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형제들 각자의 마음 한켠에는 성장하면서 만들어진 금이 하나씩 새겨져 있는지도 모르겠다. 그건 팔 수 있는 비싼 황금이 아니라, 서늘한 새벽 공기 속 장독대 위에 내려앉은 서리처럼 조용히 스며든 균열, 혹은 날카로운 칼날에 베인 뒤에야 비로소 흘러나오는 붉은 핏방울 같은 실금(틈)이다.
장남이라고 해서 특별한 사랑의 갑옷을 입고 자란 건 아니었고, 차남이라고 해서 형의 그림자에 가려진 차별의 흔적을 달고 자란 것도 아니며, 막내라고 해서 오빠와 언니들의 다정함 속에서만 자란 것도 아니었다. 우리는 그저 같은 지붕 아래, 각기 다른 방향으로 쏟아지는 햇살을 받으며 저마다의 금을 키워왔을 뿐이다.
나에게도 그 금이 있다. 처음엔 아주 작은 상처였다. 누군가 무심코 던진 농담 한마디, 말이 없어 벙어리 아니냐는 농담, 다른 형제들과 닮지 않아 주워 왔냐는 말은 어른들은 농담으로 웃어넘길지 모르지만, 같은 농담으로 인해, 나의 핏줄이 어딘가에 있을지 모른다는 의심을 가졌다. 그리고 기대했던 눈길이 나를 스쳐 지나갔을 때 느낀 미세한 서운함. 하지만 그 균열은 끈질긴 성실함을 지녔다. 같은 자리에 또 한 번 충격이 가해지면, 그 틈은 기다렸다는 듯 입을 벌린다.
몇 해 전, 몸속 무거운 공기를 털어내려 검도를 배우기 시작했을 때가 떠오른다. 도장 안은 늘 마른나무 냄새와 거친 숨소리로 가득했다. 초보자인 나는 늘 공격받는 쪽이었다. 숙련자들은 대체적으로로 관대했고, 그들의 죽도는 내 호구 위를 살짝 스치며 배려의 소리를 냈다. 그래서 나는 손목 보호대도 없이 맨몸으로 맞섰다. 그게 예의라고 믿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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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을 기다리며 글을 씁니다. 멈춘듯, 흐르지 않는 어둠과 함께 ... 시간에 대한 후회, 반복되는 상처로 인해 글은 저의 치료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