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의 바다, 혹은 정보의 홍수라는 표현은 이제 식상해졌지만, 그중에서도 특히 법인 설립 은 이 분야에서 가장 실감 나는 말이다. 십여 년 전만 해도 법인을 세우는 일은 꽤 높은 장벽을 넘어야 했지만, 지금은 자본금 1,000원만 있으면, 감사 없이 대표이사 혼자서, 심지어 내 집 안방을 주소지로 하여 1인 법인을 설립할 수 있다.
이렇게 매일 수많은 ‘기업’들이 세상에 태어나고 있다. 사업자등록증이라는 틀 안에 자신의 꿈을 담은 대표님들이 늘어난 것이다. 하지만 문턱이 낮아졌다고 해서 그 안에서 벌어지는 일들이 가벼워진 것은 아니다.
법인은 탄생하는 순간부터 ‘회계’와 ‘세금’이라는 엄격한 규칙의 세계에 들어가게 된다. 며칠 전 사무실을 방문한 한 대표님의 사례는 이 ‘낮아진 문턱’이 때로는 얼마나 위험한 함정이 될 수 있는지를 생생하게 보여주었다.
“우리는 번 게 없어서 할 일도 없어요”라는 착각
자리에 앉자마자 대표님이 한 말은 익숙했다. “우리는 번 것이 없어요. 번 것보다 쓴 게 많아서 사실 세무사님이 할 일도 별로 없을 겁니다.” 그는 부가세 신고를 홈택스에서 직접 했다고 당당히 말했다. 하지만 그가 제출한 자료를 살펴보니 마음이 착잡해졌다.
매입 자료가 곳곳에서 누락되어 있었고, 신고 기한을 넘겨 신고한 흔적도 있었다. 더 심각한 문제는 법인세였다. 2020년에 개업한 이후 단 한 번도 법인세 신고를 하지 않았던 것이다. 세무서의 독촉을 받고서야 다시 홈택스 프로그램을 사용해 신고를 시도했다. 그런데 2020년부터 신고해야 할 기록을, 현재 날짜인 ‘2025.01~2025.10.31’로 기간을 설정해 신고 버튼을 눌렀다.
당연히 오류가 발생했고, 세무서에서 연락이 왔다. 계속사업자라면 2025년 실적은 2026년 3월에 신고하는 것이 상식이다. 세무서 직원이 “제발 세무사를 만나 상담하고 신고하세요”라고 조언한 이유다. 그 조언 덕분에 그가 내게 왔지만, 이미 그의 ‘네모’는 여기저기 찌그러지고 얼룩진 상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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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을 기다리며 글을 씁니다. 멈춘듯, 흐르지 않는 어둠과 함께 ... 시간에 대한 후회, 반복되는 상처로 인해 글은 저의 치료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