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주노초파남보, 무지개연대

by 신수현

빨주노초파남보, 일곱 색깔 무지개


그것은 마치 운명처럼 약속된 순간이었다. 비가 멈추고, 습기로 가득 찬 공기가 빛을 굴절시켜 만들어내는 찰나의 선, 완성되지 않는 반쪽 라운드 무지개. 성경은 그 일곱 빛깔을 ‘다시는 세상을 심판하지 않겠다’는 신의 서약으로 기록했지만, 어린 나에게 무지개는 약속이라기보다 거대한 위협이었다.


일곱이라는 숫자가 가진 엄격한 위계와, 섞일 수 없으면서도 억지로 함께 묶여야 하는 운명 같은 집단성 때문이었다. 우리는 일곱 형제였다. 성경에선 ‘7’이라는 숫자가 완전함과 복을 상징한다고 찬양했지만, 그 완전함 속에서 숨 쉬어야 했던 나는 매일 색이 바래가는 소모적인 과정에 불과했다.


빛은 합쳐질수록 투명해지지만, 살과 뼈를 가진 인간의 색은 섞일수록 혼탁해진다. 우리는 무지개가 아니었다. 서로의 색을 집요하게 침범하며 결국 잿빛으로 가라앉는, 어둡고 끈적한 먹색의 소용돌이였다.


첫째는 강렬한 빨강이었다. 어떤 색깔과도 혼합될 수 없는 교만한 색이라고 할까? 큰오빠는 가문의 기둥, 장남이라는 명목 아래 늘 뜨겁게 달구어져 있었다. 그의 권위는 때때로 폭력적인 열기로 변해 어린 동생들을 데게 만들었다. 그는 자신이 타오르는 만큼 우리 모두가 붉게 물들길 바랐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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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을 기다리며 글을 씁니다. 멈춘듯, 흐르지 않는 어둠과 함께 ... 시간에 대한 후회, 반복되는 상처로 인해 글은 저의 치료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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