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에 대한 감세는 지방의 생존 조건
대한민국은 단일국가임에도 불구하고, 실질적으로는 하나의 거대한 도시국가(서울)와 그 외부지역(지방)의 연합체처럼 작동하고 있다. 이 구조 안에서 ‘대한민국 국민’이라는 개념은 평등하지 않다. 교통, 의료, 문화, 예술, 교육, 행정 등 각종 인프라는 수도권에 편중되어 있으며, 이는 단지 거주지의 선택이 아니라 삶의 질 자체를 결정짓는 국가적 불평등이다.
수도권에 사는 시민은 정부의 집중적인 투자를 통해 광범위한 인프라를 누린다. 서울 한복판을 가로지르는 지하철, 고급 병원과 대학, 박물관과 오페라, 공공 교통의 밀도와 효율성은 세계 유수 도시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다. 반면 지방 시민들은 자동차 없이 출퇴근이 어렵고, 응급실까지 몇 시간을 달려야 하며, 예술과 문화는 서울로 ‘원정’ 가야 접할 수 있다.
그런데 역설적으로, 세금은 모두 똑같이 낸다. 혹은 어떤 경우에는 서울 시민보다 더 많이 낼 수도 있다. 지방이 소멸하고 있다는 수많은 통계와 절망의 기사 속에서, 과연 지방 시민은 국가로부터 ‘공정한 대가’를 받고 있는가?
기업에는 감세 인센티브가 제공되지만, 개인 시민에게는 그런 조치가 존재하지 않는다. 우리는 지금 기업만을 위한 분산정책을 펼치고 있을 뿐, 개인을 위한 인센티브는 전무하다. 인구 구조의 절반이 넘는 수도권 시민의 반발을 우려해 서울의 세금을 올리는 건 불가능하니, 지방의 세금을 줄이는 게 유일한 대안이다.
지방의 세금을 대폭 감면하고, 거주자에게 직접적인 세제 혜택과 지원을 제공한다면 청년층의 대도시 집중을 억제할 수 있다. 나아가 노년 인구의 지방 이전을 유도함으로써 인구구조의 재균형도 가능해진다.
서울은 고도로 대중교통화된 도시임에도 불구하고 자동차에 대한 세금이 상대적으로 낮다. 지하철이 촘촘히 깔려 있고, 차량 없이도 생활이 가능한 환경이지만, 차를 갖는 데에 별다른 불이익이 없다. 반면 지방은 자동차가 없으면 생존이 어렵지만, 차량 유지비는 서울과 동일하다.
이는 명백한 구조적 모순이다. 자동차가 필수재인 지방과, 사치재로 기능하는 서울을 같은 세율로 규정하는 것은 경제적 약자를 더 짓누르는 결과를 낳는다. 서울은 싱가포르나 홍콩처럼 자동차에 대한 고세율을 책정하고, 지방은 미국의 일부 지역처럼 자동차에 대한 지원금이나 면세 정책을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지금 대한민국은 수도권이 모든 혜택을 독점하면서도, 이에 상응하는 책임은 지지 않는 구조를 갖고 있다. 지방의 감세는 ‘시혜’가 아니라 국가 균형 발전을 위한 전략적 정책이며, 청년층과 노년층의 선택을 유도할 수 있는 실질적 수단이다.
서울은 스스로 도시국가 수준의 자부심을 가지려 한다면, 그만큼의 책임과 기여를 감수해야 한다. 그리고 국가는, 그 외부에 존재하는 수많은 지역 시민들에게도 존엄 있는 선택의 권리와 삶의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지방의 감세는 자동차에 대하여 지역 차등 과세와 유지세와 혼잡세를 다르게 적용하여 점진적으로 이뤄내고, 서울 및 수도권 부동산 자산이 과도하게 집중된 공공 인프라를 집중적으로 누리는 지역에 지방자치단체별 가산세율 적용 가능하다. 이는 정치적 공감대가 생길 때까진 실현하기 어려운 일이겠다. 사실 선거와 투표의 매커니즘으로 볼 땐, 절반 이상이 손해를 본다 생각하는 구조기 때문에 조심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