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대만 경제공동체의 가능성과 필요성
세계의 흐름은 이제 ‘혼자서는 살아남을 수 없는 시대’로 진입했다. 대국이란 단순한 경제 규모를 넘어서, 세계 질서를 바꾸거나 선도할 수 있는 정치적 영향력을 가진 나라 즉 패권 국가를 의미한다. 미국, 러시아, 유럽만이 이 범주에 속하며, 그 외 국가들은 이러한 흐름 속에서 어떤 동맹과 질서를 선택하느냐에 따라 운명이 갈린다.
한국, 일본, 대만은 그 어느 때보다 서로가 필요하다. 특히 한국과 대만은 기술 패권, 안보 위협, 산업 구조상 정교한 상호보완성을 가진 전략 파트너다. 세 나라의 산업 구조는 서로를 보완한다. 한국의 반도체, 일본의 정밀기계, 대만의 파운드리 역량이 결합된다면, 글로벌 공급망의 충격에도 빠르게 회복하는 탄력적 생산 네트워크를 구축할 수 있다. 단일시장으로서의 동북아 경제권 규모는 이미 6조 달러를 넘어 세계 4위권에 해당한다. 여기에 관세 철폐와 서비스 시장 개방을 더한다면, 자유무역협정 이상의 실질적 무역 장벽 해소가 가능해진다.
한국은 뛰어난 제조 역량과 대규모 산업 인프라, 기술 융합 능력, 그리고 글로벌 브랜드 파워를 가진 나라다. 대만은 세계 최고의 반도체 설계·제조 역량을 가진 고도화된 기술국가다. 특히 TSMC를 중심으로 한 파운드리 체계는, 한국의 메모리 기술과 결합할 때 세계 반도체 공급망의 절대적 영향력을 만들 수 있다.
둘의 협력은 단순한 공급망 안정화를 넘어서, AI, 양자 기술, 방산, 사이버 보안까지 미래 기술 패권에 영향을 주는 범위로 확대될 수 있다. 한국은 안정적인 인프라와 대규모 자본 조달 능력을 갖췄고, 대만은 뛰어난 공학 인재와 유연한 기술 혁신 환경을 가지고 있다. 이 둘의 결합은, 일본과의 협력까지 포함될 때 동북아의 자립적 기술 생태계를 형성할 수 있다.
일본에게도 이 협력은 생존을 위한 선택이다. 고령화, 내수 침체, 기술 혁신의 정체 속에서 일본은 새로운 활력이 필요하다. 대만의 기술, 한국의 시장 역동성은 일본이 단독으로 회복할 수 없는 부분을 보완해줄 수 있다. 동시에 일본의 정밀기술, 소재, 시스템 공학은 동북아 전체의 기술 스펙트럼을 확장시킬 수 있다.
대만과 일본 또한 협력의 필요성이 뚜렷하다. 대만은 자국 내에서 고도화된 칩 생산 능력을 갖추었지만, 소재·정밀 공정 장비 등에서는 여전히 일본의 기술 의존도가 높다. 반대로 일본은 반도체 후방 생태계(장비·소재)에선 우위에 있지만, 고성능 반도체 제조 능력(TSMC 수준)은 부족하다.
양국은 자국 기술의 완성도를 위해 서로를 필요로 하며, 그 협력은 단지 산업 차원을 넘어 미래 안보와 경제 자립성이라는 전략 차원으로 확장되고 있다. 특히 일본이 TSMC의 일본 공장을 유치하며 기술 협력의 물꼬를 튼 것은, 대만을 파트너로 인식하고 있다는 강력한 신호다.
이 협력은 단순한 경제 블록을 넘어서, 공동 안보·에너지 전략·디지털 플랫폼 통합·기술 표준화라는 ‘하나의 문명권’ 구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는 중국 중심 블록이나 미국 주도의 질서에서 독립적인 힘을 가질 수 있는, 아시아의 제3의 축으로 작동할 수 있다.
물론, 정치적 차이는 존재한다. 그러나 생존의 조건 앞에서 그것은 본질이 될 수 없다. 국민은 이념보다 생활을 선택하고, 국가는 이상보다 이해를 따른다. 특히 한국과 대만은 미국의 군사 우산 아래 있지만, 미국의 전략 변화는 점점 이 지역을 전략적 카드로만 활용하고 있다. 더 이상 의존을 동맹으로 착각해서는 안 되는 시대다.
역사 갈등이라는 그림자는 여전히 존재한다. 하지만 그것이 미래를 막는 장벽이 되어서는 안 된다. 실용주의가 앞서는 시대다. 국가 간 이해가 맞닿을 때, 정치는 유연해지고 국민은 새로운 미래를 상상할 수 있다. 일본에게도 한국·대만과의 협력은 단순한 경제적 이익을 넘어, 자신의 미래를 설계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일 수 있다.
이제 우리는 선택해야 한다. 혼자 움직이다가 파편화될 것인가, 아니면 서로의 부족함을 인정하고 미래를 함께 설계할 것인가.
한국·일본·대만이 모여 만든 동북아 경제 블록은 단지 대응 전략이 아닌, 세계사적 의미를 지닌 새로운 질서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
결국 이 연대는 하나의 철학이다. 우리는 혼자서는 ‘중국’도 ‘미국’도 이길 수 없다. 하지만 셋이 모이면 하나의 축이 될 수 있다. 새로운 세계에서 생존하고자 한다면, 우리는 반드시 블록의 논리로 사고해야 한다. 그것이 바로 한국이 택해야 할 미래 생존 전략이며, 일본이 외면할 수 없는 현실적 기회이다. 한국 내부만 뭉쳐서는 어렵다. 유럽이 뭉친 것처럼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는 한국·일본·대만의 전략적 연대가 필요하다.
일본 내에서도 세대가 바뀌면서, 역사보다는 경제 협력과 생존에 방점이 찍힌 실용주의적 흐름이 강해지고 있다. 특히 기업계와 산업계에서는 ‘한일 협력 없는 일본의 미래는 없다’는 인식이 확산 중이다.
동북아 경제공동체는 선택이 아니라 수출 중심 국가들의 운명이다. 세계 시장이 분열과 재편을 거듭하는 오늘, 한국·일본·대만이 함께 만드는 제3의 블록은 동북아를 새로운 번영의 축으로, 그리고 자신들의 영향력을 확장하는 전략적 전환점으로 이끌 것이다. 이제 우리는 더 이상 강대국의 그늘에만 머물지 않는다. 동북아 3국이 손을 맞잡고 세계 질서의 한 축으로 우뚝 설 그날을 향해 나아가야 한다.