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웨일>(2022)
사무엘 D. 헌터의 동명의 연극을 영화화한 작품이다. 브랜든 프레이저를 포함 세이디 싱크, 홍 차우 등 배우들의 열연을 보여준다. 특히, 홍 차우의 연기가 매력 있었다. 대런 애러노프스키 감독 특유의 색깔이 배우들의 연기와 혼합해 몰입도 있게 영화를 감상할 수 있다.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영화 제목처럼 영화 곳곳에 고래와 관련된 요소가 있다. 엘리(세이디 싱크)가 어렸을 때 적었던 <모비딕> 에세이를 통한 수미상관 구조도 있고, 고래를 설명하는 문장과 함께 등장하는 비대한 찰리(브랜든 프레이저)의 몸은 마치 고래와도 같다. 찰리는 8년 전, 자신의 제자 앨런과의 만남 이후 성적 취향을 알게 되며 가족을 버리고 헤어진다. 그러나 연인 앨런은 자살하고, 찰리는 연인의 죽음 이후로 폭식을 거듭한 끝에 초고도비만이 된다. <더 웨일>을 보면 가슴이 답답하다. 우리가 벌인 잘못과 숨겨져 있는 본능의 민낯을 바라보는 듯하기 때문이다. 찰리는 오클리 대학 강사로 대학생들에게 온라인 에세이 강의를 한다. 그는 학생들에게 긍정적인 조언과 진실을 담으라는 말을 전한다. 하지만, 정작 자신의 모습을 보여주기 싫어 캠을 가리며 수업한다. 찰리는 주변 관계에 예민하고, 억제한다. 올바른 길을 가고 싶어도 맞는 건지 알 수 없다. 모두가 그에게 떠나버리고, 억제하던 이성이 결국 폭발하여 보이는 찰리의 폭식 장면은 인간의 욕구와 위선을 드러낸다.
찰리(브랜든 프레이저)는 기회가 없었다. 8년 전, 가족을 버리고 앨런과의 사랑을 택해 가족을 볼 기회가 없었고, 앨런의 죽음으로 자신의 슬픔을 채울 방식이 폭식밖에 없었다. 좋은 에세이를 쓰기 위해 항상 긍정적인 피드백밖에 없었다. 하지만, 엘리(세이디 싱크)를 만나며 찰리는 기회가 없었던 게 아니었다. 가족을 지킬 수 있었고, 진실을 학생들에게 알려줄 수 있고, 엘리에게 사과할 수 있었던 기회가 있었다. 찰리에게 엘리는 구원자다. 엘리가 찰리에게 두 발로 걸으라는 지시, 햇빛에 반사된 엘리의 모습은 성경 속 예수 같다. 어쩌면 <The whale>은 ‘뛰어난 사람’이란 뜻으로 엘리를 지칭할지도 모른다. 찰리는 엘리가 쓴 글과 그녀의 성격 속 잠재력을 알고 깨어나게 한다. 엘리가 읽는 <모비딕> 에세이를 들으며 걸어가는 찰리의 모습은 아버지로서 지위의 마지막 걸음이자 불안정했던 과거를 향한 최후의 사과다. 엘리의 응답은 모른다. 하지만, 주마등 속 바다에 발을 담근 그의 뒤에는 가족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