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을 처음 만날 때 우리는 흔히 ‘첫인상’을 중요하게 여긴다. 옷차림, 말투, 표정에서 풍기는 분위기는 그 사람을 신뢰할 수 있는지 혹은 주의해야 할지를 판단하는 기준이 된다. 기업도 마찬가지이다. 누군가에게 자금을 빌려주거나 소중한 자산을 투자할 때 우리는 그 기업의 ‘첫인상’을 살펴본다. 회계 분야에서 이러한 첫인상을 결정하는 핵심 요소는 바로 ‘유동성 배열법’이다.
이 용어는 다소 전문적이고 딱딱하게 들릴 수 있으나, 그 원리는 매우 간단하다. ‘내 지갑에서 돈이 얼마나 신속하게 나올 수 있는가’를 기준으로 자산을 배열하는 것이다. 재무상태표를 펼쳤을 때 가장 상단에 기재된 항목을 보면, 해당 기업의 경영 태도와 현재 재무 건전성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다.
계산대에서 얻은 교훈
무더운 여름날, 목이 말라 편의점에서 시원한 콜라 한 병을 선택했다고 가정해 보자. 계산대 앞에서 지갑을 열었을 때 즉시 사용할 수 있는 만 원권 지폐가 있다면 안도감을 느낄 것이다. 그러나 만약 지갑에 현금이 전혀 없고, 당장 현금화할 수 없는 부동산 등기권리증이나 자동차 등록증만 있다면 어떨까?
비록 그 부동산이 수억 원대의 강남 아파트라 하더라도, 당장 우유 값을 지불할 수 없다면 그 순간만큼은 ‘무일푼’과 다름없다. 편의점 직원에게 “저는 큰 건물을 소유하고 있으니 나중에 팔아서 갚겠다”라고 말해도 소용없다. 이것이 바로 일상에서 체감하는 ‘유동성’의 본질이다.
회계에서도 동일한 원리가 적용된다. 기업의 자산을 기록할 때 가장 먼저 기재되는 것은 웅장한 사옥이나 대규모 공장이 아니라 ‘현금’이다. 그다음은 며칠 내에 회수 가능한 ‘외상매출금’, 그리고 판매를 통해 현금화할 수 있는 ‘재고자산’ 순서로 배열된다. 즉, 현금화 속도가 빠른 순서대로 자산을 나열하는 것이 유동성 배열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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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을 기다리며 글을 씁니다. 멈춘듯, 흐르지 않는 어둠과 함께 ... 시간에 대한 후회, 반복되는 상처로 인해 글은 저의 치료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