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추픽추만큼 유명했던 한국인 K와 나
드디어 마추픽추를 가는 날이다. 가장 기다린 시간들 중 하나다. 다들 페루에 오는 이유가 마추픽추에 가기 위한 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새벽 5시에 일어나 밥을 먹고 6시까지 만나기로 한 가이드를 만났다.
아구아 깔리엔떼라는 마을에서 마추픽추로 바로 가는 버스가 많았는데, 편도로 12달러다. 올라가는 것은 투어에 포함이지만 내려오는 것은 따로 구매하거나 1시간 좀 넘게 걸어 내려와야 한다고 한다. 그렇게 버스를 타고 올라가면 2시간은 가이드 설명, 2시간은 자유 관람 후 각자 내려오면 된단다.
2시간의 설명은 꽤나 유익했다. 마추픽추가 있는 이 곳은 오래된 산이고 와이나픽추가 있는 곳은 젊은 산이라고 한다. 가이드는 남자들이 어떻게 돌들을 옮겼는지와 (몇년 전 실제로 실험을 통해 남성들이 100m가량 큰 돌을 나름으로써 증명했다) 왜 마추픽추에 마을을 지었는지(채석장이 있고, 하늘과 가까우며 농사 짓기에 좋다는 등), 누가 마추픽추를 먼저 발견했는지, 페루에서 일본인 대통령이 당선되었을 때 칠레에 마추픽추를 팔려고 했던 썰 등 고대부터 지금까지의 수많은 역사에 대해 자세히 들을 수 있었다.
처음에 도착하자마자 안개 때문에 마추픽추의 모습이 하나도 보이지 않았었다. 그런데 설명을 듣고난 후 조금씩 개기 시작하더니 한 순간 눈에 확 들어오게 잘 보였다.
2019년도부터 마추픽추는 한 티켓당 한번만 들어갈 수 있는데, 지나치게 많은 관광객때문에 매 달 1mm씩 점점 낮아지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래서 20년 후에는 페루 정부에서 케이블카로만 운영할 계획까지도 세우고 있다고 한다. 그렇게 황홀하게 마추픽추의 전경에 빠져 있는데, 갑자기 누가 말을 건다. 7살 쯤 된 아이였다. 처음에 스페인어로 말을 걸었는데 우리가 못 알아들으니, 갑자기 그 누나에게 우리에게 다가와서 '안녕'이라고 한다. 정말 너무 기여웠다. 중국어가 아니라, 한국어로 인사하다니. 신기했다.
그러면서 거기 가족들이 한 10명은 있었던 것 같은데 우리보고 사진 좀 같이 찍어달란다. 그 가족에게 어디서 왔냐고 물으니 자기들은 아레키파에서 왔다고 한다. 동양인이 많이 없는 곳이라 신기했나 보다, 싶다가도 한국말로 인사한 걸 보면 한류가 대단하다고 느껴진다.
연예인이 된 기분을 처음 느꼈다. 우리를 신기해 하는 게 우리도 신기해서 우리 카메라라도 그들을 찍었다. 그리고 나서 내려가는 데 또다른 페루 쿠스코 사람들이 사진찍고 싶다고 우리랑 같이 찍어달란다. 그렇게 시작된 2차 팬미팅. 아니, 한국인 무리 18명이랑 같이 왔는데, 왜 우리한테 몰리는 거죠. 정말 재밌는 경험이었다. 그러다가 점점 쌓이니, 정말 한 명씩 총 20명은 찍은듯하다. 얼굴 굳을 뻔 했는데, 이렇게 연예인이 되고팠던 나의 어릴 적 꿈을 잠시나마 이뤄 보았다.
그렇게 사진을 찍어준 뒤 마추픽추로 들어가보기 위해 내려왔다. 점점 무너져가는 성벽이 보이고, 그 수많은 돌들을 그 높은 곳에서 어떻게 옮겼을까, 생각하며 걸었다. 처음엔 그렇게 생각했지만 위에서 볼 때보다 계단이 많다. 한시간 쯤 돌아보니 끝이 보인다. 인내심이 없는 우리는 언제 끝나지, 언제 끝나지, 만 외치며 마지막엔 걸었던 것 같다.
구경을 다 했으니 이제 한 시간동안 내려가는 트레킹을 해야 했는데 1박 2일간 트레킹도 해봤던 우리는 끄떡없다,고 생각했지만 돌계단만 주구장창이라 힘들긴 했다. 흙길이면 부드러워서 괜찮았을텐데. 다 내려온 것이 기뻐 새빨개진 얼굴로 인증샷을 남긴 뒤 기차에 탑승했다. 잉카레일은 마주보고 앉게 되어있는데 같은 팀 한국인 여자아이들과 앉게되었다. 그 친구들이과 같이 미국 교환학생 갔다온 이야기, 여행 이야기 등등 서로 얘기하다 보니 1시간 반이 금방 흘러갔다.
그렇게 오얀따이땀보에 다시 도착하고 벤을 타고 2시간 쯤 더 이동 후 파비앙 여행사에 가서 배낭을 챙기고 밥을 먹고 또 터미널로 왔다. 다시금 느끼지만 넓은 이 세상에서는 이동이 여행의 반이다. 이제 볼리비아로 향하는 것이니, 마지막 밥은 남은 페루 돈으로 거하게 스테이크와 피자를 먹었다.
그렇게 버스 터미널로 와서 앉아서 버스 시간을 기다리고 있는데, 너무 놀랄 관경을 목격하고야 말았다. 우리와 같이 투어를 했던 한국인 남자 두 분이 우리와 같은 버스를 타려고 표를 끊고자 서 있는데, 어떤 남자가 옆에 자연스레 앉더니 그 사람들의 가방 지퍼를 여는 것이다. 그러면서 나랑 눈도 마주쳤다. 아니, 저 아저씨가, 같은 한국인이 보고 있는데. 당장 달려가 그 한국인들에게 말해주니 그 훔치려던 남자가 욕을 하며 간다. 그것도 도망가는 것도 아니고 그냥 걸어간다. 그런 모습을 직접 목격하니 할 말이 없었다. 대놓고 훔치는 것도 정도가 있지. 그 분들이 고맙다고 인사했다.
그러면서 그 분들과 대화하다가 조금 친해져서 서로 어디가냐, 등등 묻는데, 우리는 '아마존'이라고 하니 놀란다. 아니, 한국인들 중에 거기 가는 사람 거의 못 봤는데.. 거기 모기도 엄청 물린다던데, 벌레도 많고.. 괜찮겠어요? 란다. 뭐 어때요, 언제 이렇게 또 해보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