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질문은 질문이라기보다 오히려 선고에 가까웠다. 법정의 공기는 차갑고 건조하며, 그 안에서 인간의 목소리는 조각나 바닥에 떨어진다. 누군가는 비명을 지르고, 누군가는 비굴하게 무릎을 꿇는다. 하지만 그 순간 우리를 지배하는 것은 언어가 아니다. 언어와 언어 사이, 그 짧은 공백에 고여 있는 눅눅한 죄의 냄새다.
법은 피도 눈물도 없다고 하지만, 나는 그 질문이 법이 허락한 가장 잔인하면서도 자비로운 ‘유예’라고 생각한다. 뉘우침은 자신의 죄를 인정하는 고통스러운 항복이며, 동시에 자신이 저지른 어둠을 온전히 받아들이겠다는 선언이다.
그러나 우리는 얼마나 자주 오만함이라는 얇은 막 뒤에 숨는가. “설마 알 수 있을까”라는 속삭임은 우리를 구원하지 않고 진실로부터 영원히 격리시킨다. 고백의 골든타임은 그렇게 조용히 닫힌다.
에덴의 변명, 상처의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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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을 기다리며 글을 씁니다. 멈춘듯, 흐르지 않는 어둠과 함께 ... 시간에 대한 후회, 반복되는 상처로 인해 글은 저의 치료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