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갈 <산책> 재해석

by 신성규


마르크 샤갈의 〈산책〉은 오랫동안 사랑의 도취를 시각화한 대표작으로 해석되어 왔다. 하늘을 나는 벨라, 그녀의 손을 잡고 있는 샤갈, 현실의 중력을 무시한 듯한 몸짓과 밝은 색채. 이 장면은 사랑이 인간을 일상의 질서와 중력에서 해방시킨다는 낭만적 명제를 거의 직관적으로 전달한다. 그래서 이 그림은 흔히 “사랑은 사람을 날게 한다”는 문장으로 요약되며, 벨라의 비행은 사랑의 이상성과 자유를 상징하는 요소로 읽혀 왔다.


이러한 해석은 분명 설득력을 가진다. 샤갈의 회화 세계에서 벨라는 꿈과 자유, 언어 이전의 감정에 가까운 존재로 반복적으로 등장하고, 〈산책〉 속 그녀의 비상은 그 상징성을 가장 선명하게 드러내는 장면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해석은 하나의 중요한 요소를 충분히 설명하지 못한다. 바로, 왜 샤갈 자신은 날지 않는가 하는 질문이다. 만약 이 그림이 온전히 ‘함께하는 도피’를 말하고자 했다면, 샤갈 또한 벨라와 함께 공중에 떠 있어야 자연스럽다. 그러나 그는 분명히 땅 위에 서 있다. 이 선택은 우연이라 보기 어렵다.


기존의 해석은 이 지점을 종종 간과하거나, 단순한 구도상의 대비로 처리해 왔다. 하지만 샤갈의 작품에서 구도는 결코 중립적인 장치가 아니다. 특히 인물의 위치와 중력에 대한 태도는 그의 회화에서 반복적으로 의미를 생성하는 요소다. 따라서 〈산책〉에서 샤갈이 땅에 남아 있다는 사실은, 사랑의 형태에 대한 작가의 의식적인 판단을 반영한다고 보는 편이 타당하다.


이 지점에서 〈도시 위에서〉를 함께 떠올릴 필요가 있다. 이 작품에서 샤갈과 벨라는 실제로 함께 날고 있다. 두 사람은 도시 위를 떠다니며 현실을 완전히 벗어난 상태에 있다. 흥미로운 점은, 이 장면이야말로 기존 해석이 상정하는 ‘이상적인 사랑’에 가장 가까운 형식임에도 불구하고, 두 사람의 표정은 밝지 않다는 사실이다. 오히려 어딘가 불안하고 긴장된 인상을 준다. 그들의 비행은 해방이라기보다 탈주에 가깝고, 기쁨보다는 불안이 먼저 감지된다.


이 대비는 우연이 아니다. 〈도시 위에서〉에서는 두 사람이 모두 땅을 잃는다. 둘 다 떠 있다는 것은, 둘 다 현실에 발을 딛고 있지 않다는 뜻이기도 하다. 사랑은 고양되어 있지만, 그 고양을 지탱할 기반은 없다. 그래서 함께 날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표정은 안정되지 않는다. 이 작품에서 비행은 이상적이지만, 아직 성숙하지 않은 사랑의 상태를 드러낸다.


이후의 작품인 〈산책〉에서 샤갈은 전혀 다른 선택을 한다. 벨라는 여전히 하늘을 난다. 이상과 자유의 위치는 유지된다. 그러나 샤갈은 더 이상 함께 날지 않는다. 그는 땅에 남아 벨라의 손을 잡는다. 그리고 놀랍게도, 이 장면에서 두 사람의 표정은 이전과 달리 평온하고 밝다. 사랑은 더 이상 현실로부터의 탈출이 아니라, 현실과 조화를 이룬 상태로 나타난다.


여기서 〈산책〉은 이렇게 말하는 듯하다. 사랑이 반드시 같은 위치에 있을 필요는 없다고. 오히려 사랑은 각자가 감당할 자리를 찾았을 때 비로소 안정될 수 있다고. 벨라는 이상을 맡고, 샤갈은 현실을 맡는다. 이 분리는 사랑을 약화시키지 않는다. 오히려 그 분리를 통해 사랑은 처음으로 지속 가능한 형태를 획득한다.


기존의 해석이 〈산책〉을 ‘현실을 초월한 사랑’으로 읽었다면, 이 해석은 그 반대로 이 그림을 ‘현실을 인수한 사랑’으로 읽는다. 샤갈이 땅에 남아 있다는 사실은, 사랑을 위해 현실을 포기하지 않았다는 증거이자, 이상을 파괴하지 않기 위해 자신이 남았다는 선언에 가깝다. 그리고 그 선택은 희생의 표정이 아니라, 기쁨의 표정으로 그려진다.


이렇게 보면 〈도시 위에서〉와 〈산책〉은 각각 독립된 작품이 아니라, 하나의 서사적 연속선 위에 놓인 두 장면처럼 보인다. 함께 날던 사랑은 불안했고, 남아 있는 사랑은 평온하다. 샤갈은 이 두 그림을 통해 사랑의 이동을 기록한다. 사랑은 언제나 비상으로 시작하지만, 끝내는 누군가가 땅에 남는 법을 배울 때 비로소 안정된 형태가 된다는 것을.


그래서 〈산책〉은 묻는다. 우리는 사랑에서 무엇을 기대하는가. 함께 떠오르는 황홀을 원하는가, 아니면 누군가를 날게 두고도 흔들리지 않는 자리를 원하는가. 샤갈은 자신의 위치를 선택했다. 그는 날지 않음으로써, 사랑을 가장 오래 지속될 수 있는 형태로 바꾸어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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