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구도심 걸으며 전시장 구경하고 맛집도 찾는 재미가 쏠쏠하다.
6월 15일(일요일)까지 하는 2025 대전국제사진축제를 관람하기 위해 10일(화요일) 대전을 향했다. KTX로 가도 되지만 아침 6시 30분 정도에 서울역을 출발해야 하루 내에 전시장을 다 볼 수 있을 듯 해 포기했다. 몸은 좀 더 피곤하지만 6시 10분쯤 집에서 자가용으로 출발했다. 기름값, 통행료, 주차료 등을 생각하면 비쌌지만 조금 늦게 출발가능해 이렇게 정했다.
전시는 10군데 크고 작은 갤러리와 전시장에서 열린다. (대전국제사진축제 홈페이지에 안내된 전시장은 11군데로 나온다. 같은 주소라 한 건물 내에 있는 두 군데 인가 싶었는데 현장확인하니 개막식날 행사가 열린 곳이라고 한다.) 모든 전시는 무료 입장이다. 대전 지하철 중앙로역과 중구청역 사이 대흥동 일대에 전시장 8군데가 모여 있다. 확인해 보니 8 군데는 도보로 이동 가능한 거리였다.
MS Copilot을 이용해 최소 시간으로 관람동선을 만들어 보라고 시켰다. 전시장 관람시간은 1시간 정도로 넉넉하게 잡았다.(실제 관람시간은 오래 걸리지 않았다.) 결과물이 나온 뒤 네이버 지도를 통해 확인하니 한 군데가 순서가 바뀌어 있었다. 이를 내가 수정한 뒤 만든 순서가 아래와 같다. 그리고 행사 홈페이지에는 '주차 갤러리'라고 적혀 있는데 실제 가보니 '갤러리 주차'였다. 이마저도 네이버 지도앱에는 제대로 나오지 않는다.(네이버 지도에서는 '문화공간 주차'로 검색하니 나왔다.) 결국 팸플릿에 적힌 지도를 보고 힘들게 찾았다. 나머지는 어려움 없이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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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동상점가 공영주차장 / 대전시 중구 중교로 83
1. 대전예술가의 집 / 대전시 중구 중앙로 32 / 도보 28분
2. 스페이스 테미 / 대전시 중구 테미로 44 번지길 40 / 도보 15분
3. 화니 갤러리 / 대전시 중구 대흥호 71번 길 27 / 도보 10분
4. 대전 갤러리 / 대전시 중구 중교로 56 대전평생학습관 / 도보 6분
5. 이공 갤러리 / 대전시 중구 대흥로 139 번지길 36 / 도보 2분
6. 우연 갤러리 / 대전시 중구 대종로 467 / 도보 2분
7. 갤러리 주차 / 대전시 중구 대흥로 157번 길 40-12 / 도보 5분
8. 아리아 갤러리 / 대전시 중구 중앙로 170번 길 48 / 도보 3분
은행동상점가 공영주차장 / 대전시 중구 중교로 83 / 도보 2분
9. 작은창큰풍경 / 대전시 동구 대전천동로 580 / 차량 8분
10. 탄 갤러리 / 대전시 서구 문정로 148 굿앤월드빌딩 / 차량 1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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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착지를 은행동상점가 공영주차장(대전시 중구 중교로 83)으로 정했다. 9시 20분쯤 도착해 주차했다. 첫 번째 장소인 '문화복합예술공간 대전예술가의 집'까지 도보로 30분 가까이 걸려 근처 지하철 중앙로역에서 전철 이용하기로 했다. 중구청역이나 서대전네거리역 모두 내린 곳에서 비슷한 거리인데 두 정거장 거리인 서대전네거리역에서 내렸다.
전시장 발문 혹은 사진집 첫 페이지에는 전시된 작품에 대한 소개 혹은 목적 등이 적혀 있다. 이를 보면 전시된 사진(혹은 작품)을 어떤 의도를 가지고 해석해야 할지 지침이 된다. 하지만 작품을 본 관람자의 해석 범위를 제한하기도 한다. 물론 해석에 필요한 지적 바탕이나 경험의 층위가 얕다면 이게 도움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우리가 흔히 말하는 첫인상, 그러니까 사진을 본 사람의 첫 느낌에 한계를 두기도 하니, 나는 그냥 작품을 보고 난 뒤 이런 글을 읽는 것을 추천한다. 자신의 생각과 비슷하다면 작가의 의도가 성공했다는 것이고, 혹은 유명 전문가가 쓴 내용에 동감한다면 나의 지적 수준이 높아진 것이라 할 수 있을 테니... 물론 알듯 말듯한 문투로 적은 글이 쉽게 쓴 글에 비해 다가가긴 쉽지 않지만... 하긴 이런 말투는 엄숙함, 내지는 전시장을 방문한 사람에게 긴장도를 높인다. 그 덕에 전시된 작품을 가볍게 다루면 안 될 것 같은 (형식적이라도) 차분함을 챙기게 된다.
'문화복합예술공간 대전예술가의 집'에서 [도시와 휴먼]이란 주제로 위지(Weegee), 마이클 울프(Michael Wolf), 박부곤, 토비아스 티츠(Tobias Titz), 장 샤오(Zhang Xiao), 올리 켈렛(Oli Kellett), 줄리 흐르도바(Julie Hrudova), 하비에르 알바레즈(Javier Alvarez), 신야 아리모토(Shinya Arimoto), 고하르 다시티(Gohar Dashti), 모르텐 앤더슨(Morten Andersen), 김승구, 피에르와 플로렌(Pierre & Florent)의 작품을 전시하고 있다.
만일 10군데 전시장을 모두 돌아볼 시간이 없다면 주제전 1관인 이곳 한 군데만큼은 볼 필요가 있다. 가장 크고 이번 행사를 대표하는 전시다.
전시된 사진 중 일부는 대전포토페스티벌 홈페이지 '주제전' 안내 페이지와 특별전 홈페이지에 공개되어 있다. 사진을 보려면 링크를 따라가 보시길...
햇빛이 뜨거웠다. 덥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가볍게 걷기에 살짝 부담이 됐다. 두 번째 전시장인 '스페이스 테미'는 언덕길 위에 있었다. 개인주택을 개조한 작은 갤러리였다. 여기에서 김주영의 '장승과 벅수' 사진을 볼 수 있다. 검오일(Gum Oil) 프린트 기법으로 인화한 흑백 사진이 빽빽하게 걸려 있다. 거친 질감의 흑백 사진 속 피사체인 장승과 벅수들이 뿜는 기운이 전시장을 가득 채웠다.
다음 장소인 '화니 갤러리'는 언덕길을 내려가는 길이라 수월했다. 여기서는 사진가 홍균의 '아메리카 타운' 사진전이 열리고 있다. 군산 옥구평야에 조성된 미군 위락시설에서 성매매 등으로 일하는 필리핀, 러시아 여성들을 기록했다. 동두천 등 미군부대 주변에 조성된 성매매 위락시설이 평택 미군부대 조성 이후 쇠락했고, 성매매 금지 정책으로 거의 사라졌다. 러시아와 필리핀 여성으로 채워진 이곳 모습이 일정 부분 국제화된 대한민국 모습 중 하나라는 게 씁쓸하다.
주제전 2관인 '대전갤러리'에서는 노기훈과 한효진의 사진이 전시되고 있다. 대전갤러리는 대전평생학습관 내 있는 건물 중 하나여서 '대전평생학습관 대전갤러리'로 지도에서 검색해야 나온다. 지도앱으로 현장에 도착해서 3개 건물 중 하나인 대전갤러리를 찾느라 살짝 헤맸다. 주변에 포스터 등으로 장소를 안내를 해주었으면 찾아온 관람객이 쉽게 찾았을 것이다.
10대들이 이용하던 콜라텍이 노년층을 위한 무도장으로 바뀐 모습을 사진가 한효진이 포착했다.
인물들의 표정에서 자신감, 행복, 기쁨이 묻어났다. 춤이 이들을 밝게 만들었다는 것을 사진이 증명했다.
주제전 3 관인 '이공 갤러리'는 도보로 2분 정도 걸렸다. 여기에서는 김태동과 이동근의 사진이 전시되고 있었다. 아래 사진은 이동근의 사진이다.
이어서 '우연갤러리'에서는 해외협력전으로 '키요사토 사진미술관(K*MoPA) 30주년 기념전'이 열리고 있다. 키요사토 사진미술관은 1995년 개관 이후 전 세계 젊은 사진가의 창작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이들의 작품을 소장해 왔다. 35세 이하 사진가를 대상으로 하는 영포트폴리오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젊은 사진가의 다양한 시선을 한자리에서 볼 수 있다.
다음으로 찾은 '주차 갤러리'는 가까운 5분 거리임에도 상당히 헤맸다. 일단 '주차 갤러리'가 아니라 '갤러리 주차'였고 네이버 지도앱에서는 '문화공간 주차'로 검색해야 했다. '주차'로만 검색하면 전국의 주차장이 나열됐다. 여기서는 사진가 이강산의 '여인숙' 시리즈 사진이 전시되고 있다.
이강산 사진가는 2007년 7월 포항 구룡포에 있는 '매월 여인숙'에서 첫 촬영을 시작해 15년 가까이 1차 작업을 마친 뒤 사진집 '여인숙'(눈빛 2021)을 출간했다. 이후 2021년부터 2025년 현재까지 1평 남짓한 여인숙 달방에 거주하면서 2차 심층 작업을 하고 있다. 외부인에게 배타적인 달방 거주인과 사귀기 위해 이곳에 거주하면서 친분을 쌓고 사진작업을 조금씩 조금씩 진전시키고 있다. 전시된 사진도 초상권 문제로 일부 인물 사진은 관람객의 촬영을 금지했다. 전시는 허락했지만 온라인, 혹은 출판은 거부했다고 한다.
'아리아 갤러리'에서 열리는 '월드프레스 포토 70주년 전'이란 팸플릿 소제목을 보고 기대가 컸다. 그러나 막상 가보니 팸플릿을 대형 인쇄한 듯한 전시물이 몇 개 있는 정도였다. 매그넘 사진가인 크리스티나 데 미델 (Cristina de Middel)이 기획한 애드온 전시라고 팸플렛에 소개되어 있는데 실제 보니 실망이었다. 텍스트와 사진의 조합이라는 명분은 내게는 시각테러였다. 아마도 제대로 된 기획이 없었던가, 심하게 말해 사기당한 것 아닌가 싶을 정도였다. 별로 추천하고 싶지 않은 전시다. 그냥 쓱 보고 나오면 되는 전시다.
이후 차량 이동을 위해 주차장으로 가기 전 대전의 유명한 빵집인 성심당을 찾았다. 유명 빵집의 위용을 보여주듯 손님 줄이 계속 이어졌다. 빠르게 진행되는데도 줄이 끊어지지 않았다. 성심당 직원들은 빵을 판매하기 위해 하루 종일 빵을 만들고 있을 것 같다. 직원 복지를 위한 어린이집이 별도 건물 한동 전체를 이용하고 있었다. 나는 유명한 망고시루를 4만 3000원에 샀다. 특이한 것은 일반 빵을 파는 곳과 다른 건물에서 망고시루만을 전문적으로 만들고 판매하고 있었다. 집에 와서 먹어보니 과연 먹을만하고 유명할 만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암튼 망고시루를 구입한 뒤 차를 타고 주제공모전 전시장인 '작은창큰풍경 갤러리'로 향했다.
'작은창큰풍경 갤러리' 바로 뒤편에 대전천공영주차장(대전 동구 중동 51-16) 있어 주차는 편리했다. 전시장에는 류승진, 권해일, 김기환 3인 사진가 사진이 전시되고 있다. 류승진 사진가는 야간에 낮과 달리 보이는 건물 모습을, 권해일 사진가는 일명 양옥으로 불리는 주택에 사는 사람의 모습을 촬영했다. 그리고 김기환 사진가는 지하철 택배 배송 일을 하는 노인들을 추적했다.
마지막으로 '탄 갤러리'를 찾았다. 역시 차량을 이용했다. 이곳에서는 국립현대미술관 미술은행 사진컬렉션을 전시하고 있다. 구성수 권순관 금혜원 김건희 김시하 박주연 박찬민 박진영 박현두 안세권 이순리 이익재 사진가의 작품을 전시하고 있다. 국립현대미술관 미술은행 소장하고 있는 사진 컬렉션 오리지널 프린트 전시이다. 국립현대미술관 소장품에 걸맞은 다양한 현대 사진을 볼 수 있어 좋았다. 다른 전시장에 비해 외진(?) 곳이라 접근성이 좋진 않았지만 내용은 좋았다.
주차는 굿앤월드빌딩(대전시 서구 문정로 148) 주차장을 이용하거나 근처에 있는 하이파킹 대전뉴한양프라자 주차장(대전 서구 문정로 131)을 이용하면 된다. 나는 이곳을 이용했다.
탄 갤러리는 건물 5층에 있다. 도착해 입구를 들어서니 이런 공간이 나왔다. 클래식 카메라가 벽 한편을 장식하고 있었다. 잔잔한 음악이 흐르고 있었는데 사람이 보이지 않았다. 조용하게 전시를 보고 나왔지만 현장을 지키는 사람이 없으면 안 될 듯싶다.
이번 행사는 2회째라고 한다. 그래서인지 관람객이 거의 없다시피 했다. 나 말고 다른 팀을 본 게 두 어 군데뿐이었다. 기획과 내용을 더욱 충실하게 만들고 관심도를 높인다면 나름 괜찮은 사진 축제가 될 것 같다. 이미 동강사진축제는 탄탄하게 자리 잡았고 대구 사진축제도 기반을 잡은 것 같다. 이들 못지않은 사진축제가 대전에서도 이뤄지길 기대해 본다.(사실 너무 많은 것도 문제가 될지도 모른다.)
팸플렛에 오자가 보이는 게 아쉽고, 행사 책자에는 사진만 실었는데 전시장에서 본 사진 옆 설명문도 같이 있었으면 좋았겠다는 생각이다. 특히 위지(Weegee)의 사진은 포토저널리즘 사진이니 더욱 설명문이 필요했다. 책자는 3만 원이었는데 계좌이체만 가능했다. 계좌이체를 하니 대전충청보도사진가회 후원금 명목으로 입금이 되었다. 판매직원 말로는 0을 한번 더 누르는 실수를 해서 30만 원 입금이 된 것도 있다고 했다. 실수가 아닌 진짜 후원금 일 수도 있다고 했다. 직원은 입금완료만 확인했기에 액수는 나중에 전해 들었다고 한다.
마지막 갤러리를 보고 나오니 오후 3시 가까이 되었다. 걸음 수는 1만 1000보를 넘겼다. 대전 구도심을 지나면서 사진도 보고 대전역과 대흥동 근처 노포 맛집에서 요기도 하면서 알찬 하루를 보냈다. [빈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