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 했다고 일요일 저녁이지
매주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내가 늘 개그콘서트 엔딩음악처럼 뱉던 말이었다.
분명 평일의 하루와 주말의 하루는 시간이 같은데 흘러가는 속도의 수준이 다르게 느껴진다 아니 다른 게 맞는 것 같다.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수많은 평일-주말 비교 밈들이 존재하는 이유가 있을 것이다.
생각해 보면 개그콘서트가 방영하던 시기에는 학생이었는데 주말이 끝나는 게 그렇게 싫지는 않았다.
그것이 학교에 대한 부담이 그리 크지 않아서였는지, 주말을 알차게 보내서였는지 지금 와서 알 수는 없지만,
그 당시에는 집에 있는 시간보단 밖에서 친구들과 무언가를 하는 시간들이 훨씬 많았던 것 같다.
그래서 어떻게 하면 이 악의 굴레에서 벗어나 일요일 저녁에 좋은 주말이었다고 생각하며 마무리할 수 있을지 생각해 보게 되었다.
곰곰이 생각해 보니 빨리 가버렸다고 생각했던 주말들의 공통점은 대부분 누워서 콘텐츠만 소비하다가 끝났다는 것이었다.
사람은 새로운 것을 할 때 시간이 오래가는 것처럼 느낀다고 어디선가 주워 들었던 기억이 있다.
최소한 나한테는 맞는 말인 것 같은 게, 아는 길과 다르게 목적지를 확실하게 모르는 초행길을 갈 때는 엄청 길게 느껴진다.
그래서 나는 주말에 새로운 걸 해보면 도움이 되겠다고 생각했고, 실제로 몇 개 실천을 해보니 나름 효과가 있는 것 같아서 소개해본다.
제목이 뭔가 거창한 느낌을 주는 것 같지만 사실 별거 없다.
말 그대로 내가 먹어보지 않은 곳이거나 먹어보지 않은걸 점심이든 저녁이든 먹으러 가보는 것이다.
이렇게 말하면 막 어디 대단한 곳을 가서 먹어야 될 것처럼 들릴 수 있겠지만 내가 시도해 본 것들은 이렇다
자주 배달 시켜 먹던 곳 매장 가서 먹어보기
자주 먹던 곳에서 새로운 메뉴 시켜보기
옆동네로 놀러 가서 맛있어 보이는 곳 들어가 보기
그렇다 그냥 동네 나가서 밥 먹기와 다름이 없다.
하지만 그 익숙하다고 생각했던 곳에서 새로움을 발견했을 때 속으로 혼자 뿌듯한 그런 기분이 든다.
1번 방법은 새로움이 오래가지 못한다.
나는 지속적으로 나에게 새로움을 주입시켜 줄 매체가 필요했다.
분명 그로써는 영상 콘텐츠를 보는 것도 좋은 매체라고 생각하지만, 경험상 영상으로 봤을 때는 그저 잠깐의 심심함을 해소하기 위해 별생각 없이 시청하게 되는 경향이 있었다.
그래서 나는 책을 선택했다.
그리고 집에 있으면 얼마 안 가 누워버릴 것만 같아서 강제로 카페에 가서 읽었다.
1번을 실천하면서 사람이 적고 편한 의자가 있는 카페를 찾아 돌아다녔고, 한 곳을 찾아 매주 그곳에서 책을 읽다가 돌아온다.
책은 소설이나 에세이보단 전공 관련이나 투자 관련된 머리에 넣으려고 노력해야 하는 것들 위주로 고른다.
이런 걸 읽다 보니 한 번에 많은 페이지를 읽지는 못하지만 계속 머리를 굴리면서 읽게돼서 점점 시간이 잘 안 간다.
뭔가 고통스럽게 주말을 보내는 법처럼 된 것 같아서 이상한 것 같지만, 공부도 되고 성취감도 얻을 수 있는 꽤 괜찮은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사실 이건 굉장히 쉽지 않다.
특히 나 같은 내향인들은 어디 가서 먼저 말을 건다는 건 생각하기 힘들다.
하지만 나는 누군가가 먼저 말만 걸어주면 대화를 이어나갈 자신은 있었고 그래서 누가 먼저 말을 걸어주면서 대화를 할 수 있는 곳이 어딜까 하고 생각해 봤다.
그중 첫 번째는 미용실이다.
이상하게 들릴 수도 있지만, 내 생각에 미용실은 1:1로 짧게 대화하기에 최적화된 곳이다.
분명 디자이너에 따라 천차만별이긴 하겠지만 경험상 웬만한 디자이너들은 고객의 스몰토크를 최대한 유도해 준다.
사실 같은 미용실을 계속 간다면 새로운 사람이라고 하기 애매하지만 오히려 1달 정도마다 보기 때문에 할 말도 어느 정도 있고, 점점 친해진다면 부담스럽지 않게 대화하기 좋은 상대가 된다.
그래서 나는 최대한 제일 심심할 것 같은 휴일 시간대에 예약을 잡는다.
하지만 문제는 미용실은 목적이 없는 이상 갈 수가 없다.
내가 원할 때 언제든지 갈 수 있는 곳이 필요하다.
그래서 생각한 두 번째는 몰트바다
혼자서도 부담 없이 가서 칵테일 나 위스키등을 먹으면서 바텐더나 손님들과 토크가 가능하다.
특히 경험상 바텐더님들이 재밌는 분들이 많고, 잘 챙겨줘서 뻘쭘하지 않게 있을 수 있었다.
잔당 가격대가 조금 있긴 하지만 이런 분위기를 좋아한다면 추천한다.
위에서 이런저런 방법들을 떠들었지만, 결국 주말에 가장 중요한 건 휴식이다.
주말을 어떻게든 알차게 보내보겠다고 몸이 너무 힘든데 무리해서 까지 새로운 걸 시도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소개한 방법들도 자신이 편안함을 느끼는 영역 내에서 시도해 봤으면 좋겠다.
혼자 있는 게 너무 편한데 억지로 무리해서 새로운 사람들을 만날 필요는 없다는 뜻이다.
하지만 몇 번의 시도 정도는 괜찮은 것 같다.
나도 항상 혼자가 편하다고 생각했었는데, 막상 또 잔잔하게 대화를 하다 보니 이런 것도 좋아하는구나 하고 새로운 자신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래서 나는 토요일과 일요일은 새로운 걸 시도하는 날과 혼자만의 휴식을 갖는 날로 정해서 해보고 있다.
이렇게 하면 토요일에 당일치기 여행을 갔다 온 후 일요일에 쉬는 느낌이 들어서 일요일 저녁에 후회가 남는 주말이 되는 일이 적었던 것 같다.
평소 자신이 시도해보고 싶었던 것들이 있었다면 토요일 하루정도는 자유롭게 시도해 보는 것도 좋은 것 같다.
모두 까지는 무리인 것 같고 몇 명이라도 더 연휴 같은 주말을 보낼 수 있기를 바라며 글을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