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년 동안의 영국 생활을 마치고 얼마 전 우리나라로 돌아왔습니다. 9월에 돌아왔으니, 귀국 인사를 하기에는 사실 조금 늦은 감이 있네요. 돌아와서 이것저것 정리하다 보니, 블로그에 소식을 전해야겠다고 생각만 하고 실행에 옮기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이제라도 글로 귀국 인사를 남깁니다.
영국에 살면서 재미있는 일들이 많았습니다. 생각할 거리도 많았고요. 무엇보다 안에서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우리나라가 훨씬 훌륭한 곳이라는 걸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영국에서 보고 듣고 느낀 이야기들은 나중에 또 풀어볼 기회를 만들어보겠습니다.
지금은 다시 업무에 복귀해서 일하고 있습니다. 작년에 영국으로 떠나기 전에는 보건소에서 일하고 있었는데, 지금은 시 본청으로 자리를 옮겼습니다. 업무도 조금 바뀌었습니다만, 큰 틀에서는 다르지 않습니다.
오늘은 강연 이야기를 좀 해보려고 합니다. 일 년여 전, 그러니까 2021년 초여름 제가 한 방송을 탄 후였지요. 방송의 위력은 대단했습니다. 그때부터 한동안 이곳저곳에서 강연 의뢰가 들어왔으니까요. 제가 과연 거기 가도 될까 고민될 정도로 과분한 곳에서도 저를 불러주셨습니다.
하지만 예전 글에서도 밝혔듯, 저는 모든 강의 의뢰를 정중히 사양했습니다. 당시 저는 보건소 직원으로 코로나19 대응에 모든 힘을 쏟아야 할 처지였기에 이곳저곳 다니면서 강연할 상황이 아니었지요.
다만, 하나의 예외가 있었는데 제 모교인 거창고에서 은사님이 연락해주신 것만큼은 도저히 거절할 수 없었습니다. 제가 졸업한 모교 강단에 서서 후배들에게 강연한다는 것이 저로서는 큰 영광이기도 했지요. 그래서 모교 강연 하나를 다녀왔고, 그 외에 다른 강연 의뢰는 모두 사양했습니다. 지금도 그때 연락해주신 분들께는 송구한 마음입니다.
그러다가 작년 9월에 영국으로 떠났습니다. 차라리 잘 되었다 싶었습니다. 강연을 사양하게 될 그럴듯한 명분이 생겼으니까요. 사실 일 때문에 바쁘다고 사양할 때는 왠지 스스로 주제넘은 거 같아서 마음이 편치 않았습니다. 하지만 이제 지구 반대편에 있어서 강연할 수 없다고 하니 훨씬 말하기에도 부담이 줄어들었지요. 생각해보면 일도 일이지만 강연 자체가 부담되었던 것 같기도 합니다. 아무튼 그랬습니다.
영국에 있는 동안 여러 매체에 글을 기고하던 것은 꾸준히 이어갔습니다. 서평도 틈날 때마다 하나씩 남겼지요. 글쓰기는 시간적인 면에서 부담도 작고, 한편으로는 제 생각을 차분하게 정리하는 기회이기도 했습니다. 일석이조인 셈이지요.
그렇게 영국에서의 일 년을 마무리할 즈음이었습니다. 아마 지난 7월 말쯤이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그때 생각지도 못한 일이 일어났습니다. 메일과 카톡으로 “올해 9월에 귀국한다고 했는데 곧 돌아오느냐. 돌아왔으면 강연할 수 있겠냐.”라는 연락이 오기 시작한 겁니다. 몸 둘 바를 모른다는 게 바로 이런 상황을 두고 말하는 것인가 싶더군요.
방송 직후 때만큼 강의 의뢰가 물밀듯이 오는 것은 아니지만, 오히려 그래서 그 마음이 더 고맙고 귀하게 다가왔습니다. 다 떠나서, 일 년 동안 기다린 그 마음을 생각하면 도저히 거절할 엄두가 나지 않았습니다. 아직 코로나19가 완전히 종식된 게 아니라 조심스럽긴 하지만, 지금 하는 업무의 성격이 일 년 전과는 조금 달라지기도 했고 전처럼 선별진료소와 예방접종센터에 온종일 발이 묶여있는 상황은 아니기에, 고민 끝에 강연을 시도해 보기로 했습니다.
뭐든 해보기 전에는 모르는 거라더니, 정말 그렇습니다. 강연에 나서기 전에는 모르는 분들 앞에 서는 게 어딘지 모르게 부담되고 그랬는데, 실제로 해보니 무척 재미있었습니다. 글을 통해 이야기하는 것과는 또 다른 흥미로운 경험이었습니다. 강연이 끝나고 제게 다가와 두 손을 꼭 잡으며 덕분에 용기를 얻었다고 말씀하시는 분들을 볼 때는 뿌듯함도 느꼈습니다.
그래서 결심했습니다. 앞으로는 조금 더 열심히 강연을 진행해보려고 합니다. 혼자 김칫국부터 마시는 것인지는 몰라도, 앞으로 강연 의뢰가 들어오면 마다하지 않고 잘 준비해보려고 합니다. 무엇보다도 제 이야기를 듣기 위해서 귀한 시간을 들여서 찾아온 분들에게 의미 있는 시간을 돌려드리려고 합니다.
지금까지 진행한 강의, 그리고 현재 진행하고 있는 강의의 주제는 크게 아래의 두 가지입니다.
살펴보시고 제 강연에 관심이 있는 분은 여기를 통해 문의하시기 바랍니다.
저의 개인적인 삶의 이야기를 소재로 용기와 희망을 전하는 강연
책: 신승건, <살고 싶어서, 더 살리고 싶었다>, 위즈덤하우스(2020) 참조
방송: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 제109화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참조
누구나 당연하게 여기는 의학 상식 가운데 사실이 아닌 것을 알아보는 내용의 교양 의학 강연
지금까지 했던, 그리고 앞으로 이어질 강연의 후기는 이 블로그에 별도의 카테고리로 묶어서 소개하겠습니다. 물론 청중의 얼굴은 일절 노출되지 않도록 할 것입니다. 강연의 간략한 내용 소개와 다녀온 소감을 독자들과 종종 나누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