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say] 한 할머니의 용기
경찰청의 통계자료에 따르면 2021년도 음주운전 단속 건 수는 총 115,882건이며 2021년 국내 음주운전 사고 수는 14,894건이었다. 이 중 부상자는 23,653명이며 사망자는 무려 206명이라고 되어 있다. 이처럼 음주운전은 도로 위의 살인마라고 불릴 정도로 매우 위험한 행위인데, 국내에서 음주운전 적발 시 체벌 기준은 다음과 같다.
<1회 적발 기준>
혈중알코올농도가 0.03% ~ 0.08% 미만인 사람은 1년 이하의 징역이나 500만 원 이하의 벌금
혈중알코올농도가 0.09% ~ 0.2% 미만인 사람은 1년 이상 2년 이하의 징역이나 500만 원 이상 1,000만 원 이하의 벌금
혈중알코올농도가 0.2% 이상인 사람은 2년 이상 5년 이하의 징역이나 1,000만 원 이상 2,000만 원 이하의 벌금
<2회 적발 시>
면허 취소
혈중알코올농도와 관계없이 면허 취소
2년 이상 5년 이하의 징역 혹은 1,000만 원 이상 2,000만 원 이하의 벌금
<음주 측정 불응>
면허 취소
1년 이상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 원 이상 2천만 원 이하의 벌금
<음주운전으로 인해 인명피해 발생 시>
다치게 한 경우 위험운전치상죄 적용
1년 이상 1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 원 이상 3,000만 원 이하의 벌금
사망케 한 경우
3년 이상의 징역 또는 무기징역
피해자를 사망에 이르게 하고 도주하거나 도주 후에 피해자가 사망한 경우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
피해자를 상해에 이르고 도주한 경우
1년 이상의 유기징역 또는 500만 원 이상 3,000만 원 이하의 벌금
유기 후 도주
사망의 경우 사형,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
상해 입었을 경우 3년 이상의 유기징역
합리적인 체벌이라고 생각되는가? 국내 법안들의 경우 간혹 선진국들에 비해 처벌 법안이 굉장히 약한 것으로 비교가 되곤 하는데, 음주운전과 관련하여 최근 미국에서 화제가 되고 있는 관련 법안이 있다. 그리고 이 법안을 고안한 사람은 바로 음주운전 피해자이다.
한순간에 잃어버린 가족
Cecilia Williams라는 한 여성에게는 Cordell Williams라는 30살의 아들이 있었습니다. 그의 아들은 Lacey Newton (25)라는 약혼자가 있었고 그들에겐 3명의 자녀가 있었다 (Bentley - 5살, Mason - 3살, Cordell II - 4개월). 어느 날 Cecilia의 집에 경찰이 찾아와 정말 안타까운 소식을 전하게 되었다. 바로 그녀의 아들 Cordell과 그의 약혼녀 Lacey, 그리고 4개월 된 손자 Cordell II 가 음주운전을 한 운전자에 의해 교통사고로 사망하였다는 소식이었다.
< 왼쪽부터 Cordell Williams, Lacey Newton, Cordell II Williams >가해자는 David Thurby라는 사람으로, 사고 당시 그의 혈중알코올농도는 0.192% 로 만취 상태였다고 한다. 그러나 가장 마음이 아픈 것은 이 아름다운 커플의 두 명의 자녀, 벤틀리 (5세)와 메이슨 (3세) 이 한순간에 부모를 잃은 고아가 되었다는 것이다.
Cecilia는 하루아침에 아들과 그의 가족을 잃었으며, 두 명의 손자를 양육해야 하는 상황에 처하게 되었다. 세실리아는 인터뷰에서 "아이들을 다시 키우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내 가족이고 그들을 매우 사랑하지만, 아이를 키우는 일은 쉽지 않은 일임이 분명하다. 그렇기에 가해자 역시 책임을 져야 한다." 그리고 그녀는 음주운전 피해자를 보호하며 가해자가 더 큰 책임을 가지도록 하기 위해 큰 결심을 하게 되었는데, 바로 직접 법안을 만들어 내는 것이었다.
손자의 이름을 딴 법안
그 법안은 바로 '벤틀리 법' (남겨진 손자의 이름을 딴 법안)인데, 벤틀리 법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음주운전 가해자가 피해자 자녀에게 피해자 자녀가 18세가 될 때까지 양육비를 지원해야 한다.
가해자가 수감되어 양육비를 지급하기 어려운 경우, 석방 후 1년 내로 지급을 시작해야 하며 수감생활 동안 피해자의 자녀가 성인이 되었다 하더라도 석방 후 미지급한 양육비를 모두 갚아야 한다.
양육비는 성장 환경 등을 고려해 법원이 결정한다.
Cecilia는 이 법안을 가지고 17개의 주를 돌아다니며 벤틀리법의 입법을 호소하였고, 최근 미주리주에서 법안이 통과되었으며 테네시주에서도 이어서 상원을 통과하게 되었다.
미국의 평균 양육비는 24만 5,340달러, 한화로 약 3억 원에 달하는 금액이다. (미국은 성인의 나이가 되면 독립하는 문화가 강해 자녀의 양육비 항목에 대학 등록금은 제외된다) 또한 중산층 부부의 자녀가 고등학교를 졸업하는 만 17세까지 의 양육비는 평균 약 4억 원에 달한다고 한다. 피해자의 목숨과 비교될 수 없는 액수이지만 음주운전 벌금보다는 훨씬 높은 액수임에는 틀림없다.
현재 미국의 30개 주 이상에서 벤틀리법 의 법안을 고려하고 있으며 그 외 10개의 주에서도 법안 발의를 위해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아쉽게도 미시시피와 버지니아 주에서는 해당 법안이 통과되지 않았으며 23년도 기준으로는 아직 벤틀리법이 새로 통과된 주는 없다.
Cecilia는 statement를 통해 "벤틀리법은 벤틀리와 메이슨, 두 아름다운 소년들과 우리 가족의 삶에 큰 영향을 미친 비극에서 탄생하였다. 이러한 음주운전 사고는 완전히 예방이 가능하며, 난 이러한 비극을 경험한 모든 이들을 위해서 계속해서 변화를 요구하며 싸울 것이다. 벤틀리법은 이러한 끔찍한 행동에 대한 가해자의 책임을 물을 수 있는 확실한 변화를 가져올 것이다."라고 밝혔다. 또한 그녀는 "남겨진 가족은 평생의 고통을 겪어야 하기에 사고를 낸 가해자는 자신이 무슨 일을 저지른 것인지 확실히 알아야 한다. 하늘에 있는 내 아들과 아들의 약혼녀도 내 일을 자랑스러워할 것이며 하늘에서 내가 이렇게 싸움을 해나가는 것을 지켜볼 것이다."라고 말하며 계속해서 미국 전역에 벤틀리법을 통과시키기 위해 싸울 것임을 분명히 했다.
< Cecilia와 그녀의 손자 Mason (왼쪽), Bentley (오른쪽) >한 할머니의 용기
하룻밤사이에 허망하게 가족을 잃은 남은 가족들의 마음을 감히 헤아릴 수는 없으나, 사고에 대한 책임을 피해자의 남겨진 가족뿐 아니라, 가해자 역시 피해자의 가족을 위해 책임을 지는 '벤틀리법'은 많은 사람들의 공감과 지지를 받고 있다. 안타까운 사고로 가족을 잃은 한 할머니는 그녀의 억울함과 슬픔, 그리고 분노를 행동으로 옮기기로 결정하였으며 Cecilia의 용기 있는 행동은 또 다른 많은 음주운전 피해자들의 지지를 받으며 미국의 법안을 개선해나가고 있다. 벤틀리법이 통과된 주에서 발생하는 음주운전 사고의 피해자 (부모를 잃은 자녀들)는, 부모를 잃은 마음을 그 무엇과도 대체할 수 없겠지만, 지원을 받을 수 있게 되었고 Cecilia는 그녀의 용기 있는 행동을 통해 이들의 삶에 조금이나마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다.
어떠한 상황에서도 변화를 위해 행동을 하는 것은 그 누구에게도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결국 행동하는 누군가로 인해 이 세상은 발전해 왔고 변화해 왔다. 더 나은 세상으로 만들고자 하는 용기 있는 몇 명의 행동이 결국 우리 사회를 더 나은 사회로 발전시키는 것이다. 더 많은 사람들이 Cecilia를 통해 용기를 얻고, 선함을 위해 행동한다면 우린 지금보다도 더 발전된 사회에서 살게 될 것이다. 완벽하고 아름다운 사회는 앞으로도 없을 테지만, 다수의 사람들이 끊임없이 선함을 위해 행동하는 사회, 그리고 그들이 행동하는 과정 자체가 바로 아름다운 사회를 의미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한 할머니의 용기 있는 행동이 결국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 나가고 있는 것이다. Cecilia의 용기와 행동에 감사와 응원을 보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