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만적인 벌거숭이

by 신성규

잘 때마다 옷 위로 벌레가 기어다니는 것 같다. 없는 것이 있는 척하며 피부를 간질인다. 아무리 빨아도, 아무리 말려도, 그 감각은 사라지지 않는다. 나는 스스로를 의심한다. “미친 건가, 아니면 그냥 지나치게 예민한 건가.”


그러다 문득 먼로가 떠오른다. 세상은 그녀의 한마디 ― “나는 샤넬 넘버 파이브를 입고 잔다” ― 를 여전히 숭배한다. 하지만 생각해 보면, 그녀도 벌거숭이에 향기를 입고 잤을 뿐이다. 화려한 이미지 뒤의 고독을 향수 한 방울로 감췄을 뿐.


나라고 다를 게 뭐 있나. 나는 벌레 같은 감각을 피하려고 옷을 벗는다. 벌거숭이로 자면 조금은 편하다. 내겐 향수가 없지만, 대신 담배 냄새와 허무가 나를 덮어준다. 그것도 나름의 방식이다.


사람들은 예술을 고상한 것으로만 안다. 하지만 내게 예술은 불편함 속에서 피어나는 한숨 같은 거다. 벌레가 기어다니는 착각 속에서 몸을 웅크리고, 담배 한 대 피우며 중얼거린다. “그래, 이게 내 몫이지. 내가 감당해야 할, 기묘한 운명.”


나는 늘 패배자 쪽에 가까웠다. 세상은 향수로 잠드는 여자를 기억하겠지만, 나는 벌거벗은 채로 더 깊은 꿈을 꿀 수 있다. 그것도 나름 나쁘지 않다. 벌거숭이에도 낭만은 있으니까.


패배에도 낭만은 있다. 그것이 내 몫이라면, 나는 벌거숭이로라도 견뎌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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