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혼비(獸魂碑) -3

괴물이 되지 않기 위해

by 이유

손 한 뼘도 채 되지 않는 작은 생명체의 고통, 두려움 그리고 편안함의 감정을 읽을 수 있게 되면서 나는 그들이 받을 고통에 더욱 마음이 저렸다.

그러나 내가 해야만 하는 실험이었기에, 애써 그들의 공포와 고통이 담긴 눈을 피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문득문득 그 작은 몸집에서 나오는 강렬한 심장박동이 손 끝에 느껴질 때면 생명의 경외감에 휩싸여 나 스스로가 괴물이 된 것만 같은 끔찍한 감정에 오랫동안 사로잡혀있어야 했다.




다른 생명체의 고통을 민감하게 느끼는 나는 연구실에 어울리지 않는 사람이 된 것만 같았다.

그러기에 더 공부했고, 정확한 증거를 기반으로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도록 노력했다.


“네가 손이 안 좋아서 쓰지 않아도 될 마취제를 쓰고 있네.”

“마취제를 쓰니까 실험 시간이 오래 걸리지. 봐, 힘들잖아.”


쥐의 눈에서 피를 뽑는 실험(안와정맥 얼기 채혈; retro-orbital sinus bleeding)*을 할 때 마취제를 사용한다고 내가 동료들에게 들어야 했던 말이다. 나는 그들의 고통을 덜어주는 것이 실험자의 실수도 줄이고 이것이 정확한 실험 결과로 이어진다는 걸 증명해야 했다.


그리고 나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다른 사람들은 ‘실험당하려고 태어난’ 동물들에 대해서 큰 관심을 가지지 않았다.

중요한 것은 ‘내가 물리지 않아야 한다.’ 그리고 ‘실험을 빨리 끝내고 싶다.’ 일 뿐.


*실험동물운영위원회 가이드라인에 의하면 안와정맥 얼기 채혈은 반드시 마취 하에 이루어져야 하며 그럼에도 고통등급 D-중등도 이상의 고통이나 억압-으로 동물실험계획을 작성할 때 승인을 받아야 하는 항목이다. 그러나 그 당시 동물실험 가이드라인은 잘 지켜지지 않았다.

안와정맥 얼기 채혈 모식도 (T Yardeni, et al. (2011))


















대학원은 내가 원하는 공부를 할 수 있는 충분한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좋은 환경이었지만, 그렇게 성장하면 나는 영원히 동물의 고통을 담보로 앞으로 나아가야 했을 것이다.

암울한 미래였다.

그러나 실험동물센터에서 근거에 기반하여 제도를 정할 수만 있다면 내가 바라는 실험동물 복지가 지켜질 수 있을 것이라는 작은 희망을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