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 시장을 바라보다 보면, 겉보기에는 전혀 무관한 종목들이 마치 쌍둥이처럼 차트를 그리며 나란히 움직이는 장면을 목격하게 된다. 동일 섹터, 동일 테마에 속한 종목들이 어느 정도 비슷한 흐름을 가지는 것은 통상적인 시장 반응일 수 있다. 그러나 내가 관찰한 것은 조금 더 오묘하고, 수학적인 정합성을 가진 움직임이었다. 때로는 완전히 다른 산업군에 속해 있음에도, 한 종목의 움직임이 다른 종목의 미래를 암시하듯 기묘하게 선행하거나 동행하며 따라가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마치 시장 속에 은밀한 알고리즘이 존재하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선행하는 종목은 대체로 거래량이 풍부하고 민감하게 반응한다. 그에 반해 따라오는 종목은 한 발 늦게 움직이며, 거래량도 적고 보수적으로 반응하는 경향이 있다. 이 차이를 감지하여 후행 종목의 매물 포지션이 쌓일 때 진입한다면, 통계적으로 일정 수준의 수익이 발생한다는 사실은 단순한 추론이 아니라 패턴을 감지하는 감각에 가깝다.
나는 이 현상이 우연이나 심리적 투영이 아닌, 보다 깊은 구조적 질서를 반영하고 있다고 느낀다. 이는 아마도 금융공학적 모델이나 퀀트 알고리즘, 혹은 고빈도 거래 전략이 특정 수학적 상관관계를 포착하여 자동화된 매수·매도 시점을 생성하는 방식일 수도 있다. 고빈도 매매 알고리즘은 시장에 내재된 상관계수와 공분산을 실시간으로 읽어내며, 복잡한 수학적 함수를 통해 다음 움직임을 예측하고 반응한다. 이 과정이 반복되면, 시장이 아닌 기계들이 만들어낸 유사한 파동 구조가 차트에 새겨지기 시작한다.
하지만 흥미로운 것은, 이 움직임이 기계적인 것을 넘어서서 마치 살아있는 유기체의 반응처럼 느껴진다는 점이다. 전혀 관련 없어 보이는 산업군, 예를 들어 AI 반도체와 이차전지, 혹은 콘텐츠 플랫폼과 로보틱스 종목들조차도 어떤 특정 시점에서 같은 리듬과 진폭으로 출렁이기 시작한다. 이건 단순히 테마를 공유해서가 아니라, 시장이라는 유기적 네트워크에서의 정보 확산 속도와 심리적 동조화에 기반한 무의식적 공진 현상처럼 보이기도 한다.
이런 시점에서 나는 질문하게 된다.
“이 모든 반복과 유사성은 정말 금융공학이 만들어낸 인공적인 구조물인가, 아니면 인간 무의식의 통계적 총합인가?”
혹자는 이를 ‘우연한 차트 유사성’이라 치부할 수도 있다. 그러나 나는 여기에 더 깊은 질서의 암호화가 있다고 믿는다. 왜냐하면 이들은 단순히 모양이 비슷한 것이 아니라, 일정한 선행-후행 시간 간격을 두고 지속적으로 반복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반복은 단발성 이벤트로 설명할 수 없다. 비이성적인 주체들이 만든 시장에서 비이성적인 움직임조차 예측 가능한 수학적 구조를 따른다는 것, 이것이야말로 철학적으로 가장 흥미로운 지점이다.
결국 이 패턴을 파악하고, 그것을 나만의 방식으로 거울처럼 활용하는 것은 단순한 투자 전략 그 이상이다. 그것은 복잡성과 무질서 속에서 질서를 보는 능력, 그리고 보이지 않는 것들을 감각하고 추론하는 고차원적 사고의 표현이다.
주식 시장은 본질적으로 혼돈이다. 그러나 나는 그 혼돈 속에서도 끊임없이 나타나는 비대칭적 질서의 실루엣을 보며, 인간과 기계, 감정과 수학이 얽힌 이 세계를 사유한다. 어쩌면 이 시장은 현대의 미시우주이며, 우리는 그 안에서 지속적인 리듬을 감지하고 번역하는 존재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