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가족은 유난히도 말을 못 한다. 유창하게 대화를 이어가거나 서로의 마음을 살뜰히 살피는 일에 우리 가족은 늘 '인턴'이었다. 경력이 쌓여도 도무지 능숙해지지 않는, 매번 실수하고 넘어지는 서툰 초보자들이다.
언젠가부터 세상은 사람의 성향을 'T'와 'F'라는 단 두 글자로 가르기 시작했다. 이성적인 사람은 공감 능력이 부족하고, 공감을 잘하는 사람은 논리적이지 못하다는 이분법적 잣대. 나는 그 잣대가 늘 불편했다. 이성적이라고 해서 타인의 고통에 무감한 것도 아니며, 마음이 따뜻하다고 해서 앞뒤가 맞지 않는 말을 하는 것도 아니다. 문제는 성향이 아니라 '방법'이었다. 우리는 그저 마음을 언어로 번역하는 법을 배우지 못했을 뿐이다.
말을 못 하는 사람은 사과하는 방법에도 미숙하다. 사과란 본디 "미안해"라는 짧은 고백으로 시작해, 그 뒤에 오는 "다음부터는 그러지 않을게"라는 약속으로 완성된다. 우리 가족은 어쩌면 그 약속 뒤에 따라올 무거운 의무감과 책임감 때문에, 그 짧은 "미안해"라는 말조차 입 밖으로 내지 못하고 삼켰는지도 모른다.
소송, 그리고 엇갈린 마음의 궤적
공유물분할 소송이라는 무거운 주제로 세 자매가 모였다. 사실 '모였다'기보다 내가 총대를 메고 나선 것에 가까웠다. 작은언니는 비용을 부담하겠다고 했고, 나는 뭐라도 해야겠다 싶어 소장을 작성하는 실무를 맡았다. 어쩌다 보니 내가 원고가 되었고, 두 언니와 오빠는 피고가 되었다. 법적으로는 원고와 피고로 갈렸지만, 오빠를 제외한 우리 세 자매의 의견은 일치했다. 우리는 모두 같은 곳을 바라보는 원고였다.
변론기일 통지서를 받은 날, 나는 묘한 소외감을 느꼈다. 원고인 나는 당연히 참석해야 했지만, 피고인 언니들은 휴가를 내고 오기엔 시간이 아깝다며 미루었다. "가서 5분도 안 되는 시간 동안 '네, 네'만 하다가 올 텐데, 원고만 가도 되지 않겠어?" 그 말에 나는 화가 치밀었다. 내가 화가 난 것은 법정에서의 5분 때문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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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을 기다리며 글을 씁니다. 멈춘듯, 흐르지 않는 어둠과 함께 ... 시간에 대한 후회, 반복되는 상처로 인해 글은 저의 치료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