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사춘기는 유독 시끄러운 소음들로 채워져 있었다. 그것은 성장의 진통이라기보다, 견고하던 집안의 질서가 큰오빠의 결혼이라는 사건으로 비틀리며 내는 불협화음이었다. 식구가 늘었고, 공기는 밀도가 높아졌으며, 엄마의 어깨는 그 밀도만큼 아래로 내려앉았다.
엄마는 저녁 설거지를 마친 뒤면 어둠이 깔리기 시작한 밖으로 나갔다. 마실. 그것은 엄마가 자신을 위해 허락한 유일한 숨구멍이었을 것이다. 대개는 아홉 시나 열 시면 돌아와 정갈하게 몸을 눕히던 엄마가 돌아오지 않던 어느 밤이 있었다. 그 밤, 아버지의 목소리는 집안의 모든 정적을 찢어발기며 터져 나왔다. 거실의 괘종시계가 자정을 넘어서는 찰나였다.
“엄마 어디 갔어? 아직도 안 들어온 거야? 너희들은 걱정도 안 되냐?”
그것은 걱정이었을까? 아니면 아버지의 구역을 이탈한 노예를 향한 주인의 분노였을까? 시각은 숫자일 뿐이었으나, 아버지에게 그것은 복종의 척도였다. 아버지는 그 시계를 보고 소리를 질렀다. 아니, 시계에게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그리고 날카로운 파열음과 함께 거실 바닥엔 투명한 파편들이 비처럼 흩어졌다.
나는 울며 그 유리 조각들을 치우러 밖으로 나갔다. 그때 자율학습을 마친 언니가 집으로 들어서고 있었다. 내가 울면서 쓰레받기에 담긴 유리파편을 버리러 온 것을 본 언니는 나를 보았다. 나는 유리파편을 버리고 들어왔다. 언니가 뒤따라 들어올 것이라 생각했지만 그날 언니는 들어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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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을 기다리며 글을 씁니다. 멈춘듯, 흐르지 않는 어둠과 함께 ... 시간에 대한 후회, 반복되는 상처로 인해 글은 저의 치료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