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는 오지 않을 시절

서로에게 구속되는 그 열렬한 사랑이 가득 찬,

by 로지

참 좋은 때라고 하셨다.

푸근한 인상의 사서님은 아이가 있다는 말에 ‘참 좋은 때네요’라고 하셨다. 아이가 있다고 하면, 종종 나보다 나이가 많은 분들이 그런 말을 하곤 한다. ‘그쵸, 아이가 어린 지금 시절이 정말 행복하고 소중한 때죠. 그런데 왜 이렇게 힘들까요 (눈물)'이라 답하지만, 나도 잘 알고 있다. 아이가 어린 이 한 철 같이 빠르게 흐르는 시간은 금방 지나갈 것임을.


아이가 다섯 살이라는 나의 답변에 사서 선생님은 '얼마나 귀여울 때에요, 정말 예쁘죠'라고. 그 말을 들으니 남편이 자주 하는 말이 생각났다. '둘째는 울 때 빼고는 너무 귀엽고 너무 사랑스러워' 떼쓰고 울 때조차도 우리 아이의 모습이야, 그 조차도 사랑하고 예뻐해 줘야 해.라고 선생님 같이 답변하곤 했는데 말이지.


노년이 되어 삶을 되돌아보며 좋았던 시기를 떠올린다면, 단연코 어린아이가 있었던 이 짧은 시기를 생각해 낼 것 같다. 이건 내가 나이를 더 먹지 않아도 충분히 상상할 수 있는 미래의 생각일 것이라는 것. 그토록 원했던 것을 이루고, 그렇게 가고 싶었던 여행지에서 행복해하고, 많은 돈은 벌고, 수많은 경험이 쌓이더라도 그 모든 것의 우선순위에 있는 어린아이를 곁에 둔 이 시절이라는 것을.


첫째가 태어난 8년 전부터 둘째가 한창 크고 있는 지금 이 시간이 내 삶에서 가장 고귀하고 가장 많이 웃었을 시간일 것이다. 이 말은 불과 10년이 지난 뒤에도 뼈저리게 ‘맞아, 그랬지’라고 끄덕이고 있을 테니까.

그러니 소중한 오늘을 '아이 때문에' 힘들다고 생각하지 말자, 조용히 책 읽고, 커피를 마시고, 여유롭게 밥을 먹는 시간이 지금 당장 없을지언정 훗날엔 지겨울 만큼 매일 겪게 될 테니까. 지금은 ‘아이 덕분에’ 나와 남편이 함께 성장하는 시간임을 잊지 말자.




KakaoTalk_20250624_220743328.jpg 정은표 배우님의 인스타그램에서




삶에서 다시 오지 않을 시절은 참 많다. 그중 20대의 젊음이 창창히 빛나는 때는, 다시는 오지 않을 그 젊은 시간에 최선을 다해야 할 것 같았다. 최선을 다하면서도 잘하고 있는 걸까? 이 방향이 맞는 걸까? 수 차례 고민하고 걱정하면서 많은 밤을 지새우기도 한다.


시간이 어느덧 더 흐르고, 새로운 가족 특히 아이가 생기면 그 고민의 방향이 아이 쪽으로 많이 흘러간다. 나하나도 건사하기 힘들다고 생각했는데, 어느덧 내가 책임져야 할 아이를 돌보고 있다면 더더욱 혼란스럽기도 하고. 정은표 배우님은 아이를 명문대에 보내놓고도, 여전히 (작은) 아이의 사춘기를 힘들어하고 있다 하셨다. 하지만 지나고 보면 항상 그때가 좋았었다는 메시지는 사서 선생님이 나에게 해주신 말씀과 일맥상통하고 있다.


아이에게 한 차례 소리를 치고 나서는 꼭 후회가 되어 품에 있던 시절의 사진첩을 둘러보곤 한다. 이렇게 작은 아이는 품에서 웃어주기만 해도 행복하던 시절이 있었는데, 자꾸만 커 가는 아이에게 기대를 하게 되나 보다. 지나고 보면 언제나 그 시절이 가장 좋았던 것임을 나이가 들수록 더 체감한다.



종종 나는 어린아이가 있는 젊은 부부로 살아가는 이 시절이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시절일 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다.
... 인생에 한 번, 이렇게 서로에게 완전히 구속되어 꽁꽁 묶인 채로 무한히 서로를 온 마음으로 다 사랑하라는 명령이 떨어진 이런 시절을 살아 볼 가치가 있다고 느낀다.

정지우 「그럼에도 육아」



내 인생에 한 번, 서로에게 완전히 구속되어 꽁꽁 묶인 채 온 마음으로 사랑하는 시간. 지금 이 순간에도 진행 중이라 참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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