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서를 창조하려는 충동

by 신성규

책을 읽는 것이 아니라, 언어 자체를 마신다. 종이 위에 인쇄된 글자들이 아니라, 세계를 해석하는 코드로서의 문장을 탐닉한다. 어린 시절부터 나는 ‘의미’를 먼저 보았다. 세상은 언제나 압도적이었고, 나는 활자를 통해 그것을 분해하고 다시 조립하는 법을 배웠다. 책 속의 문장들은 내가 만질 수 있는 구조였고, 손에 쥘 수 있는 질감이었다. 활자를 읽는다는 것은 그 문장의 감정을 내 안으로 삼키는 행위였고, 그렇게 삼켜진 언어는 내 안에서 감정의 신체가 되었다. 단순한 취미가 아니다. 그것은 세계를 받아들이는 방식이며, 나 자신이 구성되는 경로다.


이상한 일이다. 어떤 이는 자연 속에서 평온을 얻는다 하지만, 나는 단어들의 숲에 들어가야 비로소 숨을 쉬게 된다. 사유는 활자 위에서 증폭되고, 감정은 문장 사이에서 고요히 번역된다.


말을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말이 내 안에서 소리를 낸다. 한 문장의 울림이 하루를 바꾸기도 한다. 언어는 내게 정보를 전달하는 매개체가 아니라, 나의 리듬을 바꾸고, 내가 보는 세계의 깊이를 설계하는 내면의 기술자이다.


이 활자의 물리적 힘은 단지 심리적 현상이 아니다. 실제로 어떤 문장을 읽은 후, 나는 손끝의 감각이나 가슴의 박동이 달라짐을 느낀다. 언어는 정신을 거쳐 몸에 작용한다. 그것은 외부에서 온 기호가 아니라, 내가 세계를 신체화하는 또 하나의 경로다.


나는 텍스트의 ‘양’보다 그 구조와 결의에 이끌린다. 문장을 구조화하면서 사고를 구조화한다. 그것은 해체하고 다시 조립하기 위한 도면이다. 활자에 중독된 것이 아니라, 질서를 창조하려는 충동에 중독된 것이다.


모든 것이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느낀다. 문장의 구조와 우주의 구조는 닮아 있고, 하나의 잘 짜인 단락은 우주를 구성하는 수학적 공식처럼 정제되어 있다. 사람들은 언어를 사용해 감정을 설명한다. 나는 언어로 감정을 소장한다. 어떤 단어는 어릴 적 방으로 데려가고, 어떤 접속사는 잊었던 목소리를 되살린다. 문장은 감정을 저장하는 가장 고차원적인 기계라고 느껴진다.


단순히 과도한 텍스트 소비가 아니다. 이것은 일종의 존재 방식이며, 살아 있는 상태를 유지하는 조건이다. ‘활자 중독’이라는 말은 어쩌면 적절치 않다. 나는 활자에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활자라는 형식을 통해 존재한다. 언어는 나의 간이자 심장이며, 문장은 나의 뼈대를 형성한다. 그 존재에 발현되는 창조에서 질서를 가진 글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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