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의 저자 조던 피터슨은 요 몇 년 사이 인터넷에서 크게 주목받고 있는 심리학자이다. 그의 대중적 인기는 현실 정치의 위선과 부조리에 대해 날카롭게 지적하고 합리적인 방향을 제시하는 데서 힘입은 바가 크다. 그의 강의를 편집한 유튜브 영상은 높은 조회 수를 기록 중이며, 그가 했던 말들을 담은 작은 이미지는 SNS를 통해 확산되고 있다.
나 또한 그동안 유튜브에 공유된 강연 동영상과 인터넷상의 글 조각에서 그를 접했다. 그러다가 파편적인 내용보다는 그가 쓴 책을 통해 좀 더 본격적으로 그의 생각을 접해보고 싶어서 그의 대표작 중 하나라고 소개된 <12가지 인생의 법칙>을 펼치게 되었다.
이 책의 제목에 ‘법칙’이라는 단어가 쓰인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함축적으로 담고 있기 때문이다. 저자가 말하는 법칙이란 개인적으로 건강한 정신을 유지하고 사회적으로 부조리한 갈등을 피하기 위해서 필요한 최소한의 지침을 뜻한다. 그런데 저자가 굳이 법칙이라는 단어를 쓴 이유는 거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저자는 법칙의 내용뿐 아니라 법칙의 존재 자체에 의미를 두고 있다.
사실 요즘엔 법칙이나 규칙, 혹은 원칙 같은 말은 별로 인기가 없다. 누군가 “이것은 꼭 지켜야 하는 법칙이야.”라고 말하면 사람들은 “내가 왜?”라며 일단 반발심부터 드러내기 마련이다. 오늘날 사람들에게 환영받는 말은 따로 있다. 바로 ‘권리’다. 법칙이 ‘해야 하는 것’이라면 권리는 ‘할 수 있는 것’ 내지는 ‘하고 싶은 것’을 말한다. 받아들이는 입장에서 후자가 훨씬 달콤하다.
문제는 권리가 주는 자신감 혹은 실질적인 이득 때문에 응당 지켜야 할 최소한의 상식조차 무시하는 이들이 있다는 점이다. 우리는 이미 그런 이들을 뉴스와 현실에서 숱하게 접하고 있다. 그들은 “내가 무슨 주장을 하든 그것은 나의 권리다. 그러니 그것에 대해 왈가왈부하지 마라.”라고 말한다.
그런데 이 말에는 큰 함정이 있다. 자신의 권리를 보장받기 원한다면서 정작 남의 권리는 무시하기 때문이다. ‘남이 왈가왈부할 권리’조차 거부하는데 더 말해 무엇할까. 내 것을 인정받고 싶다면서 남의 것은 전혀 인정하지 않는, 참으로 위선적이고 기만적인 행태가 아닐 수 없다.
여기에 ‘소외’, ‘취약’, ‘차별’이라는 방패까지 갖추면 그들은 더욱 거리낌이 없어진다. 자신을 약자 혹은 소수자라 칭하며 그들보다 딱히 상황이 나을 것 없는 선량한 이들에게 근거 없는 죄책감을 느끼도록 강요한다. 선구자인 척하지만 실제로는 자기의 이익을 챙기는 것에만 관심이 있는 극도의 이기주의자들일 뿐이다.
이 책은 우리 사회에 만연한 반이성적이고 반사회적인 주장에 대해 용기 있게 지적하고 한발 더 나아가 통쾌한 반격을 가한다. 그럼에도 전체적으로는 타인에 대한 공격적인 태도보다는 우리 각자가 스스로 돌아보는 것을 촉구하는 자성적인 내용이 더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 그것은 자성이야말로 위선과 자기기만에 사로잡히지 않기 위해 꼭 필요한 것이기 때문일 것이다.
이제 이 책 제목에 나오는 ‘법칙’의 의미가 온전히 드러난다. 그것은 바로 우리가 자성에 임하는 기준점이다. 앞서 내가 법칙의 내용뿐 아니라 법칙의 존재 자체에 의미를 두는 게 저자가 제목에 ‘법칙’을 쓴 의도라고 한 것은 바로 이것을 두고 한 말이다.
<12가지 인생의 법칙>은 세상의 몰염치하고 비이성적인 이들에게 휘둘리지 않고 자유롭고 주체적인 인간으로 살아가는데 기준이 되는 지침이다. 이 책은 내가 평소 갖고 있던 여러 가지 삶의 질문들에 관해, 정답은 아닐지언정 적어도 해답을 위한 실마리를 제시해 주었다. 우리 주변에 만연한 위선과 기만에 대해 평소 고민이 깊었던 독자라면 이 책을 통해 많은 영감을 받을 수 있지 않을까 한다.
원문: https://shinseungkeon.com/12%ea%b0%80%ec%a7%80-%ec%9d%b8%ec%83%9d%ec%9d%98-%eb%b2%95%ec%b9%99/ | 신승건의 서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