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 최고가격제는 겉으로는 민생을 위한 정책처럼 보인다. 그러나 그 구조를 들여다보면, 이것은 가격을 통제하는 정책이 아니라 책임을 전가하는 방식에 가깝다.
국가는 가격 상한을 설정했다. 문제는 그 기준이 명확한 시장 원리에서 도출된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최고가격은 합리적 근거 위에서 정교하게 설계된 것이 아니라, 사실상 임의적으로 결정된다. 그 결과, 시장 가격은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고 왜곡된다. 가격이란 수요와 공급, 비용과 리스크가 응축된 정보인데, 이 정보가 행정적으로 잘려나간 것이다.
이 왜곡의 비용은 누구에게 전가되는가. 정유사다. 현재 구조에서는 리터당 약 200원 수준의 손실이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는 단순한 기업의 이익 감소 문제가 아니다. 민간 기업에게 국가적 위기의 비용을 직접 떠넘기는 방식이다. 더 심각한 점은 이 손실이 ‘적당한 수준’이 아니라는 것이다. 시장 참여자가 감내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서는 구조적 손실을 강요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가는 이 부담을 정당화한다. 필요하다면 추후 보전을 해주겠다는 식이다. 그러나 이 약속은 모순적이다. 결국 그 보전은 세금으로 이루어질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애초에 왜 투명하게 재정을 사용하는 대신, 민간 기업을 중간에 끼워 넣어 부담을 떠넘기는가. 이것은 책임의 흐름을 흐리고, 정책의 비용을 은폐하는 방식에 가깝다.
더 본질적인 문제는 지원의 방식이다. 지금의 정책은 소비를 구분하지 않는다. 생계를 위해 운전하는 화물차 기사와, 고배기량 차량을 소비하는 고소득층이 동일한 가격 혜택을 받는다. 이는 명백한 자원 배분의 실패다. 정말 보호해야 할 대상과 그렇지 않은 대상이 구분되지 않으면서, 정책은 효율성을 잃고 단순한 가격 억제 장치로 전락한다.
이 문제는 다른 방식으로 충분히 해결 가능하다. 유류 가격에는 이미 상당한 세금이 포함되어 있다. 국가가 민생을 보호하고자 한다면, 유류세를 일정 기간 과감하게 인하하는 것이 더 직접적이고 정직한 방법이다. 이 방식은 시장 가격 구조를 유지하면서도 소비자의 부담을 낮출 수 있다. 무엇보다 비용의 주체가 명확해진다.
반면 지금의 방식은 시장을 억누르면서 동시에 책임을 회피한다. 가격은 통제하면서, 그로 인해 발생하는 손실은 민간 기업에게 전가한다. 그리고 그 손실은 결국 다시 세금으로 보전될 가능성이 높다. 이처럼 비효율적이고 우회적인 구조는 정책이라기보다 일종의 정치적 압박에 가깝다.
국가는 위기 상황에서 역할을 해야 한다. 그러나 그 역할은 시장을 대신하는 것이 아니라, 시장이 감당하지 못하는 부분을 투명하게 보완하는 것이다. 가격을 억누르는 것은 단기적으로는 쉬운 선택이다. 하지만 그 대가는 왜곡된 신호, 잘못된 자원 배분, 그리고 결국 더 큰 비용으로 돌아온다.
지금 필요한 것은 통제가 아니라 설계다. 그리고 그 설계는 책임을 숨기는 방식이 아니라, 드러내는 방식이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