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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촌철활인

가장 허무한 농사

깨 터는 시기

by 햇살나무 여운


아따-! 참말로-!


엄니가 전화를 안 받어야


요새 깨 터는 시기라!


미챠-, 아주!


이 놈의 깨 땜시 죽겄어야


그 더운디 멋허러 깨를 비러 갈 것이냐


해나 좀 빠지믄 가시든가!


일흔 넘어 여든이나 되시는 양반이


참말로 깨를 뭣하러 하냐고, 그냥 사 드시지!



그 엄니께서 말씀하셨지


농사 중에서도 가장 허무한 농사가 깨 농사라고


그 고생해서 지어놓고 털고 털어보믄


고작 손에 쥐는 것이 그 한 줌밖에 안 됭께!



그래도 엄니!

평생 지은 농사 중에 헛농사가

자식 농사는 아니여서 다행 아니요.




그 참기름, 그 고춧가루, 그 김치 먹고 안 컸소!



친구들과 안부 묻다가 나눈 대화들이 너무 정겹고 소중해서 조금 각색하고 덧붙여서 옮겨 보았습니다. 제 귀에는 전부 서로 사랑한다는 말로 들려서요. 부모 자식 간에 세상 무뚝뚝하면서도 8월 땡볕처럼 뜨거운 사랑 고백!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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