혀와 손의 문장

by 신성규

내 혀는 늘 문턱에서 멈춘다.

자음과 모음이 부딪혀 터지려다

다시 삼켜지고,

내 목소리는 너의 귀에 닿기도 전에

작게 부서진다.


말끝이 엉기며 미끄러지는 순간,

나는 손끝을 뻗는다.

혀가 길을 잃을 때,

손은 길을 찾는다.


너의 목선 위로 흘러내리는 머리카락,

그 가늘고 긴 결을 따라

내 손가락이 떨리며 멈췄다 다시 움직인다.

마치 음절이 넘어지듯,

마디마디마다 주저하며,

그러나 결국 닿고야 마는 떨림.


내 숨은 더듬는다.

너의 어깨 위에서,

너의 가슴 곡선 위에서,

내 호흡은 자꾸만 끊어졌다 이어지며

네 살결에 새겨진다.


너는 내 말을 기다리지만,

나는 끝내 단어를 세우지 못한다.

대신 내 손끝이 문장을 쓴다.

허벅지의 긴장,

손바닥에 스민 열기,

갈피마다 찾아내는 네 몸의 쉼표들.


말이 주저하는 만큼

몸은 대담해진다.

혀가 망설이는 자리마다

손은 과감히 더듬으며

너의 비밀스러운 구절들을 펼쳐낸다.


내 더듬거림은 결코 결핍이 아니다.

그것은 너에게 이르는 또 다른 언어,

주저하는 소리와 탐색하는 손길이

겹쳐질 때,

우리는 말보다 깊은 대화를 나눈다.


말은 내 안에서 자꾸만 무너지고,

너의 살은 내 손끝에서

점점 더 확실히 세워진다.


나는 더듬는다.

너를 더듬으며,

결국 내 말을 완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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