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림서평] 행복의 지도

누군가 한 번은 도전했어야 하는 행복의 큐브

by 날큐

누군가 한 번은 도전했어야 하는 행복의 큐브
(날큐의 한줄평)



역시나 샹그릴라*는 없었다. 여행을 마친 에릭 와이너는 쿵푸팬더의 포와 같은 기분이었으리라. 아무것도 쓰여 있지 않은 용문서를 보고 실망한 아들에게 국수집을 하고 있는 포의 아버지는 말한다. "비밀재료는 없어. 그럴 필요가 없지. 단지 특별하다고 믿으면 특별해지는 거야." 가장 행복한 곳을 발견할 수는 없었다. 하지만 행복과 불행의 얼굴들을 볼 수 있었다. 자유로운 네덜란드, 적당한 스위스, 목표가 행복인 부탄, 부자 카타르, 기회의 나라 아이슬란드, 정신마저 가난한 몰도바, 현실을 외면해서 행복한 태국, 그럭저럭 살아가고 싶은 영국, 모순의 나라 인도, 작가의 고향 미국. 저마다 다른 모습으로 행복하다. 그리고 불행하다.



진리는 진부하기 마련이다. 결론을 알고 있어서일 것이다. 그럼에도 <행복의 지도>는 지루하지 않다. 작가는 행복이라는 자칫 진부할 수 있는 주제를 영리하게 다루었다.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곳을 찾아 나선다는 직관적이면서도 무모한 발상, 편안한 문장과 유머 뒤에 숨어 있는 치밀한 기획, 사소한 일상에서 발견하는 철학적인 통찰. 이 모든 것들이 잘 버무려져 있다. 빡빡한 삶 속에서 길을 잃고 헤매고 있다면. 행복의 요소들을 곱씹어 보고 싶다면. 미국식 유머가 크게 불쾌하지 않다면. 첫 장을 펼쳐라. 당신의 행복 큐브를 맞출 시간이다.



* 제임스 힐튼이 쓴 <잃어버린 지평선>에 나오는 영원한 행복을 누릴 수 있는 가공의 장소





* 날큐의 아카이빙

★ <행복의 지도>의 백미

작가는 결론을 내지 않는다. 그저 다양한 삶의 모습들을 보여줄 뿐이다. 책을 읽으면서 끊임없이 스스로에게 질문을 하게 된다. 이것이 치밀한 기획의 힘이다.

"관용은 훌륭하지만, 쉽사리 무관심으로 변질될 수 있다. (중략) 나는 너무 약하다. 언제 멈춰야 할지 알지 못한다. 만약 내가 네덜란드로 이사한다면, 몇 달 뒤 여러분은 모로코제 해시시 연기에 둘러싸인 나를 보게 될 것이다." (p50)

회사에서는 자유를 꿈꿨다. 나에게 하루에 자유로운 시간이 조금만 더 주어진다면 많은 것들을 효율적으로 해낼 수 있다고 생각했다. 퇴사를 하고 몇 배의 시간을 자유롭게 쓸 수 있게 되었지만 가끔은 더욱 타이트한 일정으로 스스로를 옭아매고 있다. 인간은 자유로부터도 해방되고 싶은 걸까?

"하지만 인도인들도 성공을 원하지 않나요?", "그거야 물론이죠. 하지만 우리는 실망했을 때 대처하는 방식이 조금 다릅니다. '좋아, 최선을 다했으니까 이제 우주에게 결정을 맡기자.' 이게 우리의 사고방식이에요." (p494)

통제하기 어려운 부분을 통제하려고 할 때 불행이 찾아온다. 논어에서 말하는 불혹(不惑)이다. '혹'하지만 않아도 우리는 지금보다 훨씬 더 행복해질 수 있다.

"행복은 미꾸라지 같다. 여행을 하면서 나는 앞뒤가 맞지 않는 일들을 많이 만났다. (중략) 혹시 인도인이라면 앞뒤가 안 맞는 이 모든 현실을 다 소화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내 머리로는 어림도 없다. (중략) 행복에 이르는 길은 하나가 아니다. 내가 왜 그걸 몰랐을까? 톨스토이의 말은 거꾸로다. 불행한 나라들은 모두 똑같지만, 행복한 나라들은 각각 자기만의 방식으로 행복하다. (p521~522)

균형이 중요하다. 중용(中庸). 적중한 지점을 찾아 꾸준히 해 나가야 한다. 통제와 자유. 단호함과 부드러움. 신속함과 신중함. 적당함은 거의 모든 세상의 이치와 맞닿아 있는 말이다. 하지만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말이기도 하다.

"개인적인 행복이라는 건 존재하지 않습니다. 행복은 철저히 관계 속에 존재해요."

행복에 관한 적지 않은 책들을 읽었다. 결론은 '혼자서는 행복할 수 없다'이다.


★ <행복의 지도>에서 다루는 키워드 : 자유, 적당함, 부, 문화, 기회, 가난, 느긋함, 불행, 모순, 고향

(네덜란드) 끝없는 관용으로부터 오는 자유, 그러나 관용은 무관심으로 변질될 수 있고 스스로를 망가뜨릴 수 있다.
(스위스) 스위스는 정치적으로만 중립국이 아니다. 모든 게 적당하다. 만족보다는 조금 크고 기쁨보다는 조금 작은 상태에 머물고 있다.
(부탄) 행복을 국가의 목표로 여기는 나라. 가난하지만 스스로 행복하다고 느끼는 국민들. 하지만 행복보다는 괜찮다는 말이 더 어울리는 것 같다.
(카타르) 카타르는 부자다. 돈은 행복에 도움이 되지만 돈으로 행복을 살 수는 없다.
(아이슬란드) 술, 실패할 수 있는 기회, 엉터리 예술
(몰도바) 경제적으로 가난할 뿐만 아니라 정신적으로도 가난한 곳
(태국) 스스로 행복해지는 방법은 세 가지다. 좋은 기분을 느끼는 것, 나쁜 기분을 줄이는 것, 화제를 바꾸는 것.
(영국) 행복은 고통이 없는 상태가 아니라 무엇이 존재하는 상태다. 중요한 건 행복의 씨앗을 심는 것이지 수확하는 것은 아니다. 행복은 부산물이다.
(인도) 모순적인 생각을 동시에 품는 것이 가능한 나라, 수행과 명상의 나라에서도 사람들은 야심을 갖는다. 다만 할 수 있는 것을 하고 결과는 우주에 맡긴다.
(미국) 고향의 편안함(에릭 와이너는 미국사람이다), 죽고 싶은 곳이 진정한 고향이다.



* 이런 분들께 추천합니다.

'무엇이 나를 행복하게 할까?'에 대해서 폭넓게 생각해 보고 싶으신 분들

끼워 맞추기식 행복공식에 거부감이 있는 분들

행복의 다양한 얼굴들을 보고 싶으신 분들



* 같이 읽으면 좋은 책

행복의 기원(★★★★☆), 서은국, 21세기북스

"행복의 지도에 신선한 기획이 있다면 행복의 기원은 결론마저 참신하다."

완벽주의자를 위한 행복 수업(★★★☆☆), 탈 벤 샤하르, 슬로디미디어

"커버에 하버드가 쓰여 있으면 믿고 거른다는 내 편견을 깨버린 책, 행복의 지도에서 다루지 않는 부분을 채워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