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생존법

by 신성규

아버지는 초등학생 때 아이큐 검사에서 유난히 높은 수치를 받았다고 했다.

선생님이 따로 불러 “너는 마음만 먹으면 무엇이든 될 수 있다”고 말해주었다고도 했다.

그 말은 축복이었을까, 아니면 너무 이른 예언이었을까.


아버지는 결국 아무것도 되지 못했다.

적어도, 사회가 말하는 ‘무언가’는 되지 못했다.

그는 특별한 직함도, 성공담도 없이 나이를 먹었다.

하지만 아무것도 되지 못한 사람만이 갖는 능력이 있었다.


생각을 끊는 법.


아버지는 생각이 얼마나 사람을 갉아먹는지 알고 있었다.

가능성, 만약, 다른 삶, 되지 못한 자신에 대한 질문들이

밤마다 머릿속에서 서로를 깨우며 자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그는 늘 사람들 속으로 들어갔다.

술자리는 단순한 유흥이 아니었다.

그건 생각을 분산시키는 기술이었고,

자기 자신과 단둘이 남지 않기 위한 생존 방식이었다.


사람을 만나고,

웃고,

시끄러워지고,

취해가는 동안

머릿속에서 가장 날카로운 질문들이 하나씩 잠잠해졌다.


아버지는 내게 아무것도 강요하지 않았다.

공부하라는 말도,

성공하라는 말도,

위대한 사람이 되라는 말도 하지 않았다.


대신 이렇게 가르쳤다.

“생각이 너무 많아질 땐, 혼자 있지 마라.”


나는 나중에서야 알았다.

그 말은 조언이 아니라 고백이었다는 걸.

그는 자신의 실패를 설명하지 않았고,

자신의 고통을 정의하지도 않았다.


다만, 그 고통을 잠시 끊어내는 방법을

아들에게 조용히 건네주었을 뿐이다.


어쩌면 아버지는 아무것도 되지 못한 게 아니라,

‘생각 때문에 무너지는 사람’이 되지 않기 위해

평생을 버텨낸 사람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나는

그의 재능보다

그의 생존법을

더 정확하게 물려받았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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