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들지 못하는 밤엔 책을 펼쳐 보아요

언제나 다정한 관찰자였던 엄마의 육아를 떠올리는 밤

by 로지

아이들과 함께 누운 밤, 찰나의 순간에 한 생각으로 잠들지 못했다. 낮에 만났던 아이의 외국인 친구 엄마에 그 말을 영어로 어떻게 표현하면 좋을까? 였는데 짧은 영어가 한계였을까. 정말 잠시였는데, 잠이 깨어버렸다.

잠자리에서 한 두 가지 생각을 떠올리다 보면 꼬리에 꼬리를 물 때가 많아서 쉬이 잠들지 못하길 한참, 차라리 일어나서 이 생각을 끊을 책을 읽자! 하고 펼친 오늘의 책. 단숨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완독.



사실 제목에 끌려서 도서관에서 한 번 빌려놓고, 읽지 못해서 한 번 반납했던 책이었다. 두 번째 우연히 또 눈에 띄어 다시 빌려놨다가 밤에 읽기 가벼운 책으로 선택되었는데, 신나게 읽기 시작해서 코끝이 찡해지며 마무리를 했다.



눈이 돌아야 엄마다. 돌아도 괜찮다. 돌아야 한다. 눈이 도는 자신을 경험하며 내가 얼마나 욕심 많은 엄마인 지 확인하는 시간이 필요하고, 아무리 욕심 많아도 결국 아이가 하지 않으면 눈이 세 바퀴가 돌아도 의미 없다는 사실을 배우는 경험도 필요하다. 사람마다 각자의 속도와 각도로 돌았던 눈은 번뇌와 자책과 후회와 다짐을 반복하다가 끝내 다시 제자리로 돌아올 것이다.
... 아직 돈 적이 없고 왜 눈이 도는지 이해되지 않는 상태라면 아주 조금 먼저 눈이 돌아간 어떤 엄마를 너무 이상한 여자로 취급하지 않기를 당부하고 싶다. 같은 엄마의 입장에서 일시적으로 눈이 도는 것쯤은 너그러이 이해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초등학교 선생님 출신의 작가님은 많은 부모의 자녀교육 멘토로 활동하시고, 교육과 관련된 서적을 많이 출간하신 작가님이었다. 아 사교육의 세계라, 아직은 먼 일 같기도 한데 초등학생 자녀를 키우는 나에게 이미 들어와 있는 세상이기도 하다. 책 속에서 부모 교육에서 열을 올리는 엄마들을 보고 '나는 아닌데' 싶은 약간의 오만함도 들었는데, 읽다가 정곡을 찔렸다.


아직 자녀의 교육에 눈이 돌아본 적이 없는 나는, 학원이나 교육 이야기만 하는 엄마들 사이에선 좀 외롭고 그들과는 다른 세계에 있는 사람 같았다. 누군가 물어보면 그저 '아직은요' 혹은 '아이가 원치 않아서요'라고 적당히 대답하곤 넘겨버렸는데, 실은 내 마음속엔 눈이 돌아버린 엄마들을 이해하기 어려운 마음이 한가득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면서도 아이가 특정 과목을 어려워하면 어떻게 도와줘야 할까를 고민하는, 양가의 감정을 모두 가진 그런 애매한 엄마였기에 뜨끔했던 것 같기도 하고.






첫 아이를 낳고 누군가가 '어떤 아이로 자랐으면 좋겠냐' 물은 적이 있었다. 우리 엄마는 나에게 어떤 사람으로 자랐으면 좋겠다.라고 바람을 말씀해 주신 적이 없었다. 누군가에게 말하는 것을 내가 들어본 기억도 없었고. 그런 영향 때문일까, 나 역시 우리 아이는 어떻게 자랐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을 깊이 해본 적이 없었다.

그래서 질문에 대한 대답을 뚜렷하게 하지 못하자, 좀 의아한 반응을 보인 사람들이 있었다.


아이가 어떻게 자라길, 바라는 것보단 '나는 어떤 엄마가 될 수 있을까'를 훨씬 더 많이 고민하고 생각했던 것 같다. 하고 싶은 것이 참 많았고, 자존감도 꽤 높다고 생각했던 나는 아이를 낳아도 아이 중심이 아닌 여전히 내 중심의 삶을 살고 싶었다. 물론 그 다짐은 현재 100% 유효하진 않지만, 육아로 힘든 순간에도 나 스스로를 다독이며 누구보다 나 스스로를 아껴주는 선택을 한다.


내 목숨보다 사랑하는 아이이지만, 그만큼이나 나도 소중한걸 여전히 잊지 않는 엄마이자 나. 육아(育兒)는 언제나 육아(育我)가 함께라는 것을!




우리는 잘해도, 못해도 불안할 수밖에 없는 과잉 정보의 시대에 살고 있다. 나 혼자는 좀 부족하고 어설퍼도 어찌어찌 살아갈 수 있을 것 같은데, 내 목숨보다 아끼는 작고 연약한 존재를 이 험하고 치열한 세상에 내어놓는 순간마다 불안하지 않다면 이상한 일. 매일 불안이라는 감정과 싸워야 하는 게 엄마라는 존재의 본질이고 일상이 되어버렸다


사람을 키워내는 엄마라는 존재의 본질이 '불안'이란 감정과 싸워야 하는 존재라는 것. 인정할 수밖에 없는 작가님의 말을 읽으며 불안을 가득 채웠던 수많은 잠들지 못했던 밤을 떠올렸다.


아주 시끄러운 곳에서도 잘 자고, 사람이 많아도 좀 불편해도 잘 자고, 특히나 비행기에서도 잘 자서 나는 여행하기에 매우 특화되어 있다 생각했다. 머리만 대면 잘 자니깐 잠을 푹 자고 일어나면 회복한 튼튼한 몸으로 여행을 하고, 예민하지 않은 기분으로 대부분의 날들을 둥글둥글 잘 보냈었던 사람이었다. 그랬던 나는 엄마가 된 뒤로 아이의 달라진 숨소리에도 잠을 깨고, 아이를 재우며 잠들었다 일어나 다시 밤 시간을 보내다 보니 다시 쉽게 잠들지 못하는 망가진 수면패턴을 가지게 되었다.


잠들지 못하는 밤, 휴대폰을 들면 더 잠들지 못할 것 같아 자려고 자려고 눈을 꼭 감고 누워있어도 시간만 흐른다. 머릿속에 끊임없는 생각을 하다 결국 검색을 하려고 휴대폰을 들면, 그날은 잠을 포기한 날이 되어버린다. 온라인 세상 속에서 만나는 어쩌면 근거가 있을 수도 없을 수도 있는 과잉 정보들은 잠재되어 있던 불안감의 존재를 서서히 키워 나간다.




KakaoTalk_20250610_133604845.jpg 생각해보면 정말 다정한 관찰자였던 우리 엄마



스마트폰이 없던 시절에 유학을 했던 나는 하루가 멀다 하고 안부를 묻는 엄마한테 국제전화가 오는 룸메이트를 보며 '우리 엄마는 내가 걱정되지도 않나?' 생각했던 날들이 있다. 시간이 흐르고, 엄마에게 전화를 기다렸다, 왜 안 했냐 물었을 때 우리 엄마는 우문현답으로 '무소식이 희소식이야'이라 답해주셨다. 작은 소식 하나하나 재잘거리지 않아도 별 일 없이 잘 지내고 있을 거라는 엄마의 말, 이 말을 정보 과잉의 시대에 아는 게 많아서 괴로운 '아는 게 병'이라는 말과 함께 떠올린다.


소식이 없는 게 오히려 좋고, 모르는 게 마음이 편하다 믿는 것.

그렇게 심플한 엄마의 육아를 떠올리며, 나도 그 길을 따라가려 오늘도 애써본다.

복잡한 생각과 고민으로 잠들지 못하는 밤엔 한 가지 주제에 집중할 수 있는 책을 펼치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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