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이 책의 저자를 처음 알게 된 것은 유튜브를 통해서였다. 유튜브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요즘에는 공중파 방송국들도 유튜브 진출에 적극적인데, MBC도 유튜브에 ‘일사에프‘라는 채널을 운영하고 있다. ‘일사에프’ 채널 중에서 먹거리를 중심으로 일상의 소비문화에 대한 내용을 두루 다루는 ‘돈슐랭’이라는 코너의 진행자가 바로 이 책의 저자 김영준이다.
대학에서 국제무역학을 전공하고 은행에서 첫 직장생활을 시작한 저자는 2007년부터 ‘김바비’라는 필명으로 자신의 블로그에 경제와 소비 시장에 대한 글을 써오고 있다. 그 글들이 인기를 얻으면서 <골목의 전쟁>이 출간된 것으로 보인다. 시간 순서로 보면 책이 나온 뒤에 ‘돈슐랭’이 시작되었으니, 책에 대한 반응이 좋아서 MBC에서 협업을 제안한 듯싶다.
저자는 ‘돈슐랭’이 시작할 때마다 항상 “저는 김바비입니다.”라고 자신을 소개하는데, <골목의 전쟁>의 저자 소개에서 같은 필명을 발견하고 책에 흥미가 생겼다. 방송에서 그는 교촌이나 BBQ 같은 치킨 프랜차이즈부터 코카콜라나 네슬레 같은 글로벌 식품 기업까지 식품 소비 시장 전반에 관한 이야기들을 흥미롭게 이어간다. 그런 내공으로 쓴 책이라니 관심이 가지 않을 수 없었다.
<골목의 전쟁>은 자영업을 주제로 한 책이다. 하지만 시중에 나와 있는 여타 자영업 성공학 서적들과는 여러모로 다르다. 기존의 자영업 관련 책들은 실용적인 만큼이나 피상적인 내용을 다루는 것에서 그치는 경우가 많다. 예컨대 유망한 사업 아이템이나 앞으로 떠오를 상권을 알아보는 방법 따위가 그렇다. 서점 매대마다 넘쳐나는 이런 책들을 보고 있으면, 그 자체가 유망한 사업 아이템이라고 해도 될 정도다.
그에 비해 <골목의 전쟁>은 같은 자영업이라는 주제를 더 근본적인 차원에서 다룬다. 예컨대 한 업종이 흥하고 기우는 데 어떤 배경이 있는지, 비싸도 잘 팔리는 것이 있는데 반해 싸도 외면받는 게 있는 이유는 무엇인지 등의 주제를 다룬다.
책 내용 가운데 가장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자영업자 비율이 줄어들면 사회 전체적으로 보았을 때 긍정적이라는 해석이다. 코로나19로 자영업자들의 폐업이 큰 문제가 되고 있는 현실에서 고개가 갸우뚱하게 되는 주장이지만, 저자의 설명을 듣고 나면 수긍이 간다. 자영업 외에도 생계를 위해 선택할 수 있는 다른 길이 존재하여 자영업자의 수가 줄어든다면, 계속 자영업에 종사하는 이들은 과도한 경쟁의 압력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골목의 전쟁>은 지금 이 순간에도 삶의 현장에서 분투하고 있을 사장님들, 그리고 앞으로 자기 가게를 열 예정인 예비 사장님들에게 권하고 싶은 책이다. 골목 상권의 또 다른 축인 임대인과 소비자들도 이 책을 통해 새로운 관점을 얻을 수 있으리라 본다. 그 밖에 이 책을 권하고 싶은 하나의 집단을 따로 꼽자면 바로 내가 속한 공무원이다. 나 스스로 이 책을 읽는 동안 공무원의 존재 이유가 무엇인지 다시금 생각해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원문: 골목의 전쟁 - 신승건의 서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