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한다는 것

by 신성규

사랑에, 술에, 음악에, 글에

한 번쯤은 취해야 한다.

그 무아지경에 몸을 던지면

세상은 한층 부드럽고,

마음은 한층 투명해진다.


그때,

근심은 안개처럼 스러지고

미래의 그림자는 달빛에 녹아내린다.

지금 이 순간,

살아있음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비로소 알게 된다.


사랑에 취해 숨결이 흔들리고,

술에 취해 마음의 빗장이 풀리고,

음악에 취해 귀끝이 떨리고,

글에 취해 영혼이 깨어난다.


그 모든 것이 겹겹이 스며들어

나를 ‘나’로부터 풀어낸다.

시간은 잠들고,

공간은 녹아내리고,

나는 단 한순간에 피어오른다.


행복은

바로 이 무아의 불꽃 속에 있다.

사랑, 술, 음악, 글—

그 모든 것에 취해

한 줌의 영혼으로,

순간에 깃드는 것.

그것이 진짜 삶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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