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책 제목이 바로 내 마음을 꿰뚫을 때가 있다. 서점 신간 코너를 걷다가 내 시선을 멈추게 한 것은 일본 사회복지사가 쓴 실전 간병 기록 『버려야 산다』였다. 책장을 넘기기도 전에 나는 그 문장에 사로잡혀 무작정 책을 샀다. 그것은 깊은 삶의 갈증에서 나온 본능적인 선택이었다.
나는 늘 관계 문제 속에서 살아왔다. 가족은 가장 아픈 부분이었고, 친구나 직장 동료와도 알 수 없는 불편함이 늘 안개처럼 끼어 있었다. 하지만 그때까지 나는 이 모든 비극이 '나 때문'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나는 조용하고 남을 배려하며 언제나 '착한 사람' 자리를 지키려 애써온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책 속에 나오는 마흔 살 미혼 여성의 비극—부모를 부양하다 지쳐 동반 자살을 시도하고 홀로 살아남은 딸의 이야기—을 접하며 나는 거울 속 내 모습을 본 듯 전율했다.
나의 스무 살은 아버지의 뇌출혈과 함께 시작되었다. 큰며느리인 언니가 간병의 고단함을 토로하고 타박할 때마다, 나는 차라리 내가 모든 것을 짊어지고 싶었다. "내가 회사를 그만두고 내려갈까?"라는 말이 입술 끝까지 올라왔다. 그때 나를 말린 것은 언니였다. "네 자리에서 직장 열심히 다니는 게 도와주는 거야." 그 한마디가 나를 간신히 버티게 했지만, 내 마음 한편에는 늘 부채감이 자리 잡았다. '착해야 한다'는 강박이 그렇게 내 삶의 뿌리가 되었다.
배려라는 이름의 침식, 친절이라는 가면
누가 살기 위해 버려야 하는 걸까? 버리는 사람일까, 아니면 버림받는 사람일까. 오랫동안 나는 배려가 타인을 위한 고귀한 행위라고 믿었다. 친절이라는 가면을 쓰고 나를 지워가면서도, 그것이 상대를 위한 최선이라 자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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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을 기다리며 글을 씁니다. 멈춘듯, 흐르지 않는 어둠과 함께 ... 시간에 대한 후회, 반복되는 상처로 인해 글은 저의 치료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