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어린 시절부터 소리에 예민했다. 예민함은 타고난 기질이 아니라, 집 안에 스며든 불안함의 잔향에서 비롯된 생존감각이었다. 사람들은 흔히 말한다. “맞은 것도 아니고, 고아도 아니고, 큰 폭력이 있었던 것도 아닌데 뭐가 두렵냐”라고. 그러나 두려움은 눈에 보이는 폭력만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두려움은 보이지 않는 틈에서, 아무도 모르는 공간에서, 조용히 울리는 소리에서 태어난다.
우리 부모님은 싸움을 아이들에게 들키지 않으려 무던히 애쓰셨다. 그러나 감정은 문틈을 가르고, 목소리는 벽을 통과하며, 긴장감은 공기를 흔든다. 아버지는 소심한 사람이었다. 하지만 가장이라는 이름은 소심함까지 구겨 넣어야 하는 갑옷 같은 것이었다.
그 갑옷이 금이 가는 순간마다 그의 목소리는 낮아지고, 엄마의 발걸음은 거칠어지고, 안방의 공기는 무거워졌다. 문을 닫은 작은방에 앉아 있어도 나는 그 모든 변화를 감각으로 읽었다. 들리지 않는 것까지 들리는 듯한, 숨조차 크게 쉴 수 없는 정적. 그 정적이야말로 나를 가장 먼저 파괴한 소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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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을 기다리며 글을 씁니다. 멈춘듯, 흐르지 않는 어둠과 함께 ... 시간에 대한 후회, 반복되는 상처로 인해 글은 저의 치료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