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이야기는 라면 덕에 살고, 라면을 맛있게 먹기위해 더 잘 살고 싶어하고, 삶의 고된 순간마다 라면과 함께 기어이 행복을 찾아냈던 한 사람의 이야기입니다. 앞으로 2달 간 매주 월, 수 연재할 예정입니다. 라면을 먹듯 가볍고 즐겁게 후루룩 읽는다면 분명 맛있을 겁니다.
Prologue.
태어난 후 13년 동안 내가 먹은 라면은 모두 삼양라면이었다.
가정의 생필품을 어떤 브랜드로 구매할 것인가는 대개 어른의 권한에 속한다. 우리집의 선택권은 엄마가 독점하고 있었다. 그중 라면 분야의 총애는 단연 삼양라면의 차지였다. 라면의 원조라는 이유였다. ‘아류는 최초의 감동을 뛰어넘을 수 없다’는 엄마의 논리에는 다양한 브랜드를 맛보고 싶은 내 욕망이 비집고 들어갈 틈이 없었다. 한국인은 신라면이라는데, 진라면 순한 맛이랑 매운 맛끼리 싸우던데, 참깨라면에는 계란이 들어있다던데, 감자면이 그렇게 부드럽다던데. 다른 걸 사면 안 되냐는 나의 소원은 매번 완패했다.
엄마가 지독하게 삼양라면만 고집한 데에는 건강 이슈도 있었다. 라면은 애초에 몸에 이로운 음식이 아니지만 라면 알레르기가 있는 나 같은 사람에겐 극히 해로웠다. 문제는 우리 모녀가 매일 라면만 먹고 살 수 있을 만큼 유독 라면을 사랑한다는 사실이었다. 같은 브랜드만 두면 질려서 그만 먹으리라는 기대가 일편단심 삼양라면만 채워 넣는 엄마의 마음에 담겨 있었다(그러나 나는 분명 집안 어딘가에 엄마만의 라면 창고가 있었을 것이라 확신한다).
그러나 잊으려 할수록 선명해진다 했던가. 지우려 할수록 각인된다 했던가. 시간이 지날수록 애정이 줄어들긴커녕 커다랗게 부풀어만 갔다. 주황색 봉지로 가득 찬 찬장이 네가 언제까지 날 좋아할 수 있냐 소리쳐도 내 마음은 변치 않았다. 얼굴에 뾰루지가 창궐하고 온몸이 두드러기로 달아올라도 피가 나도록 살갗을 벅벅 긁어가며 너와 함께 하겠다 답했다.
때문에 중학생이 될 때쯤 나는, 이미 삼양라면을 다른 맛으로 만드는 데 도가 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