잿빛의 하루

by 신성규

그녀와 헤어진 이후, 나는 마치 공기가 빠져버린 풍선처럼 힘없이 가라앉았다. 세상이 여전히 움직이고 있다는 사실이 이상하게 낯설다. 사람들은 여전히 걸어가고, 웃고, 서로에게 말을 건네는데, 그 모든 장면이 나와는 전혀 다른 세계에서 벌어지고 있는 것 같다. 나는 잿빛의 유리 안에 갇혀, 그 모든 것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을 뿐이다.


나는 아이처럼 울고 싶다. 바닥에 주저앉아 발을 구르고, 손을 휘두르며, 억울하다고 소리치고 싶다. 잃어버린 것이 너무 크다고,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고, 몸부림치며 울부짖고 싶다. 하지만 현실은 나를 너무도 고요하게 만든다. 내 입술은 닫혀 있고, 목구멍은 꽉 막혀 있다. 눈물조차 제멋대로 흐르지 않는다. 그저 가슴 속에서 무겁고 뭉근한 고통만이 계속 맴돌고 있다.


밤이 오면 더욱 선명해진다. 어둠은 그녀의 부재를 뚜렷하게 드러낸다. 침대는 너무 넓고, 공기는 차갑다. 그녀가 웃던 모습, 무심히 고개를 돌리던 습관, 아무렇지 않게 건네던 말들이 머릿속에 가득 차서 나를 조롱하듯 떠다닌다. 나는 눈을 감아도, 눈을 떠도, 그녀의 흔적에 둘러싸여 있다. 현실 속에는 없는데, 내 마음 속에는 도리어 더 선명해진다.


이 고통은 설명하기조차 어렵다. 단순히 외로움이라고도, 단순히 상실감이라고도 말할 수 없다. 그것은 마치 나의 심장이 그대로 껍데기만 남은 것 같은, 피가 돌지 않고 공허만 가득한 상태다. 먹어도 맛이 없고, 걸어도 길이 이어지지 않는다. 모든 것이 무채색으로 변했고, 그 무채색조차 나를 숨 막히게 한다.


나는 떼를 쓰고 싶다. 이제는 어른이 되어버려 마음대로 울 수도 없는, 억눌린 아이처럼, 속으로만 고집을 부리고 있다. “돌아와 달라”고, “이건 잘못된 일이라고” 반복해서 말하고 싶다. 그러나 그녀는 이미 없다. 그 사실만이 끊임없이 나를 밀어붙인다.


잿빛은 단지 색깔이 아니라, 내 마음 그 자체가 되어버렸다. 나는 잿빛의 공기 속에서 숨을 쉬고, 잿빛의 침대 위에서 누워 있고, 잿빛의 거리를 걸어 다닌다. 세상은 여전히 색을 띠고 있을지 몰라도, 내 눈에는 더 이상 아무 색도 들어오지 않는다.


나는 이렇게 앉아 있다. 아이처럼 울지도 못하고, 어른처럼 버티지도 못한 채, 그저 멈춰 있는 사람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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