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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빈모 Apr 27. 2019

후쿠시마 하청 노동 일지

후쿠시마 원전사고 복구 하청노동자가 본 현장

인간은 문명 발전 과정을 통해 여러 가지 동력원을 사용했다. 동물을 이용한 마차를 비롯해 풍차·범선 같이 바람도 이용했고 물방앗간은 수력을 이용했다. 증기기관 발명과 함께 한 산업혁명 이후 등장한 전기는 현대사회에서 절대 없어서는 안 되는 동력원으로 자리 잡았다. 전기를 생산하는 여러 방식이 나왔지만 결국 지난 문명 발전 과정에서 등장한 열에너지를 이용한 방식이 가장 흔하게 사용됐다. 수력·풍력 발전은 계절과 시간에 따라 일정치 않다는 단점이 있지만 화석연료를 태우는 화력발전은 연료만 공급되면 꾸준하게 일정한 공급을 보장해 주었다. 


그러나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미세먼지, 유해 가스 등이 문제가 되었고 자원이 고갈되면서 생산단가가 높아질 수밖에 없었다. 이에 따라 새로운 연료로 우라늄을 이용한 원자력 발전에 눈길을 돌리게 된다. 저렴한 단가, 청정연료라고 했지만 사실상 일부만을 강조한 외눈박이 선전이었다. 물리학의 기본인 에너지 보존 법칙을 넘어설 수 없다는 점을 무시한 것이다. 모든 물질은 열이든 빛이든 형태가 변하는 순간 또 다른 부산물을 만들면서(또 다른 물질로 바뀌면서) 처음 가지는 에너지는 변치 않는 것이다. 우라늄이 막대한 열에너지를 주지만 함께 발생하는 방사성 부산물이 문제이다. 인체에 유해한 방사성 부산물 처리비용까지 생각한다면 원자력 발전이 비용 대비 효과가 크지 않다는 게 환경론자들의 주장이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원자력 발전을 대치할 만한 안정적인(물론 관리가 철저하다는 전제하에) 대규모 전기 공급장치가 없다는 게 문제다. 이미 현대사회는 전기공급 확대를 요구하고 있다. 개인마다 손에 들려 있는 스마트폰을 비롯해 AI, 클라우드 서비스, 전기차 보급 증가 등을 보면 절대적인 전기공급 확대(게다가 저렴한 가격에)가 필요하다. 결국 원자력 발전이 퇴출되어야 한다는 주장만큼 존치 요구도 강하다. 이런 논란은 태양광·풍력 등 친환경 동력의 효율이 극대화되지 않는 이상, 그리고 현재 연구하고 있는 핵융합 발전(일부는 헛발질이라는 비난도 한다.)이 현실화되지 않는 이상 계속될 것 같다.

Nuclear power: dirty, dangerous and expensive [Greenpeace.org] 

일본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 사고 후 모습 [그린피스]

이런 상황이다 보니 원자력 발전은 계륵(鷄肋) 같은 존재가 되고 있다. 일반인들이 원자력 발전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가 결정적이다. 2011년 3월 11일 발생한 도호쿠 대지진과 거대한 쓰나미에 휩쓸린 후쿠시마 원전은 맥없이 무너지면서 재앙으로 다가왔다. 후쿠시마 원전은 구 소련의 체르노빌, 미국의 스리마일 원전사고와 함께 3대 원전사고로 기록됐다. 후쿠시마 원전사고는 다른 두 사고와 달리 사고 과정이 중계방송되면서 더욱 공포감을 키웠다. 원자로 상층부가 수소 폭발로 날아가는 장면은 TV 시청자에게 충분한 공포를 주었다.  1986년 옛 소련의 체르노빌 원전사고 때와 같은 ('국제 원자력 사고 등급', INES 기준으로 최악 수준인) 7등급으로 기록된 후쿠시마 원전사고는 2019년 4월인 지금까지도 사고 수습과정이 이어지면서 공포는 계속되고 있다.


원전 전문가들은 원자력 발전은 충분히 제어할 수 있으며 그만큼 안전한 발전방식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후쿠시마 원전사고는 인간의 실수가 원인인 다른 두 곳의 사고와 달리 거대한 자연재해 앞에서 무력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보여 주었다. 어찌 보면 이 또한 (지진 같은) 재해에 충분한 대비를 하지 않았고 사고 이후 신속한 대처를 못한 인간의 잘못이기도 하다.  그렇다 해도 자연재해는 예측할 수 없기에 원자력 발전에 대한 의심도 줄지 않고 있다.


세계의 주요 원전 사고 [뉴스클립] 뉴스 인 뉴스<227> [출처: 중앙일보]

[한겨레신문] 후쿠시마, 세계 3대 원사고 기록될 듯 기사 참조

후쿠시마, 세계 3대 원전사고 기록될 듯 [한겨레신문] 2011-03-13 20:37

세계 3대 원전사고 교훈…"정확하고 신속한 정보 제공"  [연합뉴스]  2018-04-10 17:09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8년이 지난 지금까지 일본 정부는 복구에 온 힘을 쏟았다. 2020년 도쿄 올림픽을 앞둔 일본 정부로서는 상당히 중요한 문제다. 그런데 한국의 ‘후쿠시마 수산물 수입금지 조치’ 관련해 일본이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한 분쟁에서 한국이 승리한 것은 아베 정부로서는 악재다. 그래서 얼마 전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후쿠시마 사고 현장을 평상복 차림으로 방문해 안전함을 선전했다. 


[중앙일보] 후쿠시마 어퍼컷 날린 WTO 검투사는 35세 예비신부

[중앙일보]日 막장 뒤끝···후쿠시마 패소하자 이번엔 WTO 때리기


아베 총리가 후쿠시마 원전이 복구되고 있고 안전함을 강조하고 있지만 복구 작업에 참가했던 이케다 미노루는 의문점이 많다고 말한다. 이케다 미노루는 도쿄에서 우체부로 일하다 2013년 3월 말 60세 정년을 맞아 퇴직했다. 퇴직 다음 해인 2014년 2월부터 2015년 4월까지 1년여간 후쿠시마 주변지역과 원전 내부 시설 제염 작업원으로 취업해 일했다. 제염 작업을 하면서 본 미비점과 직접 경험한 여러 일들을 모아 '후쿠시마 하청노동 일지'라는 책으로 묶었다.

후쿠시마 하청노동 일지/이케다 미노루/두번째테제/2019.4.5/1만6000원

제염작업에 참가하는 회사는 하청, 재하청, 즉 2차, 3차로 이어지는 수직 구조 속에서 운영되고 있었다. 그래서 같은 일을 하면서도 받는 급여에 차이가 있었다. 또한 불합리한 지시사항도 어쩔 수 없이 해야 하는 그런 구조였다. 방사선량을 줄이는 제염 작업도 정밀하지 못함을 본다. 최악의 원전사고 수습과정인데도 비용 문제와 목표치를 달성하기 위해 적당선에서 타협하고 넘어가는 것이 아닌지 의심을 한다. 작업에 참가하는 사람들은 사명감보다는 낮은 임금이라도 받아야 하는 사람들이었고 심지어 야쿠자 같은 조직폭력단원도 있었다. 


참고자료 : [그린피스 보도자료 : 2019-03-08]

후쿠시마 방사능 오염 제거 작업 여전히 효과 없어


이케다 미노루는 제염 작업을 한 1년여간 총 누적선량이 7.25밀리시버트였다. 후쿠시마 원전 현장 근무자 연간 평균 피폭선량인 4.9밀리시버트에 비해 높았다. 그러나 도쿄전력이 상한선으로 정한 연간 20밀리시버트(법으로는 1년 50밀리시버트, 5년간 100밀리시버트)와 비교하면 적은 수치로 나왔다. '바로 건강에 영향을 미치는 수치는 아니'라고 하지만, 5년 후 10년 후 어떤 영향을 줄지는 아무도 모른다고 필자는 책에 적었다.


그런데 일본의 원자력규제위원회는 원전 사고 대응의 하나로 작업원의 피폭선량 상한을 현행 100밀리시버트에서 250밀리시버트로 올리는 '원자로 등 규제법(노규법) 개정안'을 승인해 2016년 4월부터 시행했다. 이와 함께 생애 피폭 선량 한도를 1000밀리시버트(1시버트)로 하는 것을 장관 지침으로 성립시켰다. 결국 또다시 이런 사고가 발생하면 인원을 투입하기 쉽게 피폭 한도를 높인 것이다.

또한 '긴급 작업 종사자'를 지원제로 선임한다고 했지만 위탁 사업자도 포함되어 있어 많은 하청 노동자가 반강제적으로 긴급 작업에 투입될 여지도 있다. 


실제로 방사선심의회(2015년 7월 23일)에서 "250밀리시버트를 넘을 듯한 사태가 되면 수습을 단념할 것인가"라는 심의위원의 질문에 원자력규제위원회는 "만에 하나 그렇게 상정한 것을 넘어서는 사태에 대해서도 준비해야 하는 저희 입장에서, 정당화 원칙이 인정되는 경우라면, 국제적 참고 레벨(500밀리시버트)을 고려한 운용이 가능하다"라고 사토 사토루 원자력 규제 기획과장이 답변했다. 한마디로 사고 시 피폭에 상관없이 무조건 수습을 위해 전력을 다하라는 의미이다. 구 소련의 체르노빌 원전사고 수습은 목숨을 걸고 투입된 소방대원과 예비군의 희생이 없었다면 가능하지 않았다. 체르노빌 원자력 발전소 폭발 사고 [나무 위키]


필자는 현재 후쿠시마 하청 노동의 실태를 알리는 활동을 하고 있다고 저자 소개에 밝혔다. 책은 후쿠시마 원전 복구작업 환경과 문제점을 보여주긴 하지만 좀 더 정밀하고 구체적인 사례가 많지 않아 아쉽다. 필자의 제염 작업 근무 여건 한계 때문일 수 있다. 하지만 직장생활 60세 정년을 마친 뒤 이렇게 사회의 문제점에 몸으로 부딪쳐 밝히는 열정만큼은 부럽고 배울 점이다. - 빈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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