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태어나면서부터 누군가의 눈동자에 비친 자신을 통해 존재를 확인받고 싶어 하는 여린 존재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우리는 서로의 존재를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데는 너무나 인색하다. 돌아보면 부모와 형제들은 각자 ‘피해자’라는 옷을 입고 저마다의 섬에서 외롭게 살아왔다.
어떤 눈으로 보면 그들은 나보다 더 많은 것을 가진 듯 보였고, 더 많은 자원을 차지한 것 같았다. 하지만 그들의 눈에는 늘 채워지지 않는 허기가 있었다. 그들은 자신이 아무것도 얻지 못했다고, 늘 빼앗기기만 했다고 믿으며 스스로를 지켰다. 그 방어는 곧 타인에 대한 공격으로 이어졌다. 인정받고 싶으면서도 누구도 먼저 인정하지 않는 이상한 결핍이 우리 집 안에 맴돌았다.
출발선부터 가해진 차별
태어날 때부터 빛나는 재능을 가진 이들이 있다. 명석한 두뇌와 조금만 노력해도 정상에 오르는 영민함은 내가 평생 노력해도 닿을 수 없는 높은 계단이었다. 나는 그들이 쉽게 얻는 것들을 위해 온몸의 근육이 비명을 지를 때까지 스스로를 채찍질해야 했다. 하지만 세상과 부모님은 그 과정의 고통보다 결과의 명확함을 더 사랑했다.
부모가 가진 자원은 너무나 한정적이었다. 성경 속 탕자의 아버지는 모든 재산을 탕진하고 돌아온 아들을 위해 살진 송아지를 잡고 반지를 끼워줄 여유가 있었다. 만약 나의 아버지가 그토록 풍요로운 마음의 땅을 가졌다면, 나도 탕자처럼 과감히 길을 잃어볼 수 있었을까. 그러나 우리가 마주한 현실은 송아지조차 없었고, 한 그릇의 죽을 두고 서로의 숟가락을 감시해야 하는 메마른 땅이었다.
닳아가는 몸과 희미해지는 기억
나의 자원도 빠르게 소진되고 있다. 부양할 가족은 없지만, 배움에는 끝이 없었고 지식은 쌓이는 속도보다 흩어지는 속도가 더 빨랐다. 세월은 투명한 칼날처럼 다가와 내 몸을 조금씩 베어 갔다. 나이가 든다는 것은 몸이 마음의 명령을 더 이상 듣지 않는다는 뜻이고, 기억의 벽돌들이 하나둘 무너져 내린다는 뜻이었다.
지금 바로 작가의 멤버십 구독자가 되어
멤버십 특별 연재 콘텐츠를 모두 만나 보세요.
brunch membership
신수현작가님의 멤버십을
시작해 보세요!
새벽을 기다리며 글을 씁니다. 멈춘듯, 흐르지 않는 어둠과 함께 ... 시간에 대한 후회, 반복되는 상처로 인해 글은 저의 치료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