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질을 기다리는 교실 한켠에서..

잊혀진 이름을 위한 회상

by 신수현

침묵의 무게


글을 쓴다는 건 기억의 깊은 바닷속으로 손을 뻗어, 아직 가라앉지 않은 조각들을 건져 올리는 일이다. 아버지에 대한 기억은 무겁고 날카로운 돌멩이 같아, 손을 넣을 때마다 차가운 감촉이 전해졌다.


서른 편의 글을 쓰는 동안 나는 그 돌멩이들을 하나씩 꺼내 햇볕 아래 말렸다. 하지만 ‘엄마’라는 이름 앞에서는 내 손이 허공을 헤매는 듯 막막해진다. 엄마에 대한 기억은 돌이 아니라 안개처럼, 연기처럼, 오래전 교실에서 흩날리던 희미한 먼지처럼 흐릿하다.


아버지가 부재로 내 삶에 깊은 상처를 남겼다면, 엄마는 존재 자체로 나를 침묵하게 만든다. 살아 있는 이의 이야기는 기록되기보다 견뎌지는 법일까. 나는 아직 살아 숨 쉬는 엄마의 연약한 피부와 그 아래 뛰는 혈관의 박동을 글로 옮기는 법을 배우지 못했다.


아버지를 쓸 때는 후회가 나침반이 되어주었지만, 엄마를 쓰려할 때는 미움과 애잔함이 뒤섞인 진흙탕에 발이 묶인다.



부고장 위에 새겨진 낯선 이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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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을 기다리며 글을 씁니다. 멈춘듯, 흐르지 않는 어둠과 함께 ... 시간에 대한 후회, 반복되는 상처로 인해 글은 저의 치료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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