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맥주 한 캔을 마시고 아주 일찍 푸욱 잠이 들었어요.
새벽에 일어나자마자 가장 먼저 꽃병에 물을 갈아주고
함께 읽고 있는 벽돌책 이틀 밀린 분량을 읽고 인증을 하고서
이부자리를 싹 걷어다가 빨래를 했어요
걷어 놓기만 하고 내내 미뤄둔 빨래도 개키고
빨래를 개면서 <나의 해방일지>를 되새김질하다가 자식이 울었다는 소리에 결국 소리 없이 무너진 곽혜숙 여사, 미정 엄마의 뒷모습에 또 같이 울고,
구멍 난 양말처럼 연재와의 약속도 빵꾸내고!
좀 필요했어요, 필요해요.
느슨함이랄까 헐거움이랄까
늘어진 속옷 같은
해방을 가장한 방치랄까?
어제 그림책 수업에서 <고양이 스웨터>를 읽은 탓일까요? 이 게으름과 귀찮음, 무료함과 무용함을, 흐트러짐과 헝클어짐,
숨 쉴 수 있는 구멍, 나를 풀어놓을 빈 틈이 필요했구나 알아차렸어요.
그 알아차림을 알아차렸으니 오늘은 그걸 조금 갈무리해 보는 시간을 가져요.
청소기도 돌리고 걸레질도 마저 하고
책꽂이에 책들도 좀 꺼내서 정리하고
설거지도 말끔하게 완수하고!
해지고 해져서 구멍 난 양말을 발견했는데 이상하게 한심하거나 싫거나 부끄럽지 않았어요. 나름 귀엽고 정겨운 구석도 있었어요. 이런 게 뭐 대수라고! 전혀 거슬려하지 않고 그러려니 하고 아무렇지도 않은 그런 구석이 있는 우리여서 그런대로 또 좋아요.
살아가는 동안 완전한 해방은 있을 수 없겠지만, 늘 이렇게 한 구석 해방은 남겨두어야지 싶어요. 되지도 않을 그 완벽에 가닿으려고 애쓰지 않고, 좀 자연스럽게 느슨하면 느슨한 대로 좀 두자 싶어요.
우리는 필요해요, 구멍 난 양말 같은 우리 자신의 한 구석까지도 어여삐 보아주는
너른 보듬음.
좀 그래도 돼요.
괜찮아요.
좀 쉬어요, 우리.
당근도 꽃이 핀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