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아내를 둔 책임감
언어의 장벽을 이겨내자
내 아내는 러시아 사람이다. 러시아어를 모국어로 구사하며, 그 외에도 영어를 하고 (나와 내 아내는 둘 다 미국에서 산 경험이 있어서 우리 부부는 대부분 영어로 대화한다) 중국어를 말하고 읽을 수 있다. 가끔 중국 사이트를 보면서 여기저기 들어가 보고 읽는 모습을 보면 지금도 신기할 따름이다. 그리고 한국어를 배우고 있다.
우리가 만나고 결혼생활을 하면서 내 아내의 한국어 실력은 정말 많이 늘었다. (남편의 기준에서 일 수도 있다) 거의 모든 대화를 알아들을 수 있게 되었으며 짧은 문장만을 말하던 실력에서 일취월장하여 이젠 접속사를 활용해서 긴 문장으로 대화를 할 수 있다. 물론 그래도 한국인처럼 느껴지는 수준의 한국어 실력은 아니다. 그래서일까, 외국인 여자 (내 아내)의 어눌한 한국말은 가끔 부당한 대우를 받는 경우가 있다.
이렇게 빨리 해줄 것을 왜...
어느 날 아내에게 전화가 왔다. 전화번호 한 개를 문자로 보내줄 테니 이곳에 전화해서 이렇게 이렇게 말을 해달라는 것이다. 상황을 들어보니, 상품을 구매하였는데 문제가 있어서 환불을 하려고 업체에 전화를 하니, 며칠째 '알겠습니다 해드릴게요' 하고 환불을 해주지 않고 있던 것이었다. 독립적인 성향이 강한 내 아내는 내게 기대서 해결하고 싶지 않아 홀로 몇 번을 전화하고 문자를 남기다가, 결국 참다못해 내게 도움을 요청한 것이다.
아내의 말을 듣고 난 후, 나는 바로 업체에 전화를 걸었다. 아내가 설명해 준 데로 자초지종을 설명하고 내 아내의 계좌로 환불을 요청하였다. 그리고 업체의 반응은... 굉장히 찝찝한 감정이 들게 했다.
"외국여자분이 아니었네요? 네 알겠습니다 해드릴게요."
그렇게 통화를 종료하고 2분은 지났을까, 바로 환불이 되었다. 나는 잠깐 생각에 빠졌다. 이렇게 빨리 환불을 할 수 있었는데 해주지 않았던 이유가 무엇이었을까? 굳이 나와 통화하다가 '외국여자분이 아니었네요 해드릴게요'라는 말은 왜 한 것일까?
외국인 아내를 둔 책임감
살다 보면 위와 같이 비슷한 경험을 많이 하게 된다. 정확하게 심각한 차별이라고 하긴 모호하지만 그렇다고 한국인에게는 하지 않을 그런 모호한 행동들과 언행들이 있다. 가끔은 나도 '내가 미국에서 느낀 모호한 차별들을 내 아내가 한국에서 겪고 있구나' 생각을 한다. 물론 일부 사람들의 행동을 확대 해석하고자 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나도 외국인 여자라서 겪는 차별은 아니야라고 아내에게 직접 말하기도 하고, 가끔은 그렇다고 하더라도 내가 스스로 부정할 때도 있는데, 차별이라는 사실을 정면으로 마주하고 싶지 않을 때가 있다.
한국말을 완벽히 하지 못하는 외국 아내를 둔 남편은 항상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 내 아내가 부당하게 느끼는 상황에서 언어의 장벽에 부딪혀 어려워할 때에 해결사가 되어 주어야 하며, 일상적인 생활을 하면서 보이는 모르는 단어들이 나올 때마다 바로바로 설명해 줄 수 있어야 한다. 온라인 본인인증, 회원가입, 은행업무, 등 기본적인 생활에 필요한 업무 역시 잘 알려주고 필요시 직접 해줘야 한다.
솔직히 말하면, 나도 사람인지라, 가끔 귀찮을 때도 있다. 하지만 그 답답한 심정을 잘 알기에 귀찮아해서는 안된다는 것 역시 잘 알고 있다. 외국인 아내를 둔 남편은 항상 책임감을 가지고 아내의 한국 정착 생활을 지원해주어야 한다.
나 역시 어렸을 때부터 오랜 기간 외국에 있었어서 한국어가 이상하게 나올 때가 있다. 아내가 TOPIK (한국어능력시험) 공부를 할 때에나 KIIP (사회통합프로그램) 교육을 들을 때에 내게 한국어나 한국문화에 대해서 질문하면 나도 답을 알지 못하거나 답에 대한 이유를 몰라서 잘 알려주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그럼에도 지금까지 계속해서 우리나라에 대해 알아가고, 한국어 공부를 하고 내게 기대거나 하지 않기 위해 노력하는 아내에게 정말 감사하다.
Note
러시아 여성과의 결혼생활 시리즈
결혼생활 속에서 겪은 많은 에피소드 들을 글로 담아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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