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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롬 Jan 29. 2021

시원한 배경과 푸근한 작화

<마녀 배달부 키키> ⭐⭐⭐

지브리 영화들 중 4번째 영화는 <마녀 배달부 키키>다. 이 영화는 스토리보다 작화가 워낙 이뻐서 추천 배경화면이나 감성적인 노래 모음에 화면으로 자주 접한 영화였다. 영화를 보고, 특별한 감명이나 인상 깊은 주제는 못 찾았어도 지브리만의 푸근한 작화가 잘 드러난 감성적이고, 기분 좋은 영화라는 건 확실하다.


#사진 밑으로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마녀 배달부 키키> 네이버 스틸컷

바람

지브리 영화 시리즈를 시작하기 전, 우연히 봤던 [방구석 1열- <마녀 배달부 키키> VS <이웃집 토토로>] 편을 본 적이 있다. 당시 화에서 '한창완'교수가 언급했던 말 중 "신카이 마코토가 빛을 그린다면 미야자키 하야오는 바람을 그린다"라는 말이 있었다. 그리고 이 말처럼 <마녀 배달부 키키>는 바람이라는 요소를 가장 크게 활용한 영화다. 빗자루를 타고 날아가는 키키가 바람에 맞으며 흔들거리는 머리카락과 옷의 흔들거림은 애니메이션이 맞나 싶을 정도로 자연스럽고도 보기만 해도 바다 내음이 날 거 같은 바람의 미학을 펼친다. 

   

작화

 바람의 미학을 마음껏 뽐낸 <마녀 배달부 키키>이기도 하지만 작화의 매력 발산을 뽐내는 영화이기도 하다. 1989년에 제작한 영화가 아닌 거 같은 세련되고, 따뜻한 톤으로 어우러진 작화와 지중해 도시를 떠오르게 만드는 바다 근처에 세워진 거대한 유럽풍의 건축물들과 마을은 낭만이 느껴지게 하는 배경이다. 게다가 키키를 도와주는 착하고 고마운 사람들이 등장하니 이것이 유토피아적인 도시가 아니겠는가. 몇십 년이 지나도 어색하지 않은 작화다.


마법

 당신이 가지고 있는 능력이 어느 날 갑자기 발휘되지 않는다면 어떨 텐가. <마녀 배달부 키키>에서 키키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마법이 약해지자 고양이 인형으로 친해지게 된 코키리에게 자신의 고민을 털어놓는다. 이에 코키리도 자신이 좋아하는 그림이 어느 날부터 안 그려지고, 구상이 떠오르지 않는 적이 있다고 말하며 자신은 그때 미친 듯이 그리는 행위를 하거나 그것마저도 효과가 없다면 가벼운 산책이나 낮잠을 자며 아무것도 하지 않고 오로지 휴식을 취한다고 답한다. 우리는 의식하지 않고 혹은 그동안 해온 노력들을 통해 자신이 가진 능력을 발휘하곤 한다. 하지만 자신의 능력이 예전보다 못하거나 무언가 더디다고 느껴 자신의 능력에 의구심이 들 때가 한 번쯤은 찾아온다. 영화는 그 문제에 대한 해답을 넌지시 던져준다. 미친 듯이 더 노력하거나 그것마저도 안될 거 같으면 그냥 쉬라는 답을 준다. 푹 쉰 다음 발휘하는 능력이 더 마법 같은 효과가 발휘될 수도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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