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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촌철활인

고독의 새벽, 꿈이 빚어지는 시간

요안나 콘세이요 《아무개 씨의 수상한 저녁》

by 햇살나무 여운


회색빛 그의 코트,
회색빛 집들,
회색빛 구름들...
모든 것이 뒤섞였고,
그는 그렇게 사라졌습니다.

하지만 그 어느 것도 예전과 같지 않았습니다.

- 요안나 콘세이요 《아무개 씨의 수상한 저녁》




가볍게 아침을 먹고

빨래를 하고, 설거지를 했습니다.


설거지를 하는데, 거품처럼 문장이 퐁퐁!


창문을 열고 환기를 시키고

화병에 물을 갈아 줍니다.


문장 속에는 장미의 향기도 있고 가시도 있네요.


빨래를 걷고 개고

먼지를 닦고, 차를 한 잔 마십니다.

차가 우러나는 동안 기다리듯이

문장도 우러나길 기다립니다.


하루 종일 뭐 하느냐고?

그냥 해야 할 일을 합니다.


그리고는 마침내,

고독의 새벽

하루를 살아낸 모든 재료가

이불을 덮고 밤을 지나며 꿈을 꾸고

빛을 발하기 시작합니다.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그 새벽

글을 쓰고

천을 기우고

그림을 그리며

꿈이 쓰여지고

별자리가 기워지고

미래가 그려지고

추억이 우러납니다.


하루 종일 뭐 하느냐고?

그다지 특별히 중요한 일을 하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지나고 나면

알게 되겠지요.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그다지 특별해 보이지 않는 그 일들이 없다면

그 어느 것도 빛나 보이지 않는다는 걸

고독의 새벽이 사라지고 나면

그 무엇도 예전과 같을 수 없다는 걸.


깊은 새벽 우리는 모두

고독한 아무개 씨입니다.

별을 빚고 꿈을 빚는

빛을 빚고 숨을 빚는.


#요안나콘세이요

#아무개씨의수상한저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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