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들은 나에게 늘 마음을 털어놓았다.
나는 그들의 이야기를 끝까지 들어주었고, 고개를 끄덕였고, 그들의 상처에 내 상처를 겹쳐 이해하려 했다. 그들은 나를 향해 말했다.
“넌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알아봐 주는 유일한 사람이야.”
그 말은 마치 약속 같았다. 그러나 그것은 약속이 아니었다.
그들은 나를 찾으면서도, 정작 내 앞에 오지는 않았다. 나를 믿는다고 말했지만, 기대지는 않았다. 내게 기대기엔 내가 불안정하다고, 내가 너무 순수해서 결국 파괴될 거라고 했다. 그렇게 말하면서도, 그들은 다른 누군가의 품을 찾아 떠났다. 하지만 다른 사람을 찾고도 나를 찾았다. 이해자를 찾기 위해. 나는 이해라는 감옥에 갇힌 채, 그들의 위안을 위해 존재하는 그림자였다.
그들은 취할 때면 잠을 자고 싶어했다. 하지만 그 욕구는 나를 향한 사랑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그저 순간의 슬픔을 잊기 위한 도피처럼 보였다. 나는 그 눈빛 속에서 따뜻함보다는 공허함을 보았고, 그럴수록 여자라는 종에 회의감을 느끼게 되었다.
여자가 언제든 떠날 수 있다는 불안은 내 안에 깊게 자리 잡았다. 그것은 어머니의 부재와 겹쳐지며, 나를 사랑하지 못하는 사람으로 만들어버렸다. 사랑을 붙들고 싶으면서도, 동시에 언젠가 떠날 것이라는 두려움이 모든 시작을 짓눌렀다.
그때 나는 깨달았다.
이해한다는 것이 곧 사랑을 뜻하지는 않는다는 사실을.
진심을 쏟아내도, 상대는 그저 한쪽 귀로 흘려보낼 수 있다는 냉혹함을.
나는 점점 냉소적으로 변해갔다.
“여자는 순 거짓말쟁이다.”
이 문장이 내 가슴 깊숙이 뿌리내리기 시작했다. 그들이 내게 보여준 모순과 이중성, 말과 행동이 따로 노는 모습은 나를 철저히 무너뜨렸다. 내가 들은 모든 위로와 고백은 결국 공허한 메아리였다.
사실 나는 단순했다. 누군가 나를 필요로 한다면, 그만큼 나도 필요로 되어야 한다고 믿었다. 하지만 관계는 그렇게 단순하지 않았다. 그들은 나를 필요로 하되, 원하지 않았다. 나의 존재는 빌려 쓰는 방과 같았고, 사용 후에는 미련 없이 떠났다. 그리고 언제든 자신의 방인 것처럼 돌아왔다.
나는 그 빈방에 홀로 남았다.
방 안에는 울음과 분노와 자괴감만이 가득했다.
여자에 대한 혐오의 씨앗은 그 방 안에서 움트기 시작했다. 나는 그 씨앗을 뽑아내려 애쓰지도 않았다. 차라리 그것이 내 상처를 감싸는 보호막 같았기 때문이다.
지금도 가끔은 묻는다.
그들이 정말 거짓말쟁이였던 걸까, 아니면 내가 진실을 잘못 기대한 걸까.
아마 답은 영영 알 수 없을 것이다. 다만 분명한 건, 그 시절의 경험이 내 마음 한쪽을 돌처럼 굳게 만들었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나는 여전히, 그 돌덩이를 안고 살아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