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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ast river Nov 04. 2024

학원장의 고군분투 생존일기

독서와 논술을 지도하며 겪은 다양한 학생들의 성장 일기

달콤한 월요일.


“야아~ 내가 먼저야~~ 아! 선생님! 안녕하세요!”

 오늘은 1층 현관부터 떠들썩하다. 지난주부터 가장 먼저 오는 친구에게 사탕을 하나씩 주기 시작했기 때문인듯. 지현이와 수연이는 학교 교실에서부터 뛰어왔단다. 

"아유~ 이쁜 내 책 아들! 책 딸들! 너희들 덕분에 정신이 번쩍 들었으니, 나는 너희들의 당을 채워주마! 사탕 하나씩 녹이고 오늘 수업 시~작!"


 가장 먼저 도착한 지현이는 또래와 비교해 독서 이해도가 조금 낮다. 그래서인지 느린 학습자의 성향을 보인다. 이것이 학습이나 수업에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지만, 친구들에 비해 더디게 성장하는 자신을 탓할까 봐 늘 조심스레 지켜보는 학생이다. 역시나, 오늘도 교과서 수록 도서 [방귀쟁이 오삼이]를 읽고 50%정도 이해했기에 실망스러운 마음이 지현이의 얼굴에 가득하다. 사랑과 용기를 가득 담아 꼬~옥 안아주며,     


 “지현아! 이 책은 소리 내서 읽어야 제맛이야~ 소리 내어 우리 다시 읽어보자!”

 “근데요 선생님, 저는 왜 한 번만 읽으면 잘 이해가 안되나요? 왜 다른 친구들은 한 번만 읽어도 잘 이해하는데, 저는 두 번씩 읽어야 하나요? 힘들어요,,”

 “잉? 두 번만에 이해하다니! 선생님은 어떤 책은 세 번씩 읽어야 아하! 하기도 해! 봐봐, 그래서 선생님 책들은 다 너덜너덜 하잖아, 막 이렇게 줄도 그어져 있고.”

 “선생님도 여러 번 읽어요? 저처럼요? 저 잘하고 있는 거네요?”

 “그러~엄!”

 이제야 다시금 지현이 얼굴에 미소가 번진다. 내 마음에도 안도가 번진다. 휴우~    

 



 소리 내서 읽은 후 지현이는 다시 독서 진단을 했고, 자신감 덕분인지 90% 이해하며 읽었다. 이때를 놓칠세라 발문을 시작~~ 

“지현아! 방귀쟁이 오삼이는 왜 방귀를 잘 뀌어?”

“집안 내력이래요. 외할아버지 그리고 어머니도 방귀를 잘 뀌어요!”

“내력? 내력이라는 말도 알아?”

“아까 어휘 할 때 외웠어요! 집안에 대대로 내려오는 거래요”

“만약 우리 지현이가 오삼이처럼 방귀에 엄청난 힘이 있다면, 뭘 해보고 싶어?”

“음,, 어,, 잘 모르겠어요! 동생한테 뀌면 날아가다 다칠 것 같고, 집은 날아가면 잘 곳이 없어서 안되고, 자동차는 없으면 불편하니깐,, 잘 모르겠어요”     


 ‘앗 귀여워~~ 그래 맞다! 모르는게 맞구나

 모든 것을 다 날려 버릴 수 있지만, 동생이 다칠까봐, 필요한 것들이 사라질까봐 걱정하는 모습이 너무나 사랑스럽다. 조금 느리지만 생각하는 힘이 자라고 있는 지현이 덕분에 오늘도 당충전 완료!      




 아이의 느린 기질을 인정하고 성장 속도에 맞춰 칭찬과 응원을 듬북 해주면, 아이는 분명 힘 내어 완주할 수 있다. 포기하지만 않으면 반드시 놀라운 성장을 보여줄 것이다. 더디지만 매일 조금씩 훈련하다면 어느 순간 가속도가 붙게 된다. 그리고 그때엔 무서운 속도로 치고 올라갈 것이다. 그러니 지금부터 구멍 없이 독서를 차곡차곡 쌓아보자! 꾸준히 읽고 쓰면서 보이지 않는 기본기를 탄탄히 다져보자. 


 어느 날 정상에 우뚝 서 있을 너의 성장을 오늘도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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