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자에겐 혁신, 약자에겐 악덕

by 신성규

쿠팡과 아마존의 가격 알고리즘은 정교하다. 사람들의 구매 이력, 검색 습관, 심지어 클릭하는 속도까지 계산해, “이 소비자는 얼마까지 지불할까?”를 예측한다. 그리고 그 예측에 맞춰 가격을 조정한다. 같은 상품이라도 어떤 사람에게는 더 비싸게, 다른 사람에게는 더 싸게 판다.


이 방식은 다이나믹 프라이싱이라는 이름으로 불린다. 경영서에서는 이를 ‘수익 극대화를 위한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이라 칭찬한다. 그러나 본질만 놓고 보면, 동네의 ‘폰팔이’의 멸칭을 가지는 핸드폰 판매원이 손님의 차림새와 말투를 보고 가격을 부풀리는 것과 다르지 않다. 차이는 하나, 그것이 대기업의 시스템이냐, 개인의 감각이냐일 뿐이다.


그런데 사회는 이 둘을 전혀 다르게 본다. 대기업이 하면 ‘경제적 현명함’이고, 개인이 하면 ‘악덕’이다. 대기업은 브랜드 이미지와 세련된 포장으로 합법의 테두리 안에서 같은 일을 하고, 개인은 협상과 눈치를 통한 노골적인 방식으로 같은 일을 한다. 결국 평가의 차이는 행위의 본질이 아니라 주체의 힘과 포장 능력에서 비롯된다.


이 구조 속에서 우리는 강자에겐 너그럽고 약자에겐 가혹하다. 거대한 로고 아래서 이루어지는 가격 차별은 ‘혁신’이라 부르고, 골목 구석에서 벌어지는 흥정은 ‘악덕’이라 단정한다. 소비자는 강자의 알고리즘에 속아 웃으며 결제하고, 약자의 말솜씨에는 분노한다.


문제는 이중 잣대다. 동일한 행위를 서로 다른 잣대로 재는 순간, 우리는 정의를 말할 자격을 잃는다. 더구나 그 이중 잣대는 단지 가격의 문제가 아니라, 힘 있는 자가 만든 규칙을 ‘정상’이라 받아들이게 하는 사회 구조의 문제다.


쿠팡과 아마존의 알고리즘은 단순한 판매 도구가 아니다. 그것은 우리가 누구에게는 관대하고, 누구에게는 가혹한 존재라는 사실을 비추는 거울이다. 그리고 그 거울 속에서 우리는 강자에게 고개를 끄덕이며, 약자에게는 손가락질을 한다. 어쩌면 가장 한심한 것은, 그 불평등을 당연하게 여기는 우리의 습관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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