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의 시인은

by 신성규

현대의 시인은 더 이상 고독한 상상력 속에서만 존재하지 않는다. 그는 자신의 언어를 상품처럼 포장하고, 유통 경로를 찾아야 하며, 독자의 취향을 고려하는 마케터가 된다. 좋은 문장조차, 독자라는 ‘시장’을 만나지 못한다면 빛을 잃는다. 시인은 상인처럼 살아야만 한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아이러니가 발생한다. 좋은 예술은 언제나 모두에게 닿지 않는다. 그것은 난해하고, 때로는 불친절하며, 특정한 감수성과 사유를 요구한다. 시장에서 잘 팔리는 언어는 쉽고 명확하며 감각적으로 즉각적인 반응을 얻는다. 반면, 진짜 예술은 어쩌면 시대에 뒤늦게 이해되거나, 소수의 손에만 전해진다.


대중예술은 즉각적인 소비와 쾌락의 언어로 기능한다. 반면 좋은 예술은 무언가를 오래 붙잡고, 불편하게 하며, 때로는 이해되지 않은 채 남는다. 바로 그 지점에서 예술의 힘이 발생한다. 이해되지 않음 속에 잠재된 진실, 시장 논리로 환원되지 않는 어떤 고유한 세계가 존재한다.


결국, 현대의 시인은 상인의 방식으로 생존을 모색하면서도, 상인의 논리만으로는 도저히 설명할 수 없는 세계를 꿈꾸어야 한다. 시장에서 실패하더라도 남는 언어, 대중에게 닿지 못하더라도 스스로 빛나는 언어. 그것이야말로 상인의 가면을 쓴 시인이 여전히 ‘시인’으로 남는 이유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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