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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잔잔 Feb 10. 2023

#14. 라파즈, 그 잔잔한 여행

볼리비아에 첫 발을 디디며


버스를 타고 이동하던 중 한참을 기다려 페루 출국 도장과 볼리비아 입국 도장을 꾸욱- 받았다. 각자 버스에서 내려 자기 짐을 꺼내 검사를 받는데, 왜 볼리비아가 아직 후진국인지 알 것같은 느낌이었다. 러시아나 몽골 같은 곳도 랜덤이긴 하지만 엑스레이로 짐검사하는 것이 따로 있었는데 여기는 직접 모든 짐을 하나하나 다 열어보라고 한 뒤 확인한다. 내 배낭을 열어보래서 열었더니, 보지도 않고 가라고 한다. 아니, 이래서 마약이 성행하는 것 아닐까요..


이후에도 또 지겹도록 버스를 타고 겨우 도착하여 우리가 예약한 Loki hostel까지 터미널에서 걸어갔다. 10분남짓 걸어가니 그 곳이 나온다. 체크인을 하는데 생각보다 괜찮다. 디자인만 보면 호스텔이 아니라 호텔같달까. 짐을 내려놓기가 무섭게 우린 바로 여행사를 찾으러 나왔다. 길 가다가 보이는 곳에 들어갔는데 비행기 포함하여 볼리비아 돈으로 2000볼이라 그래서 그냥 바로 오케이 해버렸다.(대부분 2200~2400 정도 부른다고 하는 이야기를 들었었기에) 더군다나 여긴 트립어드바이저에서도 추천하는 곳이기에 믿고 오케이 했다.


다만 원래 다음날 바로 가려 하였는데 바로 가는 비행기가 없어서 결국 그 다음날 비행기를 예약했다. 투어는 2박 3일이고, 바로 비행기 타고 다시 라파즈로 온 다음 우유니로 갈 계획이다. 굉장히 빡센 일정이지만 그래도 해내야만 한다. 시간과 돈이 모두 촉박한 우리니깐. 그나저나 하루종일 과자만 먹어 배가 너무 고파 여행사에 있던 언니한테 맛집을 물어 찾아갔다. 이름이 Restauranr Popular이라는데, 가보니 공사중이란다. 결국 트립어드바이저에서 추천한 곳 갓는데 이름이 Sol y Luna였다. 볼리비아 물가치곤 비싼 곳이라 손님들은 다들 여행자들 뿐이다. 


역시나 트립어드바이저는 배신하지 않았다. 꽤나 맛있는 음식들이었다. 수프, 맥주 두 잔, 라마 고기, 치킨스테이크로 메인 메뉴 2개를 골랐는데 아무리 엄청 비싼 곳이라고 하지만 도합 2만원도 채 나오지 않았다.  


그 곳에서 먹은 메뉴들. 나는 음식을 잘 찍지 않지만 K가 찍어서 남겨두었다. 지금보니 기억이 새록하다.



펌킨스프는 남미에서 먹은 것 중 단연 최고였다. 닭고기인지 돼지고기인지, 중간 메뉴는 나쁘지 않았고, 마지막 궁금했던 라마 고기는 조금 질긴 편이었다. 양고기 같은 느낌이랄까. 2만원의 행복으로 배를 땅땅 두드리며 나갈 수 있었다.


호스텔에서 첫날이라 우리에게 웰컴 드링크 준다고 했는데 8시부터 9시까지 가능하단다. 그래서 그 전까지 30분만 자자, 하다가 너무 피곤했던 우리는 일어나보니 이미 밤 12시 30분이었다. 그나마 깬 것도 호스텔이 진짜 너무 시끄러웠다. 보통 매너타임이 있을텐데, 아마 이 곳은 파티를 위한 호스텔인듯 했다. 웰컴 드링크를 줬을 때 부터 알아봤어야 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너무 피곤했기에 다시금 잠에 빠져든다.




느즈막히 아침에 일어나서 생각해보니 집을 나온지도 벌써 3주가 되어 있었다. 버스를 너무 많이 타서인지 여행 하는 시간이 행복해서인지, 시간이 얼마 지나지 않은 줄 알았는데, 한량처럼 사는 인생의 시간은 참 빠르게 흘러간다. 


전날 저녁 7시반에 잠들긴 했지만 중간에 일어난 뒤 세 시간을 자지 못했다. 호스텔의 파티 소리가 너무 시끄러워서. 그래서 겨우 다시 잠들었다가 8시가 되기 조금 전에 일어났다. K는 가만히 내버려두다간 12시에 일어날 거 같아서, 결국 10시에 깨웠다. 여유로운 날이라 상관은 없었지만, 사실 최고의 맛집 중 하나인 파세냐 라 살테냐를 가서 먹어야 했기 때문이다. 여긴 오전까지만 연다고 했기 때문에 늦으면 안 된다.


그렇게 비몽사몽한 K를 깨워서 출발했다. 파세냐 데 살테냐는 체인점으로 두 개가 있다고 들었다. 더 가까운 곳으로 갔는데, 현지인들이 정말 줄서서 먹는 집이었다. 그렇게 우리는 고기 2개, 닭고기 1개, 하와이안 1개, 치차+우유, 과일+우유가 들어간 주스를 각자 시켰다. 이렇게 해서 가격이 50볼(=8000원 정도)이었다. 매번 음식을 먹을 때마다 감탄을 금치 못한다.   


살테냐



안타깝게도 내용물을 못 찍었다. 그런데 정말 고기 즙이 장난 아니다. 전날까진 호박스프가 남미에서 먹은 1위였으나 현재는 저것으로 바뀌었다. 살테냐 만만세다. 하와이안 살테냐는 알고보니 하와이안 치즈를 넣은 살테냐였다. 거기에 햄이랑 기타 등등 섞은 것이었지만, 그래도 역시나 고기와 닭고기가 있는 것들이 더 맛있었다. 


배부르게 먹고 나온 뒤, 우리의 할 일을 하러 나왔다. 달러 인출하기, 선크림 사기, 한인마트 가기. 달러를 인출하러 산타 크루즈 ATM기로 갔는데 앞에 경비원들과 군인들이 서 있다. 남미는 카드 복제가 많다는데 그렇게 서 있는 것을 보니 안심이 되었다. 그렇게 볼리비아 돈과 달러를 인출했다. 할 일 1번 성공.


한인마트로 가는 길에 커피집이 있어서 지나가다가 들러 보았다. 오랜만에 맛보는 진짜 커피. 너무 맛있었다. 산미가 느껴진다. 서점 안에 있는 카페였는데, 그래서 일까, 카페의 이름도 The writer's cafe 였다.  


커피 한 잔의 여유
커피 한잔의 여유카페라떼, 프렌치 프레스라는 커피,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책이 가득한 장소.


조금 여유와 힐링을 즐기다가 다시금 나가서 걸어가는데 굉장히 많은 쇼핑센터들이 있었다. 선크림을 찾으러 사방으로 돌아다녔지만 선크림을 어디서 파는 지 알 수가 없었다. 약국도 가보았는데 없어서, 다시 쇼핑센터를 돌아다녔는데 올리브영의 하위버전 느낌의 상점이 있었다. 거기서 니베아 선크림을 득템했다. 할일2 성공. 한때는 까무잡잡한게 섹시해보여서 그렇게 피부색을 만들고 싶었으나 몸매가 따라주지 않는 상태에서 그렇게 햇빛으로 까맣게 타버리면 그냥 지저분한 탄색 피부가 되는 것을 깨달았다. 그래서 열심히 피부를 아껴주기로 했다. 


마지막으로 한인마트에 갔다. 가격은 비싸지만 너무 먹고싶다. 남미의 톡 쏘는 매콤함과는 다른, 우리나라만의 서늘한 매콤함. 신라면 봉다리 4개를 사고야 말았다.   


입구부터 신라면 자랑


구글맵에 unicentro라고 치면 나오는 곳이었는데, 입구에서부터 이렇게 신라면 홍보를 해 놓았다. 아니, 안 먹을 수가 있냐구요. 얼른 산 뒤, 일단 호스텔로 돌아가서 우리가 인출한 꽤 큰 돈을 내려놓고자 하였는데, 걸어가는 길에 미용실에 있던 사람이 우릴 보면서 앞에 붙여놓은 '꽃보다 남자' 표지를 가리킨다. 한국거라고 자랑한다. 너무 오래전 작품이라 지금 보면 웃긴데.. 남미에서는 인기가 좋은가보다. 약간 남미 드라마 텔레노벨라 같은 느낌이 나서 그런가.


호스텔에서 잠시 쉬다가 근처에 시장이 있다는 말을 듣고 과일을 좀 사러 나왔다. 15분 정도 걸으니 나오는 시장. 생각보다 뭐가 없는 곳이었다. 과일 샐러드에 요거트를 넣고 아이스크림에 푸딩까지 얹어서 주는데 가격이 1000원 정도였다. 현지인들이 엄청 많다. 완전 한끼 식사의 느낌이었는데, 횡재했다. 


들리는 말로는, 여기선 3볼짜리 케이블카를 안타면 손해라는 말을 들었다. 그래서 구경하다가 한 번 타러 갔다. 참고로 라파즈는 교통수단이 케이블카다. 지하철 등을 설치하기에 좋은 고도가 아니라서 그 대신 케이블카를 교통수단으로 사용한다고 했다. 


낄리낄리 전망대를 가려고 하는데 정확한 위치를 알 수가 없었다. 그래서 가장 가까운 케이블카 역으로 가려는데 일단 무작정 높은 곳으로 올라가 보았다. 케이블카를 한 3번은 갈아탄 듯 한데, 갈수록 멀어지는 낄리낄리 전망대였다. 일단은 뭣 모르고 케이블카를 타고 올라가는데 군인들 네 명과 볼리비아 아저씨 한 명과 같이 타게 되었다. 그 아저씨가 우리보고 어디서 왔냐고 묻길래 서울에서 왔다고 했더니 옆에 있던 여군이 너무 좋아한다. 한국 드라마를 본 것일까. 다만 아무도 영어를 못해서 더이상 말을 할 수 없었다. 


볼리비아 아저씨가 케이블카를 타고 올라가면서 막 설명해준다. 왼쪽은 부자동네고, 오른쪽은 가난한 동네고. 루레나바께 좋고, 나중에 자전거 투어도 해보면 너무 좋고. 기타 등등. 군인들한테 스페인어로 말 좀 걸어볼랬는데 아저씨가 설명을 많이 해주셔서 군인들에게 말을 걸 시간이 없었다. 연예인 된 기분 또 한번 느껴보려했는데. 이 쯤되면 나는 남미 전담 관종인듯싶다. 


아무튼 낄리낄리 전망대를 포기하곤 결국 그냥 우리가 보기에 가장 높은 곳에서 야경을 보기로 한다. 다만 너무 추웠다.  


고도가 4095m라고 표시해뒀다

눈앞으로 설산이 보인다. 야경까지 거의 한 시간은 더 기다려야 할 듯했다. 30분 동안 야외에 앉아서 벌벌 떨며 그냥 포기했다. 이러다 감기 걸려서 아마존에서 고생할 것 같았다. 결국 야경도 보지 못한 채, 그렇게 다시 내려온다. 분명 케이블카가 매우 싸다고 들었는데 계속 길을 잃어서 너무 많이 갈아탄 우리는 거의 택시비만큼 케이블카 비용이 들었다. 


내려와서 호스텔에서 Lady's night으로 꽁짜술을 준다하여 달려갔다. 어제 못먹은 것 까지 먹으러.. 그렇게 즐기면서 놀다가 내일 새벽 6시에 기상해야 함을 깨닫고 저녁 10시 반쯤 들어가 잠에 들었다. 드디어 내일은 내가 모든 남미 일정 중에 가장 기대하던 아마존 여행이다. 두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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