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창시절, 안경을 쓴 모범생들은 성적을 무기 삼아 사회의 상층으로 올라간다.
그들은 제도와 규칙의 언어를 익히고, 질서 속에서 권력을 얻는다.
한편, 주먹을 쓰는 깡패들은 법의 경계를 넘나들며, 또 다른 길로 사회의 상층에 도달한다.
그들의 힘은 제도 밖에서 비롯되지만, 결국 그 힘도 사회의 구조 속에서 자리를 잡는다.
그러나 예술가들은 다르다.
그들은 책상 위의 성실함을 가진 동시에, 거리의 날것 같은 반항심을 품고 있다.
학문 앞에서는 안경잡이처럼 깊이 파고들고, 창작 앞에서는 깡패처럼 규율을 부수고 새 길을 만든다.
그런데도, 이상하게도, 그들의 자리는 사회의 ‘상층’이 아니라, 더 아래, 더 깊은 곳이다.
예술가는 종종 사회의 ‘밑거름’이 된다.
그들의 생각과 작품은 직접 권력을 쥐지 못하지만, 세대와 시대를 변화시키는 토양이 된다.
정치인과 기업가가 꽃과 열매라면, 예술가는 보이지 않는 뿌리다.
그 뿌리가 썩고 부패하며 만들어낸 영양분 위에서, 다른 이들이 눈부신 성취를 거둔다.
예술가가 하는 일은 어쩌면 자기 연소다.
스스로를 태워 빛을 만들고, 그 빛은 잠시 비추지만, 결국 사회의 다른 영역을 자라게 하는 데 쓰인다.
그래서 예술가의 삶은 화려함보다도, 묵묵한 소모와 헌신에 가깝다.
안경잡이와 깡패가 세상의 지붕을 만든다면, 예술가는 그 지붕을 떠받치는 흙이다.
흙은 드러나지 않지만, 흙 없이는 그 어떤 건물도 서 있을 수 없다.
그리고 흙이 가진 생명력은, 언젠가 또 다른 예술가를 자라게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