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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롬 Apr 14. 2021

벗과 애(愛)를 위해 날아올라라!

<붉은 돼지> ⭐⭐⭐⭐

  지금까지 차례대로 본 지브리 애니메이션 영화들 중에서 개인적으로 가장 재밌게 본 영화다. 비행기 곡예 연출은 물론, 지중해 유럽풍 스타일 양식의 건물들과 풍경, 다양한 매력을 뽐내는 캐릭터들은 90분이라는 러닝타임을 9분으로 착각할 듯 만든다. <붉은 돼지>를 보기 전, '내가 왜 주인공이 돼지인걸 봐야 하지?'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이제는 자연스럽게 돼지를 응원하게 되는 기이한 현상이 돼버린다.  


#사진 밑으로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붉은 돼지> 네이버 스틸컷

전쟁

 <붉은 돼지>는 전쟁에 아픔과 전쟁으로 변화된 사회에 대해 표현한다. 가령, 돼지 포르코가 인간이었던 시절, 그의 동료들과 독일 전투기와 공중전을 펼치다 본인만 살아남아 적기를 따돌리기 위해 몇 날 며칠을 쫓기던 중 지친 포르코 눈 앞에 있는 광경은 포르코의 동료 비행기와 적기뿐만 아니라 다양한 나라의 전투기들이 모여 마치 은하수(milky way)를 떠오르게 만든다. 전쟁으로 인한 피해와 희생에 대한 아픔을 잔잔하게 흘러가는 전투기 은하수로 위로와 평안을 빌게 한다.

 반면, 전쟁으로 변한 사회는 조금 유쾌하게 표현한다. 포르코가 미국 용병 도널드 커티스의 공격으로 비행기가 부서져 수리를 맡으러 간 단골 정비 가게에서 전쟁과 일자리로 마을에 없는 남성들 대신에 여성들이 포르코의 비행기를 수리하는 장면이 나온다. 이들은 전투기 몸체를 직접 도면 설계하고, 엔진 화력 검사와 목공까지 도맡으며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여성들의 모습을 보여준다. 실제로 여성들의 일자리가 생긴 원인도 전쟁으로 인해 남성들이 징병으로 끌려가 부족한 노동력을 대체하기 위해 여성들의 일자리가 생겨난 것이기에 <붉은 돼지>는 이런 시대적 상황을 표현한 작품이다. 그리고 여성의 노동이라는 인식은 못마땅해하는 포르코의 태도를 보면, 당시 여성의 노동력에 대한 인식을 인정하지 못하는 시대상의 인식도 드러낸다.


돼지

 주인공 포르코는 돼지다. 그가 왜 돼지가 돼버렸는지는 영화 내용으로도 크게 다루지 않는다. 포르코의 친한 친구 지나에 말에 따르면 저주라고 표현되고, N사 <붉은 돼지> 시놉시스를 보면 포르코가 국가와 애정 사이의 고민 중 국가를 택했지만 동료의 죽음으로 벗어나지 못하는 회의감과 계속되는 고민으로 결국 돼지가 돼버렸다고 설명한다. 필자가 생각하는 포르코가 돼지가 돼버린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 번째는 강한 캐릭터성이다. 다른 캐릭터들은 인간의 형태를 띠지만, 주인공 포르코만 돼지라는 캐릭터성을 가진다면 독창적인 캐릭터로 강한 인상을 받아 영화가 끝나도 기억이 오래가는 효과를 지닌다.

두 번째는 상징성이다. 포르코는 전쟁에 대해 회피하는 염세주의 성향을 보인다. 그가 국가에 대한 희생에 비해 변하지 않는 전쟁 사회에 길 잃은 나그네처럼 유유히 살아간다. 먹고 자는 걸 좋아하는 돼지처럼 포르코가 추구하는 염세주의 성향과 돼지는 비슷한 공통점이 있다. 포르코가 돼지가 된 것은 바로 이런 공통된 상징성이 있어서 아닐까. 

 

액션

지브리 애니메이션 영화 중에서 이만큼 역동적인 모션과 액션이 있는 영화가 있을까. 전투기 곡예 장면은 한 마리의 유연한 용을 보는 듯했고, 커티스와 대결하는 전투기 액션 장면은 백미다. 엄청나게 화려한 전투 장면은 아니더라도 <붉은 돼지> 다운 인상 깊은 전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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