓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